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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행로와 같은 계룡산 산행을 마치고
2013-02-05 13:27:09최종 업데이트 : 2013-02-05 13:27:09 작성자 : 시민기자   최종훈

토요일이었던 지난 주말, 자주 만나는 동호에 모임에서 입춘을 맞아 정예요원만 추려 충남의 계룡산에 오르기로 했다는 문자 메시지가 날라 왔다.
정예요원? 우리 모임에서 나는 정예요원으로 꼽힐만한 재주가 하나도 없는데? 그렇다고 회비를 남들보다 더 내는 열성파도 아니고, 모임의 임원도 아닌데 웬 뜬금없는 정예요원?

문자를 날린 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정예요원의 기준이 뭐냐고 묻고 나서야 금세 의문이 풀렸다.
평소 등산 다닐때 맨 꼴찌에서 허우적거리는 5명을 추렸다는 이야기에 웃지도 울지도 못한채 받아들였다. 평소 건강관리도 좀 하며 살아야겠다는 자각을 하는 사이에 날더러는 계룡산에 가장 많이 올랐던 경험자라 필수 안내요원으로 뽑혔다는 말이 덧붙여졌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가면 총 4번째 계룡산에 오르는 길이라 사실 그곳은 아주 익숙한 산이기는 하다.

입춘을 하루 앞둔 지난 일요일 아침 일찍, 승용차 한 대에 5명이 끼어 타고 계룡산을 향해 출발했다. 2시간이 채 안걸려 계룡산 초입에 도착했다. 
충청남도의 명산이자 국립공원이기도 한 계룡산 입구에 들어서니 우리가 마치 영험을 얻어 득도한 노승이 되는 느낌이었다. 산이란, 그리고 인생이란 항상 이렇게 겸허하며 보배로운 것인데 그동안 몸과 마음을 너무 혹사시키며 주위를 둘러보지 않은채 살아온건 아닌지 하는 반성도 들었다.

 

인생의 행로와 같은 계룡산 산행을 마치고_1
인생의 행로와 같은 계룡산 산행을 마치고_1

계룡산 초입에는 산의 영험함과 산에서 내려오는 전설에 대한 안내문이 세워져 있었다. 스님과 처녀의 이을 수 없는 인연으로 오누이를 맺었다는 오누이 탑, 남매탑이 있는 영산이라는 설명이다. 
닭의 벼슬을 닮은 뿔을 쓴 용의 모습처럼 생겼다하여 계룡이라 하며, 백두대간으로써 해발 845m의 천황봉을 중심으로 연천봉, 삼불봉, 문필봉, 관음봉, 신선봉 등 28개의 봉우리와 10개소의 계곡으로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그 자태와 경관이 매우 뛰어나 지리산에 이어 두 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명산이라니, 높이는 그다지 높지 않지만 전설과 의미가 남달라 많은 등산객이 사시사철 찾는 곳이기도 하다. 

4번째 산행이다. 오래전  3번 왔었는데 그때는 우연찮게 여름에만 두 번 올랐고 한번은 가을이었다. 이번에 겨울산을 오르게 된 것이다. 언젠가는 이 산도 봄에 오를 날이 있겠지 하며 동학사쪽으로 타박타박 발걸음을 뗀다. 
동학사 진입로 숲 속을 메우고 있는 상가 길을 지나자 일주문이 나타난다. 일주문은 절에 들어가기 전에 세속의 번뇌를 말끔히 씻고 일심(一心)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세심정. 시나브로 시멘트 포장길을 조금 걸어 올라가면 아담한 모습으로 맞아주는 정자다.  그 오른쪽은 남매탑으로 오르는 길이고 직진하면 은선폭포를 거쳐 관음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직진해서 몇 걸음 옮기면 오른편으로 동학사가 있다. 
인간사에 관여치 아니한다 할지라도, 어차피 이끌라 치면 그들 가운데 묻혀야 하는 것, 비구니들의 전문 강원인 동학사는 그렇게 화두를 던져놓고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생의 행로와 같은 계룡산 산행을 마치고_2
인생의 행로와 같은 계룡산 산행을 마치고_2

돌 박힌 길을 걸어 은선폭포로 향한다. 계곡은 계속 이어지지만 물이 말라 훨씬 을씨년스럽다. 
경사는 점점 급해지고 병풍처럼 펼쳐진 기암 절벽 구비구비 마다 잡목과 천년 노송이 뿌리를 내리고 서서 오르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일행 다섯이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수천년 계룡산을 지켜온 노송을 바라보며 절벽의 허리를 잘라서 놓여진 오름길을 벗어나는 순간, 쌀개봉이 눈에 들어온다. V자 형 산봉우리 형상이 디딜방아를 양쪽에서 고정시키는 걸개를 닮았다 해서 붙어진 이름이라 한다. 

곧바로 왼쪽 나무계단으로 내려서자 은선폭포 전망대이다. 아름다운 경치 속에 옛날 신선이 숨어살던 곳이라 하여 은선폭포라 불리운다. 
가쁜 숨을 내 쉬며 관음봉으로 향하는 능선을 5분정도 치고 오르자 관음정이 눈에 들어온다. 
계룡산에서 길게 뻗어간 향적산 능선과 정답고 아름다운 저 멀리의 농촌의 겨울 들판이 거침없이 눈아래로 쫙 펼쳐진다. 관음봉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동학사는 계곡 아래 멀리 작고 아스라이 보인다. 나무가지 사이로 보이는 국수봉의 통신탑은 하늘로 팔을 뻗어 올리고 있다. 

저 멀리 삼불봉이 의젓한 모습을 하고 빨리 오라고 손짓한다. 관음봉에서 내려서는 철계단은 아찔할 만큼 가파르다.  소나무로 둘러 싸인 바위턱에 앉아 구름 사이로 내비친 햇빛을 받노라니 바람이 내 뺨을 스쳐 지나간다. 지나간 그 바람이 그리워지면서 따스한 햇살 또한 싫지 않다. 
동행자들이 카메라로 경치를 담고 가져 온 물을 마시며 가쁜 숨을 몰아쉰다.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가자 남매탑에 도달한다. 남매탑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애절한 사연 한 토막을 담은 전설은 이렇다. 
어떤 스님이 호랑이를 구해주고 호랑이가 은공을 보답하는 뜻으로 물어온 처녀와 남매의 의를 맺고 불도에 힘쓰다가 한날 한시에 열반에 들게되자 그 뜻을 기념하기 위해 이 곳에 남매탑(오뉘탑)을 세웠다고 한다. 
오층석탑이 먼저 세워지고 후에 스님을 기리는 칠층석탑이 세워졌다고 적혀 있다.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5명이 보조를 맞춰 걷고 걸어 내나라 내 땅의 한자락을 만끽한 오후 5시께 하산하여 뜻깊은 일요일 산행을 마무리했다.
산행은 이렇게 늘 같은 자리에서 누구든지 만나 서로 돕고 챙겨주고 보듬으며 걷는 동행이다. 그래서 더불어 사는 '인생의 행로'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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