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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를 짓게 하는 이웃들
2013-01-30 11:29:08최종 업데이트 : 2013-01-30 11:29:08 작성자 : 시민기자   최음천
며칠전 퇴근길은 기분이 좋았다. 나는 그저 구경꾼이었지만 내게 감동을 준 수원의  밝고 아름다운 이웃들을 봤기 때문이다.
볼일이 있어 시외버스 터미널에 들러 일을 마친후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승강장쪽으로 나오려는데 내 바로 옆에서 같이 걷는 한 젊은 커플이 눈에 띄었다. 

여성은 왼손에 핸드백을 메고 남성 역시 오른손에 가방을 든채 큰 보따리를 함께 낑낑대며 버스 승강장쪽으로 들고 갔다.
그러려니 했다. 그저 마음속으로는 젊은 사람들의 세련미로 보아 분홍색 보자기로 싼 보따리는 웬지 어울리지는 않는데 저 안에 뭘 싸가지고 가길래 저렇게 큰 보따리를 들고 갈까 싶은 궁금증만 들었다.

버스 승강장에서 바로 옆에서 선 두 사람은 헤어지기 싫어서인지 서로를 응시하며 사랑을 속삭이듯 대화를 나눴다. 남자가 누나라고 부르는걸로 봐서 연상연하 커플인것 같았다.
두 사람의 다정다감한 눈빛과 데이트 장면이 은근히 부럽기도 하거니와 참 잘 어울리는 커플이네 생각되었다.
그러는 찰나 커플은 마침 뒤에 따라 오신 어느 할머니와 인사를 하는게 아닌가.

곧 할머니는 보따리 짐을 인계했고 할머니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 "저기... 저"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자꾸만 뒤를 돌아 보았다.
그러자 커플의 남자가 "할머니 왜 그러세요? 할아버지는 어디 계세요?"라고 물었다. 할머니는 그제서야 "저기 있는데... 짐이 하나 더 있어서"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세요?"
남자가 뭔가 눈치챈듯 후다닥 뛰어 갔고 잠시후 백발이 성성한 어느 할아버지와 함께 또 다른 보따리를 들고 왔다. 그제서야 나는 그 짐이 할머니거고, 노인들이 들고 오기 힘들어 보여 커플이 직접 들어다 드린건데 하나가 더 있길래 쫓아가 그마저 버스 승강장까지 들어다 드린 것임을 알았다.

아마도 시골에서 수원에 사는 아들네 집에 올라오시는 고향 부모님이 아들 며느리에게 뭔가를 가져다 주시려고 바리바리 싸 들고 오신듯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는 이 젊은 커플에게 "고마워서 어쩌나"를 몇 번이나 말씀하셨고 젊은이들은 "별거 아닌데요"라며 인사를 했다.
데이트 하면서 쉽게 지나칠수 있는 부분이지만 노 어르신들의 어려움을 지나치지 않고 시외버스에서 내려서 다시 시내버스 승강장까지 '풀 서비스'로 들어다 드린 이 커플이 더욱더 예쁘게  느껴졌다. 

만약 내가 바쁘게 걷다가 무거운 짐을 든 할머니를 보았으면 선뜻 도와드렸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사회가 갈수록 황폐해지고 있다고들 하지만 이런 건강하고 아름다운 젊은이들이 있어서 더 밝게 지탱해가는것이 아닐까 싶었다.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에 기분좋은 장면을 본후 콧노래를 들으며 집으로 가기 위해 시내버스로 갈아탔다. 

미소를 짓게 하는 이웃들_1
미소를 짓게 하는 이웃들_1

사실 평소 때 시내 버스 앞부분 운전기사님 옆에 타고 가다 보면 승용차나 택시, 트럭들의 난폭운전에 짜증이 나서 버스기사님들이 적잖게 자증스런 말씀도 좀 하시는걸 본적 있었다. 배차 시간에 쫓기시니 조금은 이해도 되고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은 했다. 

그런데 이날, 평소와 다름없이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중 버스 기사님께서는 내리시는 손님께 일일이 인사를 하셨다. 
승객들이 내릴때마다 인사를 하시던 기사님이 네댓명의 여고생들이 내릴때 "학생들, 다음부터는 버스탈때 버스요금 다 내야 한다"라며 "차 조심들 해서 가거라"하는게 아닌가.
그러자 여고생들이 합창하듯 "네"라며 내렸고  버스는 아무 일 없는듯 출발 했다.

마침 기사님 뒤에 타고 있던 연세 지긋하신 아주머니가 물었다.
"기사님, 저 여학생들 버스값 안냈는 모양이지요?"
그러자 버스 기사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학생들이 용돈이 궁한지 가끔씩 그래요. 허허, 나도 딸 키우는데... 그냥 봐주곤 합니다. 승객이 많은데서 창피 주며 버스요금 내라고 소리지르기도 그렇고 해서."
아하, 그래서 학생들이 다 같이"네"그랬구나.

이 기사님, 부처님이셨다. 기사님 말씀을 되새겨 보니 나도 모르게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기사님은 여학생 아이들이 상처받을까봐(한창 사춘기 때이니) 내릴때 웃으시면서 "담부턴 내거라"라 하신것이다. 
내가, 아니면 우리 남편이 운전중에 이런 상황을 겪었다면 혹시 아이들 붙잡고"너희들 어느 학교야? 부모님 전화번호 대!"라고 윽박지르지는 않았을까?
그분에 작은 배려로 그날 나는 두 번의 감동을 맛보았다. 시내에서 출퇴근 때마다 매일 이런 분들 만나 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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