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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인사 잊지 않는 삶
2013-01-31 11:30:02최종 업데이트 : 2013-01-31 11:30:02 작성자 : 시민기자   홍명호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평생 잊지 못할 은혜를 베풀어 주신 고마운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내겐 중학교때 혼자 자취하던 시절, 안집 아줌마가 친엄마처럼 평생 잊을수 없는 고마운 분이다.

얼마전 퇴근길에 낯익은 번호가 전화기에 찍혀 울려댔다. 
순간 나도 모르게 "아줌마"하고 큰 소리로 불렀다.
"그래 잘있었는가?" 하시며 안부부터 물으셨다. 그리곤 "뭐, 이런걸 또 보냈어?"라시며 한번 더 그러면 이젠 전화번호 바꾸어 버리고 연락 끊어 버리실거라며 질책을 하셨다. 그러나 나는 안다. 아줌마가 나를 버리지는 못하실거라는 것을...

설 명절이 다가오길래 소 고기세트를 사서 보내드린걸 가지고 다신 그런거 보내지 말라는 협박(?)이셨다. 하지만 나는 그런 협박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감사의 인사를 드려도 다 못할 은혜를 입었다.
중학생 시절, 두메산골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가 있던 읍내에 나가 자취방 생활을 할때 집 주인이었던 이 아줌마는 내가 두고두고 잊을수 없는 분이다. 명절이랍시고 보내드린 소고기 셋트라 값이 좀 나가긴 한거지만 그건 값으로 환산할 일이 아니었으니까.

감사의 인사 잊지 않는 삶_1
감사의 인사 잊지 않는 삶_1

벌써 삼십년도 넘어버린 시간이었지만 여전히 변함없는 목소리. 
그 인자한 모습이 연상되는 삼십여년전 그대로의 아줌마. 그 목소리를 들을때마다 진한 그리움에 반갑고 기쁜 마음 이루 헤아릴수 없다.

그때 자취하던 집은 깔끔한 단층 한옥이었다. 나 말고도 시골 여기저기서 유학온 중학생, 고등학생 8명이 각 방에서 청운의 꿈을 품고 학교를 다니던 집. 한지붕 아래서 공부하는 어린 청소년들을 아줌마는 친자식처럼 보살펴주셨다.
그때 자취생들, 하숙생들에게 집 주인은 보통 '안집 아줌마'라고 불리웠다.
하지만 가난했던 나는 하숙을 할수가 없어 자취를 했는데 하숙과 달리 자취는 모든걸 내가 알아서 해야 한다. 

그러나 살림살이에 젬병인 사내들이 이런 자취생활에 익숙할리 만무다. 설거지 거리는 항상 물에 담궈져 있은채 등교하기 일쑤고, 빨래를 안해 방안은 빨래에서 나는 퀘퀘한 땀 냄새가 가득했다.
방 청소도 제때 안하다 보니 어느날 흰 장갑을끼고 방바닥을 슥 긁으면 장갑이 새까맣게 될 정도로 먼지 투성이였다. 남자들이 다 그렇기는 했지만 유난히 게으름 피우던 내 성격도 한몫 했으니까.

하지만 학교에서 돌아와 보면 늘 설거지가 되어있고, 어떤 날은 밥이 지어져 있고, 정말 힘들어서 못하고 밀쳐둔 빨랫감이 옥상에 줄줄이 널어져 있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이게 귀신이 한 일인가? 아니었다. 안집 아주머니가 다 그래 놓은 것이다. 어떤 보상을 바란것도 아니고 그저 당신의 친자식처럼 보살펴 주신 것이다.
그땐 세탁기도 없이 맨손으로 빨래를 해야하던 시절인데 그 많은 빨래를, 그것도 냄새 나는 팬티와 양말을 직접 손으로 죄다 빨아 그렇게 해주셨다. 

그뿐 아니었다.
아줌마의 시댁 제삿날이면 제상에 올라갔던 떡이며 부침개를 바리바리 싸 가져와 우리에게 나눠 주시는가 하면, 겨울철엔 잠도 안주무시고 8명의 방을 죄다 순찰 돌며 꺼져가던 연탄불도 갈아주시곤 했다. 
그게 말이 쉽지, 잠 자다 말고 그렇게 하는게 얼마나 귀찮고 고역인 일인지 한겨울에 연탄 갈아 본 세대는 다 알것이다. 그런 감동의 일들은 일일이 다 나열하기조차 힘들다. 

아줌마만 그러신게 아니었다. 유난히 장기를 좋아하셨던 주인집 아저씨는 커다란 마른 오징어 한마리라도 사오시는 날이면 어김없이 "어이 명호야 오징어 먹자"하시며 건너오게 하셨다. 자취생들 모두가 우루루 몰려와도 이름 다 불러주시며 반갑게 맞이해 주셨던 멋진 분이셨다.

생각하면 참 철없던 중학교 시절인데 모든걸 보듬어 주신 주인집 아줌마 덕분에 나는 장성해서 대학 졸업하고 순조롭게 사회생활까지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결혼하고 애 낳고 살면서도 한번도 아줌마를 잊어본 적이 없다.
또한 3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부모님 외에 그토록 고마운 어르신 만나본적이 없다.
아줌마 생신때, 혹은 어버이날이나 명절때 작지만 내 마음을 담아 선물을 전해 드리곤 했는데, 이젠 더 이상 그런거 자꾸 보내면 연락 확 끊어 버리실거라는 엄포를 내게 놓으신것이지만 그런 엄포마저 정겹고 감사하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지금껏 인생을 살아오면서 내게 너무나 고마운 은혜를 베풀어 주신 분이 계실 것이다. 자주도 아닌, 1년에 두번 찾아오는 명절때 만큼은 감사의 정을 나누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이제 두분 모두 8순이 다 돼가시고 자꾸만 늙어가신다. 친부모처럼 감사한 그 두분, 내 인생에 추억 한가운데 꽃그림 처럼 고운 아줌마와 아저씨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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