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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의 부모님 생각, 고향생각
그리고 , 친정에 가는 기쁨보다 두분만 계시라 한채 올라오는 안쓰러운 마음
2013-02-08 15:06:12최종 업데이트 : 2013-02-08 15:06:12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희

친정에 갔다 올 때마다 늘 안타깝고 허전하다. 지난번 추석에도 예외가 아니었고, 그 후로도 한번 더 찾아 뵈었지만 매번 친정에 다녀 오는 마음이 부모님을 뵈었다는 기쁨보다, 두 분만 덩그러니 계시라 하고 남편과 아이들 승용차에 올라타 쪼르르 올라올 때의 가슴 짠한 마음. 
농촌에 노부모님 혹은 아버지든 엄마든 한분만 사시는 도시의 자식들은 다 같은 마음 일것이다.

자식들을 모두 객지로 출가시키고 두분만 시골에 계시니 고향 친정에 갈때마다 주름살이 바로 직전에 뵈었을때 보다 더 늘어 있는걸 발견하곤 함다.  농사꾼으로 평생을 살아온 분들이니 그건 어쩔 도리가 없다.  하지만 일을 안하시면 심심하다 하시며 소일거리로 조금씩 하시는 것은 그나마도 안하시면 병이 날지도 모르니 소일 삼아 쉬엄쉬엄 하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더 이상은 뭐라 말씀드리지 않는다. 

명절의 부모님 생각, 고향생각_1
명절의 부모님 생각, 고향생각_1

마을이 갈수록 활기를 잃어가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마을 앞 문전옥답은 수년째 사람 키를 넘는 잡초가 우거진 채 묵어 있다. 객지로 나간 주인이 공짜로 내놔도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다고 한다. 
가을철에는 친정집 마을 산의 곳곳에 벌초를 하지 않아 흉한 모습으로 방치된 무덤도 많이보인다. 한때 50호가 넘던 마을에 넘쳐나던 초중고생이 지금은 한 명도 없다는 말에 충격을 받는다. 
여기저기 빈 집이 늘어가고 두분중 한분이 작고하셔서 홀몸노인이 사는 집도 많다. 

이틀 후가 설이다.
명절을 맞아 친정 고향 집에 내려갈 마음에 설레고 있던중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어느 기관에서 조사해 보니 농촌 지역 노인 절반이 자녀가 6개월에 1∼2차례밖에 찾지 않고, 10명 중 4명은 자녀들로부터 용돈을 한 푼도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는 날이 갈수록 효심이 각박해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어서 설을 맞아 고향 길로 향하는 귀성객들이 한번쯤 되짚어 볼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자녀가 6개월에 1∼2차례밖에 찾지 않는다는 것은 기껏해야 명절때 한번 정도인데, 그렇게 간다면 부모님들이 느끼는 외로움은 말할수 없이 클 것이다.

우리 친정의 아들들인 오빠나 남동생, 그리고 여자 자매들은 그래도 참 자주 찾아 뵙는 편이다. 명절 두 번은 물론이고 두분의 생신때, 그리고 여름 휴가때와 함께 남자 형제들은 그것 말고도 자주 간다.
당연한거라 생각하며, 나도 남편과 함께 시댁에 시시때때로 찾아 뵙는다. 

또한 농촌의 살림살이나 경제력이야 뻔한건데 10명중 4명이 자식들로부터 용돈을 받지 않는다면 그분들은 7순이 넘은 고령에 무얼 먹고 사시나. 또 가슴 한쪽이 먹먹해진다.
잠시 일손을 멈추고 고향집에 전화부터 걸었다.
"에미냐? 늬는 언제 내려오냐?"
친정엄마의 반가운 목소리. 시집 가서 출가 외인인 딸이지만 명절날 얼굴 한번 비치는거야 당연지사이니 사위와 손주들도 보고 싶은 마음을 담아 언제 올건지부터 물으신다.

설 당일날 저녁에 친정에 갔다가 다음날 점심때쯤 돌아올 계획이라 말씀 드리자 혹시나 "이번엔 못가요"라는 말 나올까 노심초사 했던 걱정을 싹 씻어내며 밝은 목소리로 한말씀 하신다.
"늬덜 줄라고 시래기 말려 놨다."
남편이 시레기 국을 좋아해서 사위를 위해 준비를 해 두셨다는 말씀이셨다. 부모는 언제까지 자식에게 이렇게 주시기만 하는건지...

어릴적에 같이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지금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이웃집 소꿉친구가 있다. 이 친구 역시 노부모님이 친정에 덜렁 두분만 계셔서 우리 집과 똑같은 처지다.
언젠가 친정에서 우연히 만나서 들은 이야기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번잡한 도시 생활에 쫓겨 수시로 뵈러가진 못하지만 가끔 시골 집에 내려가면 대문간에 서있는 아름드리 은행나무를 쳐다보며 해보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이놈의 은행나무야, 제발 좀 덜 열려라"라고.

은행 열매가 많이 열릴수록 도시로 나가 사는 6남매의 자식들 나눠주려고 은행을 따서 까고 닦고 씻고 말리고 다듬는 잔일손 거리가 많아지게 되고, 그만큼 노부모가 힘드시게 되니까 그런 "제발 좀 덜 열려라"라는 주문을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은행열매가 많이 열리면 열릴수록, 그래서 자식을 위한 일거리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오히려 더 기뻐지는 것이 이세상 어머니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니 원...


명절날만 되면 주차할 공간이 없을 정도로 몰려왔던 자동차들이 수원으로 서울로 부산으로 대구 광주로 떠난 후엔 다시 마을은 적막감에 휩싸여 버리고, 쓸쓸함과 외로움이 오히려 다 크시다는 분도 계신게 명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문 밖으로 고개를 빼어 이제나 저제나 하며 자식들 기다리는 부모님이 계신 고향.
한시라도 빨리 갔다가, 조금이라도 더 기쁘게 해 드리고 명절이 아닌때에도 더 자주 찾아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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