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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키우는 보람
2013-02-04 12:50:36최종 업데이트 : 2013-02-04 12:50:36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희
몇 년전에 생긴 충치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대충 살다가 급기야 아말감으로 땜질을 했건만 이것도 그다지 오래가진 못했다. 치과 병원에 가보니 완전히 제대로 임플란트로 바꾸려면 쓸만한게 200만원 가까이 든대나? 이럴때 정말 살 떨린다는 표현이 딱 맞다. 

'무슨 놈의 치과 치료비는 이렇게 비싸담... 없는 살림에 200만원이 누구 애이름도 아니고...' 그냥 참고 지내자며 하루하루 견뎠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 됐나? 며칠전부터 그 어금니가 지끈지끈 심하게 아파왔다.  땜질을 한 아말감이 빠져 나간 자리에 구멍이 뻥 뚫려 음식물이 끼면서 딱딱한거 먹기도 어렵더니 급기야 하루가 멀다하고 욱신거렸다. 회사에서 직원들과 식사하는데도 치아가 아프다는 티 안내려고 무진 애를 썼다.

애들 키우는 보람_1
애들 키우는 보람_1

이빨 아픈거 정말 앓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세상만사가 다 귀찮고 사람을 아주 잡는다. 
애들이 아프면 득달같이 병원으로 달려 가는게 부모지만, 어찌해서 본인 아픈건 이다지도 모질게 참아낼까. 엄마들이 다 그럴까. 돈 있는 집 부인들은 안그럴거야...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어쨌거나 몸 아픈걸 억지로 참는건 한심한 일이지만 그래도 그 많은 치료비 때문에 계속 망설였다.

토요일 점심때 아이들과 앉아 떡볶이를 만들어 먹고 있는데 끈적이는 음식을 씹는 순간 나도 모르게 인상이 확 구겨졌다.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아이 둘이 동시에 날 바라본다. 
"엄마 매워? 우린 괜찮은데"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녀석이 묻는다. 아이들에게 아픈 내색 안하려고 "으응. 좀 맵네"하면서 짐짓 태연한척 했건만 눈치 빠른 중학생 큰딸애가 "엄마 이빨 아픈가봐. 지난번에도 아프다고 누워 있었잖아"라며 재차 확인에 들어간다.

그래도 키워놓은 자식이라고... 관심을 가지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 에미 표정을 살피는 아이들을 보니 돈이 아까워 병원에 못가고 있다느니, 한번 참아보겠다느니 하는 말은 더더욱 입밖으로 안나왔다. 아무리 애들이라 해도 '돈 없어서'라고 하기엔 너무 민망했다.
"으응, 이빨이 좀..." 참으려 해도 재차 이마가 찡그려졌고 급기야 젓가락을 놓고야 말았다. 

그날 저녁, 이도 아프고, 그냥 속상하기도 해서 소파에 누워 잠깐 쉬고 있는데 큰애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그리고 하는 말이 "엄마 나 스마트폰 바꾸려고 가지고 있는 돈 그거 있잖아요... 돼지저금통 뜯고, 지난번 추석때 큰 아빠한테서 받은 용돈 모아둔거 말예요, 그걸로 병원가세요. 엄마 그러다가 죽으면 우리 고아 되잖아" 
엄마 병원 가라는 이유가 지들 고아 되기 싫어서라는 말이 약간 우습기는 하지만, 어린게 제 에미 아픈걸 못볼세라 그 용돈으로 병원에 가란다. 목이 메었다. 

그러자 이번엔 둘째가 나섰다. 제 용돈 한달간 안받을테니 그걸로 병원이 보태라나. 초등학교 5학년 아이 1주일 용돈 3천원씩 한달이래봤자 1만2천원인데. 그걸로 엄청 인심 쓰듯 말하는 아이가 귀엽고 우스웠지만 두 아이의 마음 씀씀이에 잠이 다 깼다.

매일 "방이 더럽다, 머리가 단정치 않다, 늦잠 자지 마라, 책상좀 치워라, 침대가 난장판이다" 구박만 듣던 아이들이다. 그래도 애교가 좀 있는 막내 놈보다 사춘기랍시고 무뚝뚝하고 반항적인 중학생 큰애가 기꺼이 엄마 병원비 보태쓰라고 휴대폰 살 돈을 내놓겠다는 말에 더욱 감동했다.  아이들 마음에 살짝 눈시울이 젖어버렸다. 
"엄마, 그거 없어도 병원 갈 돈 있어. 그리고 그 돈은 늬들 사고 싶은거 사거라"
그러나 눈치가 9단인 아이다. 아직은 철없는 둘째야 그렇다 해도 큰 녀석은 안다. 엄마가 돈 없어서 병원에 안가고 있는거. 
"엄마. 아픈거 참으며 병원에 안가는건 바보 같은 거래. 우리 선생님이 그랬어. 빨랑 병원 가, 엄마"

둘째 아들 녀석이 두 모녀의 대화를 멀뚱멀뚱 바라본다.
'그래, 내가 쓰러지면 안되지....' 싶어 "알았어. 오늘은 토요일이라 안되고 다음주에 갈테니까 염려 마"
아이에게 약속을 하고 나자 감동의 마음 탓이었는지 일시적으로 통증이 가셨다. 그리고 병원비 마련할 궁리를 해 보았다. 아이들의 마음이야 고맙지만 제녀석들 먹고 싶은 붕어빵 안 사먹고 모은 코묻은 돈인데 그걸 쓸수는 없고...

밖에 나갔던 남편이 돌아 온 뒤 그 사실을 말하자 남편은 버럭 화부터 냈다. 예금을 깨서라도 치료를 할 일이지 그걸 그냥 방치하는 바보가 어딨냐며. 그렇게라도 말해주는 남편도 고마웠다. 
일단 통증이 가라 앉은 다음 급한 치료부터 하고 나서 3월께 임플란트를 하기로 했다. 
베란다로 다가가 하늘을 보았다. 철없는 아이인줄만 알았던, 잔소리만 하는 엄마라며 늘 불만이었던 아이들. 그러나 두 아이들로부터 나는 감동을 선물 받았다. 
하여튼 고맙고 애들 키우는 보람 같은게 느껴진다.  '다음부턴 치솟질 더 잘하고 치아 관리 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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