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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과 오해 대신 이해와 보편적 사랑
2013-01-30 16:30:16최종 업데이트 : 2013-01-30 16:30:16 작성자 : 시민기자   윤석천

편견과 오해 대신 이해와 보편적 사랑_1
편견과 오해 대신 이해와 보편적 사랑_1

아이들이 튀김을 좋아해 자주 사다 먹는 편인데 최근에 집 근처에 40대 중반쯤 되 보이시는 부부가 운영하는 조그만 분식점이 하나 생겼다. 주요 취급 음식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튀김종류였다. 당면이 가득 들어간 김말이 튀김부터 오징어 튀김, 고추 튀김, 고구마 튀김 같은... 아이들의 구미에 맞는 튀김류와 찐빵과 도너츠 같은 것을 팔았다.

아이들에게 가끔 사다가 주기도 하고 가족 모두 밥맛 없을때 다같이 몰려가 요기도 하곤 했다.
튀김이 맛있어서 자주 들르다 보니 알게 모르게 단골이 되다시피 했는데, 분식점에 들르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보통 음식점에 가면 3번의 인사를 받는다.
처음에 들어갔을때 "어서 오세요", 음식을 갖다 주면서 "맛있게 드세요", 계산하고 나갈 때 "안녕히 가세요"
이게 우리네 식당의 보통 모습이다.
하지만 나 스스로 단골이 되어가고 있구나 라고 느낄만큼 자주 간 이 분식점에서 아주머니는 인사를 잘 하시는데 아저씨는 한번도 인사 하시는걸 못 봤다.

분식점에 들어갈 때 가끔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는건 본적 있지만 자주 찾는 단골 고객에게 살가운 인사말 한번 하는걸 들어본적 없으니 난 마음속으로 장사 하시는 분이 너무 친절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갖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얼마전 아내에게 "그 분식점 아저씨는 왜 인사말 한마디도 할줄도 모르지? 그렇게 뻣뻣하 가지고서야 어떻게 장사를 해"라며 푸념을 했다. 여차하면 거래처(?) 바꿀 태세로.
"아니, 여보. 모르셨어요?"
"뭘 몰랐냐는 거야?"
"모르고 있나보네요. 그 아저씨 언어 장애가 있대요. 동네 아줌마들은 다 아는데. 그래서 그 아저씨 말을 거의 못하실 정도로 어눌하시다든데. 당신이 모르고 그렇게 생각하는거예요. 기분나빠 하지 마세요"
"그래?"

아내로부터 말을 들은 나는 몸둘바를 몰랐다. 아저씨가 어떤 상황인지는 알지도 못한채 나쁘게만 생각하고 있었으니. 
나의 편견이 생업의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식점 사장님에 대해 커다란 오해를 부르고 있었으니 마음속으로나마 깊이깊이 사과를 해야겠다 싶었다.

사람이 노여움의 붉은 색안경을 쓰면 분노로 이글거리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붉은 세상을 보게 된다고 한다.
또한 슬픔의 파란 색안경을 쓰면 슬프고 우울한 세상을 만나게 된다. 의심의 노란 색안경을 통해선 주변 사람을 불신하기에 바쁜 마음이 되고, 절망의 검은 색안경을 통해선 희망 따윈 기대하지 않는 마음이 된다. 

우리가 연애하던 시절에 남녀가 상대방을 만날 때 "제눈이 인경이지 뭐"라는 농담을 곧잘 주고 받는다. 
이 또한 내가 상대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는 세계 최고의 미인으로 보이기도 하고, 세상에서 가장 댄디하고 멋진 신사로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떤 색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
요즈음 언론매체를 통해 만나는 세상의 이야기는 온통 위기와 불신의 색안경이 만들어낸 것만 같다. 해체 위기에 놓인 가정에서는 이혼이 눈앞에 닥친 가장 큰 문제이고, 상상할 수 없는 차원의 폭력이 넘치는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학교가 무서워서 못가겠다고 하고, 심지어 꽃다운 나이에 몸을 던져버리는 사고까지 일어난다.

불신만 늘어가는 사회 속에서 신문 속 사건을 접하노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온통 문제투성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눈앞에 불신의 색안경이 씌워져 있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에 있는게 아닌가 싶다.
신뢰라는 말보다 더 좋은 말은 없을 것이다. 공자는 정치에서 중요한 것 세 가지를 첫 번째 먹을 것, 두 번째 강성한 군대, 그리고 세 번째로는 백성의 믿음이라고 정의하면서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백성의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내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게 있다.
3년전에 UN인권선언 60주년을 기념해 미국의 메릴랜드 대학에서 세계 19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정부 신뢰도를 조사해서 발표 했었다.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우리나라는 맨 꼴찌였다. 신문을 보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중에는 이집트 같은 나라도 있었는데 우리는 거기에도 못미치고 있었으니까. 

타인에게 무시당하고 부정적인 낙인이 찍힌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나쁜 쪽으로 변한다고 한다. 즉 매일 접하는 불신의 세상사는 우리도 모르게 불신의 색안경을 쓰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타인이 나를 존중해주고 기대하는 것이 있으면 그 사람은 좋은 쪽에서 변하려고 노력해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다고 한다.

이는 곧 누군가가 나를 믿어주고 있음을 느낄때 내 생각은 물론이고 행동마저도 불신이 아닌 긍정과 이해의 크기로 나타남을 설명하는 것이다. 
내가 상대방이 처한 상황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채 그분에 대해 오해를 갖고 나쁘게만 생각했던 편견도 결국에는 상대방에 대한 커다란 불신의 벽이었다.

새해 계사년에는 지금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는 불신의 색안경을 벗어버리고 신뢰를 바탕으로 늘 나보다 상대방에게 먼저 장점과 긍정, 이해와 보편적 사랑을 나눠주며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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