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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어르신, 보호시설에 모시는게 능사는 아니다
2013-02-03 09:33:50최종 업데이트 : 2013-02-03 09:33:50 작성자 : 시민기자   이학섭

"어머니가 날더러 기저귀 차라고 했을때, 처음에는 농담인줄 알았지. 그런데..."
친구는 주루룩 눈물을 흘렸다. 8순이 넘으신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셨다며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며.
다 마른 빨래를 세탁기에 쳐 넣는다든가 혹은 화분의 화초가 햇볕을 쬐어야 한다며 엄동설한에 화분을 바깥에 내놓는 등의 이상한 행동을 하실때는 처음에는 왜 그러시냐며 짜증도 났는데 병원에서 치매라는 진단을 받고 나자 오히려 짜증 낸 자신이 죄송스러웠노라며 후회를 했다.

치매는 본인의 잘못도 아니고 가족들의 잘못은 더더욱 아니다. 신의 뜻일 뿐이다.
친구는 그동안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효자였다. 그런 어머니에게 치매가 찾아와 결국 가족회의 끝에 보호시설에 모셨다며 그럴 수밖에 없는 오늘의 현실이 더욱 가슴 아프다며 슬퍼 했다.
뭐라 위로 하기도 참 어려운 안타까운 일이었다.

옛날에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그의 장인이 노인회 회장이 되면서 전국에 노인회라는게 생겼다. 정치적 의도나 그런거는 잘 모르고 어쨌거나 그나마 그날 이후부터 노인강령과 노인헌장이 만들어지고, 또한 노인들에 대한 관심이나 제도적인 뒷받침 같은게 조금 더 늘어난듯 하다.

그후부터 노인의 날 뿐만 아니라 노인을 위한 많은 행사가 시시때때로 열리고 여기저기서  흥겨운 놀이마당이 푸짐한 음식과 함께 차려져 노 어르신들을 더 보살펴 드리기에 이르렀다.

치매 어르신, 보호시설에 모시는게 능사는 아니다_1
치매 어르신, 보호시설에 모시는게 능사는 아니다_1

내가 대학교 다니던 오래전의 일이다. 당시에는 노인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초고령화 세대에 관한 마인드도 부족하던 때이기는 했다.
치매가 있으셔서 보호시설에 계신 여든여덟의 친지분을 뵈러 갔다. 
시설의 골목에 들어서면서부터 고함 소리가 들렸다.
"할배! 할배! 자요? 아직도 자는거야? 일어나~아!" 

처음에는 아이들한테 하는 소리인줄 알았으나 시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주무시던 어느 할아버지에게 시설 직원이 소리친 것이었다. 절반이 반말이었다. 
그러자 어느 할아버지가 꿈과 현실의 틈새에 끼여 한참을 허우적거리시다가 부스스 일어났고, 할아버지에게 소리쳤던 직원은 "오줌 쌌으니 빨아줄게"라며 아랫도리를 와락 벗겼다. 
나도 모르게 너무 민망해서 고개를 돌렸지만 주변의 직원들이나 그곳에 자주 들러 본 사람들은 그런 환경과 상황에 너무나 익숙한듯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대하는 모든 사람들은 거의 다 반말이었고 몸 불편하고 기력이 떨어진 노인들을 온전한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노골적으로 애 취급하는 모습에서 적잖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일이다.

그렇다면 의식도 많이 깨고 초고령화 시대에 노인문제에 대해 다같이 자각하고 있는 지금은 어떤가. 
보호시설에서 노인분들게 반말이야 하지 않을지 몰라도 치매 노인에 대한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은것 같다.
치매 걸린 부모의 반상식적인 언행들이 제 정신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식구들은 그제야 안도하고 감정을 눅인다. '치매니까 그렇지' 하며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대신 그때부터 더는 부모가 아니라 환자로 보게 된다. 부모의 말과 행동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이제부터는 모두가 헛소리고 웃음거리의 소재로 전락될 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행동하는 치매 노인이나, 그런 부모를 그저 정신이 온전치 못한 노인의 엉뚱한 행동으로만 치부하고 마는 가족들 모두 비난받지 않는다.

병원에 가 봐도 의사들은 온갖 병명을 만들어 붙인다. 무슨 무슨 노인성 병과 증상들이 모두 치료의 대상이고 격리 이유가 된다.
몸이나 정신이 수명을 다하여 제 기능을 하나씩 잃어가는 것은 노년기의 마땅한 현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건 노화가 아니라 병이다'라고 강조한다. 정상적인 노화와 병을 꼭 구별하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매 노인과 함께 같은 방에서 잠 자며, 얼굴이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라는 처방은 별로 듣지 못했다. 
그분들의 말이나 행동이 비록 '헛소리'이고 황당한 모습일지라도 그것을 틀렸다고 웃시 말고 끝까지 다 들어주고 추임새를 넣어주라는 가르침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치매 노인이라고 해서 무작정 격리 수용하거나 보호시설로만 보내는게 능사는 아니라 한다.
최근에 알게 된 어느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어렵긴 하겠지만... 사랑과 정성으로 대해 드리고, 오로지 약과 병원과 음식이 한결같은 처방들인것처럼 생각할게 아니라 그동안 50여년 이상 같이 산 친 자식들의 간절한 사랑을 보여주는 마음이 필요합니다"라고.

사랑과 정성은 죽은 세포도 되살리며 통증을 경감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큰 행사나 공공기관에 갈 때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 있도록 시설이 마련되고 전문인이 배치되지만 어디에도 불편한 부모 모시고 갈 수 있는 행사나 공공기관은 없다.
책방마다 차고 넘치는 것이 어린이 책이지만 노인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책과 음반과 영화가 따로 있지 않고, 동시가 있으나 노시는 없다. 
이건 부모 모시기는 자식 키우기의 반의 반도 안 된다는 사실을 드러내 주는 증거들이다.
치매 노인들을 자꾸 병자로만 만들어 죽기만을 고대하는 오늘날의 세태, 노인의 존엄을 다시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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