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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보다는 '안내문'이 어떨까요
2013-02-08 14:15:25최종 업데이트 : 2013-02-08 14:15:25 작성자 : 시민기자   유남규
작년 가을께였는데 인터넷에는 웃지도 울수도 없는, 그러나 상당히 불쾌한 내용이 하나 올라서 씁쓸한 기분을 느낀 일이 한가지 있었다.
미국 뉴욕에 다녀온 한 네티즌이 올린 사진과 글이었는데 사진 속에는 뉴욕시 한 공원에 걸린 안내 표지판이 있었다
 이 공원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 만큼 안내 표지판에는 4개의 언어로 알림 문구가 표시되어 있었다.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다음으로 한국어로도 표시되어 있는데 문제는 한국인을 위한 안내문중 "야생 동물을 죽이거나 해치지 마"라며 반말로 씌여져 있었다는 점이다.

'경고'보다는 '안내문'이 어떨까요_1
'경고'보다는 '안내문'이 어떨까요_1

일반적으로 알림 문구에는 '~해치지 마시오'라거나 '야생동물 포획 금지'라는 식으로 존댓말 혹은 '금지'라며 명사형으로 끊어 쓰는게 맞는데 여기서는 황당하게도 '해치지 마'라며 반말로 돼 있었다.
뉴욕시 담당 직원이 안내간판을 만들면서 한국어로 일부러 반말로 했을리는 없다고 본다. 한국어로는 어떻게 쓰는게 적절할지 알만한 전문가에게 자문을 제대로 받았다면 이런 실수는 하지 않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실수한걸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은근 기분 좋지 않아요" "뭔가 공격적으로 느껴지고 우리 국민을 폄하 하려는 의도가 엿보여요"라며 진의를 의심하기까지 했다.
어쨌거나 그것은 우리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미국 땅이니 더 이상은 우리가 어찌할 방도가 없는 일이므로 그러려니 하면서 웃고 말았다.

하지만 이것과는 방식에 차이는 있지만 결국 이런식으로 불쾌감을 유발하는 안내 간판은  시내에서도 흔하게 자주 접한다.
안내문이 아닌 소위 경고문구여서 불쾌한 것이다.
어떤 사실을 제3자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문장을 안내문이라 하는게 맞는데 그렇지 않고 경고라는 글씨로, 그것도 빨간 색으로 대문짝 만하게 써 붙여 놓고 그 밑에 '~~하지마시오' '금지' '엄금' 이라며 마치 시민들을 범죄자나 불한당 취급하는 투의 이런저런 설명을 항목별로 나열하는 식이다.

우리는 이런 경고문을 한두번 보는게 아니므로 별거 아니려니 하면서 지금까지 생활해 왔고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누가 감히 누구더러 경고라는 말을 쓸수 있는 것인가. 왜 공사판이나 공공 건설현장, 건물의 금지표시 구역 등에 경고라고 써서 불특정 다수의 모든 시민들에게 불쾌하게 만드는 것인가.
이는 '하지마'라고 쓴 뉴욕시의 안내문이 반말이어서 그것을 보는 한국인들에게 불쾌감을 주는것처럼, 제 3자인 그것을 보는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주는것과 똑같은 일이다.
애나 어른이나 그 간판을 보는 순간 시민들은 그 경고문을 단 기관으로부터 경고를 받는 하층민이 되는 것이었다.

며칠전에도 길거리를 지나다가 보니 공사를 하고 있었고 공사판 초입에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는 경고라고 큰 제목을 붙여 놓고 '공사장에는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고 되어 있었다.
나는 속으로 '안 들어간다 짜식아'라며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왜 그 공사장 관계자로부터 경고를 받아야 하는가 말이다. 그 공사장 관계자가 무슨 자격으로 나에게 경고를 하는가.
그냥 안내문이라고 한 뒤 '관계자 외에는 들어갈수 없습니다'라고 하는게 맞지 않나.

도로변 하천에  '경작금지'라는 투의 경고문도 흔하고, 어떤 시설물이나 안전관련 건물에도 역시 경고가 기본으로 씌여져 출입금지'부터 '작동금지' 심지어 "촉수엄금'이라고 씌여진 곳도 있다. 촉수엄금은 손대지 말라는 뜻인데 어디서 그런 말들을 배워다가 써 붙여 놓았는지 어처구니가 없다.
그냥 '관계자 외 만지지 마시오'라든가 아니면 더 부드럽게 '만지지 마세요'라고 해야 옳은거 아닐까.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은 자꾸 지저분해지는 남자화장실 때문에 골머리를 썩었다고 한다. 남성들이 소변을 보면서 '조준'을 잘 못해 변기 주변에 항상 소변이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 닦아도 닦아도 냄새가 가시지 않아 골치를 앓았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한 직원이 소변기 한가운데에 파리를 그려 넣자고 제안을 했고, 실제로 파리를 그려 넣은 후부터는 놀랍게도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은 80%나 줄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소변을 보며 파리 그림을 맞히려 했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
소변기 앞에 선 사람의 시선 바로 앞에 "경고, 소변기에 제대로 용변 볼것'이라고 써 놓았다면? 아마도 소변보던 사람들의 대부분이 기분이 확 잡쳐 일부러 소변기 옆에다 용변을 싸 놓고 나가지 않을까.
별거 아닌듯한 이 애교 넘치는 소변기 파리는 그들의 문화와 여유를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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