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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장애인이 될수도 있다
청각장애우의 영화 관람
2013-02-03 12:25:44최종 업데이트 : 2013-02-03 12:25:44 작성자 : 시민기자   오새리
누구나 장애인이 될수도 있다_2
누구나 장애인이 될수도 있다_2

요즘 한국영화가 대세다. 영화 시나리오도 탄탄하고 연기나 촬영, 심지어 컴퓨터 그래픽 같은 세밀한 기술까지 뛰어나 어떤 경우에는 외국의 블록버스터 대작을 압도하기도 한다.
베를린이라는 영화가 아주 재미있다고 해서 남편과 함께 극장에 갔었다. 토요일 밤에 예상대로 많은 관객들이 극장 안에 가득 찼다.

영화의 내용은 베를린에서 한국 정보요원과 북한 요원, 그리고 제3국의 정보요원들이 각자의 처한 상황에서 배신과 음모를 딛고 생존하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그리는 것이었는데 숨막히는 총격신과 내용전개가 무척 빨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내용 중간중간에 나는 남편에게, 남편은 나에게 지금 저 장면은 잠시전의 내용과 어떤 연계성이 있는지 묻고 넘어가야 할만큼 흐름이 빨랐다.

우리같은 사람들도 내용을 쫓아가기가 힘들어 정신이 없을 정도였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 바로 앞 자리에 앉은 3명의 관객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3명이 모두 손동작으로 수화를 하면서 영화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화를 하는걸로 봐서는 청각장애인이 분명한데 화면이야 볼수 있겠지만 사운드가 들리지 않는 영화를 어떻게 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하지만 영화 시작후 눈여겨 봤더니 3명중 한분은 청각에 이상이 없는 보호자인듯 했다. 그분이 3명중 가운데에 앉아서 영화 음향을 듣고는 시시때때로 수화로써 장애우 2명에게 영화내용을 계속해서 설명해주고 있었다. 
특히 영화의 내용 전개가 빠른 부분에서는 가운데 앉은 수화통역자의 손놀림이 무척 빨라졌고 흐름이 느슨한채 단순 총격신 같은 부분에서는 여유가 있었다.

또한 내용 전개는 느려도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 극중 주인공들의 대화 내용이 많은 부분에서도 통역자의 수화 내용이 많아졌다.
거의 2시간동안 그렇게 가운데 앉은 한사람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청각장애우 2명은 영화를 다 보고 나갔다. 영화가 재밌었는지 밖으로 나가면서 그분들은 웃으며 수화를 통해 내용에 대한 대화도 나눴다. 

청각장애우도 영화를 볼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실제 누군가의 도움을 통해 영화관람을 하는 것을 옆에서 보니 그동안 그분들은 영화를 볼수 없을거라는 편견을 가졌던 내가 무척 부끄러웠다. 
사실 시내에 극장들 대부분도 장애우들을 위해서는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 장애우석은 극장 안 구석에 서너개 정도만 있을 뿐더러 보호자의 도움 없이는 극장까지 가기도 힘들다. 
또 극장에 가서 청각장애우들은 한국영화에는 자막이 없으니 화면만 볼 수밖에 없다.  아마도 대부분의 청각장애우들은 이런 불편함 때문에 보고싶은 영화를 관람하지 못할것이다. 

일전에 텔레비전에서는 외국의 본받을만한 일 2가지를 보도했다.
그 첫번째는 미스 브라질 선발대회 결과였다. 청각장애를 안고 있는 브라질의 바네사 비달이라는 여성이 2위에 입상해 화제가 되었던 것이다. 
두 번째는 극장의 일이다. 선진국에서는 극장의 상영 스크린에 자국어 영화라 해도 장애인들을 위해 자국어 자막을 떠올리는 영화상영시간을 따로 마련해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배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상영되는 외국영화에 자막이 나오는거야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보는 내나라 영화에 우리말 자막을 내보내주는 경우는 한번도 본 적이 없으니 선진국의 이런 장애인 배려는 우리가 당연히 본받을 일 아닌가. 

청각 장애인과 함께 3명이 수화를 통해 영화를 보는 장면을 잡하고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을 해봤다.
우린 과연 장애우들을 위해 이런 작고 사소한 부분에까지 왜 배려를 해주지 못하고 있을까.  물론 많은 일반인 관객들에게 불편함을 줄수도 있겠으니, 그렇다면 최소한 일정한 횟수, 일정한 공간을 마련해 청각장애우들이 따로 관람할수 있는 한국영화 자막 표기 영화관을 1곳씩만이라도 갖춰주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힘들 경우 굳이 영화관을 따로 지을 필요 없이 우리 극장의 특정 시건이나 상영관을 지정해 그 시간만큼은 우리말 자막을 넣은 영화를 상영케 해줘도 좋을거라는 생각도 해봤다.
또한 수원시에서도 예술의 전당을 활용해 그곳에서 청각장애우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자막이 들어간 한국영화를 상영해주면 좋지 않을까.

 
누구나 장애인이 될수도 있다_1
누구나 장애인이 될수도 있다_1

장애는 모자라거나 부족한게 아니고 다만 우리와 행동 방식이 서로 다를뿐이다. 그런데 살다 보면 누구나 안타깝게도 장애를 얻을수 있다. 
가족중에 갑자기 이런 장애를 얻는분도 많이 계실텐데, 아주 작은것부터 하나하나 마음먹고 배려해 준다면 우리 사회는 모든이들에게 더 따스하고 살만한 세상이 될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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