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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진정 바라는 것은?
2013-01-30 15:21:31최종 업데이트 : 2013-01-30 15:21:31 작성자 : 시민기자   김숙자

돈 싫어 하는 사람 있을까만, 그렇다고 돈이 전부는 아니다.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그렇지만 돈 때문에 다투고 인간관계 깨지고, 갈등하고, 심지어 가족간에 소송까지 불사하는 경우는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본다. 
부모가 돌아 가신 후 유산을 두고 돈 때문에 형제지간에 소송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인격수양이 덜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가족의 일이기는 하지만 제3자가 봤을때 과연 저러고 싶을까 싶어서다.

그런데도 돈 문제 앞에서 그동안 고이고이 잘 간직해온 우정과 대인관계가 하루아침에 깨지는 여러 사람 보았다. 그건 돈이 전부가 아니란걸 알면서도 막상 돈 앞에서는 평정심을 잃기 때문이다.

엊그제 퇴근길에 라디오에서 약간 민망하고 마음 상하기도 하는 내용을 들었다. 생각에 따라 별거 아닌걸로 치부할수 있지만 듣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라디오에서는 MC가 어떤 게스트를 출연시켜 다가오는 설날에 대해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였는데 세뱃돈 이야기를 하다가 노 부모님께 무슨 선물을 하는게 가장 좋겠느냐는 주제로 넘어갔다.

그 과정에서 옛날 가난하던 시절의 내복 사 드린 이야기, 텔레비전 사 드린 이야기 같은 추억담을 말하던중 "요즘에는 뭐니뭐니 해도 머니(Money)가 최고죠"라며 그 방향의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자 진행자와 게스트가 마치 약속이나 한듯이 계속 '돈'타령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부모님으로부터 세뱃돈을 받기는 하지만 그건 그냥 덕담과 함께 받는 인사치례고, 자식들은 부모님께 돈을 드려야 한다며 그게 진짜 효도인것 마냥 말들을 이어갔다.

두 사람이 함께 진행하는 그 방송에서 "부모님께 돈 드리세요", "부모님은 자식들한테 돈을 달라고 그러시는 거예요"라는 말들을 연거푸 했다. 
이어서 MC와 게스트간에 부모님께 돈을 드리는게 가장 좋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해 보이려는 듯 청취자에게 전화를 연결해 일반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묻는 시간이 되었다.

사전에 약속이 되어있지는 않았을텐데 실제로 적지 않은 청취자들이 "부모님께는 돈을 드리는게 제일 좋은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것 필요 없어요. 돈이 최고입니다."라며 이번에는 우스갯소리였지만 "어머니 자꾸 저에게 돈 달라고 하지 마세요."라고까지 했다.
만약 우리 부모님들이 이 방송을 들으셨다면 낯이 얼마나 뜨거우셨을까.  

앞서 말했지만 돈이 싫은건 아니다. 부모님들중에 또한 돈을 마다하실 분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이렇게 대 놓고 돈, 돈, 돈 하는 것은 듣는 사람이나 돈을 받는 부모님들 입장에서나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닐성 싶다.
방송을 듣는 사람중 만약 돈을 조금이라도 드리기 여의치 못한 사람이 느끼는 자괴감이야 개인 사정이나 접어둔다 하자.
그러나 부모님이 정말 자식들로부터 돈만 바랄까? 아니다.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주는 최소한의 생활비를 마다하지는 않겠지만 부모님들은 평소에 자주 찾아 뵙는 아들 딸, 전화 한통화 더 해주는 마음씨 착한 아들 딸을 바랄 것이다.

예전에 본 어떤 통계조사 내용에 의하면 돈이 없는 부모보다는 돈이 많은 부모에게 자식들이 전화를 더 자주 드린다고 한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자식들이 마음에서 우러나는 효도보다 또 다른 '흑심'이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민망한 설문조사 결과인데 우리 사회가 안팎에서, 부모 자식간에 돈으로만 모든걸 쉽게 해결할수 있다고 믿는 생각 자체에 문제가 아닐까.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써, 그리고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이 생존해 계신 딸이자 며느리로써 나는 과연 어느 동류항에 드는지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혹시나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돈의 헛된 가치를 심어주고 있지는 않았을까? 평소에 가정에서 아이들을 가르칠때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 교육을 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들을 되짚어 보았다.

 

부모님이 진정 바라는 것은?_1
부모님이 진정 바라는 것은?_1

20대 초반 갓 직장에 들어갔을때 사다 드린 내복 한 벌에 감격하고 기뻐하셨던 부모님들이고, 그후 명절때도 돈이야 드리긴 했지만 시시때때로 전화 자주 드리고, 결혼후에도 친정이라며 멀리하지 않고 자주 찾아 뵈며 정성을 드렸다.
이는 돈만이 전부가 아닌, 우리네 가족간에 나누는 삶의 소중한 향기가 아닐까.
언제부터 물신주의에 팽배해 돈이 거의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것처럼 생각했다. 뒤늦게 그게 아니라고 깨닫기도 하지만 이미 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상처 받고 헤어지고 불신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게 일반 사회생활에서는 충분히 있을수 있는 일이지만 적어도 가족간에는, 심지어는 부모와 자식 간에도 돈으로 사랑을 대신하려는 참으로 웃지 못할 일은 사라졌으면 좋겠다.
설사 부모님이 현금을 무척 좋아하시더라도 자식된 마음으로는 용돈이야 충분히 드릴지언정 항상 마음의 정성을 먼저 쏟는게 진정한 삶의 향기일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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