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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는 바보상자, 요즘 PC는 분노상자
2013-02-07 01:22:55최종 업데이트 : 2013-02-07 01:22:55 작성자 : 시민기자   이기현

지난 연말 12월의 어느 토요일날 일이었다. 
연말을 맞아 여기저기 많은 모임에서 망년회가 주말마다 이어지고 있었는데 그때 토요일날 하필 중요한 모임의 망년회를 앞두고 대전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남들 다 노는 날 출장을 가는 나도 싫었고, 가족과 함께 보낼수 있는 휴일날 출장도 모자라 저녁에는 망년회까지 있다는 남편에 대한 아내의 불만 역시 하늘을 찌를듯 했으나 달리 도리가 없었다.
수원에서 출발하는 새마을호 열차를 예매했는데 이미 좌석이 다 팔려서 그나마 간신히 앉아서 갈수 있는건 그로부터 2시간 뒤인 오후 12시께였다. 하지만 대전까지 서서 갈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거라도 일단 표를 끊고 나자 2시간동안이나 우두커니 수원역 맞이방에서 멍때리고 있을수가 없어서 지하도를 지나 수원역 맞은편 상가가 밀집돼 있는 곳으로 갔다. 

TV는 바보상자, 요즘 PC는 분노상자_1
TV는 바보상자, 요즘 PC는 분노상자_1

PC방에 들러 e메일이나 확인한뒤 컴퓨터로 업무나 좀 볼 생각에서였다.
PC방 알바생이 안내한 자리에 앉아보니 내 왼쪽에는 30대 초반쯤 돼 보이는 남자가 있었고, 오른쪽에는 20대 초반쯤 돼 보이는 여자가 앉아 있었다. 

나는 이 두사람의 중간에 앉은 것인데 그들은 옆사람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남자는 온라인 슈팅 게임에 열중했다. 여자는 고스톱 게임에 푹 빠져 있었다. 
생면부지인 PC방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신경쓸 일은 아니니 나도 e메일 확인 한 뒤 업무보고용 한글 문서 간단히 작성하고 나자 시간이 아직도 1시간이 남았다. 일단 화장실에 한번 다녀 온 뒤 자리에 앉아 간단한 게임 조금 두들기다가 보니 열차 시간이 다 되었다. 정확하게는 내가 PC방에 1시간 40여분동안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동안 양쪽의 남녀는 엉덩이 한번 떼지 않은채 PC화면에 눈을 고정시키고 변함 없이 슈팅게임과 고스톱 게임에 열중이었다.
언제부터 와서 그걸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가 있는 동안만 벌써 거의 2시간 가까이 되었는데 그동안 자리 한번 뜨지 않은 그들의 인내도 놀라웠고, 그 표정이나 눈빛도, 다리를 꼬고 앉아 발을 계속 떠는 자세도 변함이 없었다. 

PC방에 요금을 지불한뒤 열차를 타고 대전으로 가서 볼일을 마치는데는 큰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현장 확인을 한 뒤 사인만 해주면 되는 일이었기에 곧바로 되돌아 올수 있었다.
대전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2시쯤이었고 일을 마치는데까지 2시간,  수원으로 되돌아 오는 열차시간 2시간에 이런저런 짜투리 시간 뺏긴거 30분까지 해서 수원역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저녁 6시30분쯤이었다. 

하지만 수원역에 도착하 뒤 망년회 약속시간도 하필 8시여서 그때까지 또 1시간 30이 남았다. 
'하는수 없다. 다시 PC방에나 가자'하며 발길을 옮겼다. 마치 귀소본능처럼 오전에 갔던 그 PC방으로 또 갔는데.
PC방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아찔했다. 내가 아침에 앉았던 자리에 중학교 2학년쯤 돼 보이는 학생이 앉아 있는 걸 빼고는 아침에 보았던 그 좌우의 남녀는 아직도 그 자리에서 그대로 컴퓨터를 만지고 있었다.
주변의 자욱한 담배연기도 변함 없었다. 

뭐랄까... 그분들께는 미안한 말이지만 순간 '컴퓨터 폐인'이라는 말이 거짓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과연 나는 이들을 보고 뭐라 말을 해야 하는걸까, 아니면 남이사 PC방에서 죽치고 앉아있든 말든 당신이 뭔데 간섭이냐며 미친놈 소리 듣기 쉽상이니 그냥 모르는척 하고 말아야 하는지 고민 아닌 고민을 잠깐 했다.

그러나 뻔한 결론은 이미 나 있었다. 생면부지인 그들에게 내가 뭐라 한단 말인가.
그저 그 나이의 남자와 그 나이의 여자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진종일 그곳에 앉아 있어야만 했는지, 그 하등 생산적이지 못한 일에 빠져 엉덩이에 곰팡이가 나도록 앉아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묻고 싶을 뿐이었고 궁금증만 가지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제 만난 친구가 홧김에 중학교 다니는 아들녀석의 뒤통수를 한 대 갈겨주었다며 속상해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방과후 오후 2시께 집에 돌아온 아이가 아빠가 퇴근해서 집에 돌아온 7시까지 5시간동안 줄창 게임을 했다는 것이다. 그게 하루이틀의 일이었으면 친구도 참고 넘갈수 있었는데 방학 내내 그러던 아이가 개학한 지금까지 그런다며 이젠 더 이상 양보하고 믿고 기다려줄수가 없어 아예 컴퓨터 전원 케이블을 뽑아다 감춰버렸다며 흥분했다.

이게 친구네만의 일이 아니기에 나도 고민중이다. 모든 가정의 공통된 고민이기도 할것이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니 연말에 수원역에서 본 그 남녀가 떠올라  그 속에 우리아이들이 투영되면서 나도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과거에 TV는 바보상자라 했지만, 요즘 PC는 분노상자라 하면 맞을 것이다.
적당히 필요할때 유용하게 쓰면 정보통신시대의 총아지만, 지나치다 싶으면 이게 마약보다 더 심각한 해악 덩어리이니...
"이놈의 컴퓨터, 이놈의 게임... 아! 정말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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