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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단체에서 만든 물건을 사다
2013-02-08 20:54:59최종 업데이트 : 2013-02-08 20:54:59 작성자 : 시민기자   좌혜경
어쨌거나간에 두 발로 서서 내게 닥친 상황을 온전히 자기 힘으로만 헤쳐 나가야 하는 장애인 가정.  
하늘의 뜻이라며 감당하기엔 차라리 벅차기만 한 '낳은 죗값'. 졸지에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고, 다시 버텨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우리 이웃의 이야기 아닌가 한다. 

남편의 회사에는 두가지 종류의 사회적 봉사활동이 펼쳐지고 있어서 아내로써 함께 꼭 참여하고 있다.
하나는 회사 총무팀에서 운영하는 농촌 독거노인 봉사활동인데 이것은 전 사원이 행사때마다 조를 짜서 움직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편처럼 나이가 있는 간부 사원들이 부부동반으로 장애인 시설의 운영을 돕는 일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사회적 직급이나 인적 네트워크가 있는 연령대이므로 그런 장점을 십분 활용해 이 시설에서 장애인들이 만드는 물품을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서 여기저기 팔아주는 일이다.

우리가 돕는 곳은 남편의 회사와 자매결연을 맺은 인천의 자그마한 장애인 시설이다.
최근에는 설 대목을 맞이해 이곳에서 만든 한과와 찹쌀떡을 주문해 친척집과 친지 이웃집 등에 할당을 줘서 팔았는데 사실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장애인 단체에서 만든 물건을 사다_1
장애인 단체에서 만든 물건을 사다_1

장애인 단체를 돕는 일이라면 선뜻 받아주는 사람도 있고, 큰 돈은 아니라도 약간 부담 느끼는 사람들도 적잖다.
아예 친한 친구나 친척, 혹은 동생들과 후배들에게는 "돈 3만원 없어도 살지?"라며 확 떠 맡겨버리기도 하지만 이웃들에게는 매우 조심스럽기도 하다.

어쨌거나 이 정도를 가지고 봉사활동이라고 하기에는 낯부끄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장애인 시설에 가서 우리가 팔아줄 물건을 직접 보고, 그 목록과 할당량을 가져다가 여기저기 판매를 한 뒤에 판매목표가 채워지면 다시 그곳에 가서 승용차에 물건을 싣고 온 뒤 가까운 사람에게는 직접 승용차 타고 다니면서 전달해 주고, 좀 먼 사람에게는 택배로 부쳐주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나름 보람도 있다.
이번의 경우에는 설 대목을 맞아 수주 물량이 많았다. 단체에서는 그렇게 모아진 물건의 양을 받아들더니 지금까지 그 단체에서 물건을 만들어 판 이래 이렇게 많은 양을 받아 보기는 처음이라며 입이 귀에 걸렸다.

물론 우리 봉사팀에서만 많이 주문한게 아니라 그 시설을 돕는 많은 기업과 단체들이 설 대목을 맞아 조금 더 나서다 보니 운 좋게 늘어났던 것 같다.
몇날 며칠씩 야근을 해도 다 못 만들 분량이라며 어제까지 만들어냈지만 정말 우리가 요청한 양은 다 채우지 못했다. 

양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리고 물건을 판 후 장애인들이 받아 가는 돈의 액수가 중요한게 아니라 이들이 느끼는 삶의 기쁨과 희망과 희열이 더 중요할 것이다. 
시설의 관리자분 이야기에 따르면 1개에 1300원씩 소비자에게 팔리는 찹쌀떡의 경우 만드는 쪽에서 남는 이윤은 겨우 150원이라 한다. 워낙 재료비가 비싸다 보니 불가피하게 중국산 농산물을 사용해야 하고, 겉 포장에도 찹쌀과 팥은 중국산이라는 원산지 표시를 해 놓기는 했다.

그러다 보니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개중에 "왜 그런데서 만드는 물건인데 국내산을 안쓰나(큰 필요성은 못느끼는 거지만 단지 좋은 뜻으로 사주는건데 그렇다면 기왕이이면 재료는 국내산을 써 줘야 하는거 아닌가하는 항의성 발언)"라고 묻는 경우도 적잖다.
그럴때마다 그곳의 어려움과 현실을 말하며 양해를 구하느라 진땀을 뺀다. 사실 여기에 국내산 농산물을 쓰면 타산을 맞추는게 불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찹쌀떡은 음식을 만드는 주부 입장에서 봐도 참 맛있고, 크기도 일반 제과점에서 만들어 파는 것 보다 넙데데 하니 크다.
하지만 장애인들이다 보니 기계화를 실현시켜 대량으로 찍어내는게 아니어서 값을 싸게 하기도 어려운데다가, 순전히 수작업으로 일일이 하는 그 손놀림의 속도가 빠르지 못하니 만드는 양이 한계일수밖에 없고 덩달아 큰 수익을 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신들이 장애인이라서 어디에 가서 차별대우를 받지도 않고, 자신들의 처지와 동료의식을 함께 나누며 마음 편하게 일할수 있는 직장이 있는것만으로도도 너무나 행복하게 느끼고 있다.
또한 그분들이 만드는 물건의 양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일터가 있고 동료들이 있고 보람을 느끼고 있는게 훨씬 값지고 중요한 일이었다.

사회단체에서 많이 도와주고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설립된 곳인데 그마저도 시설의 한계 때문에 더 많은 장애인을 받아들일수가 없다고 없어서 안타깝다고 한다. 그곳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장애인이 더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직도 일자리가 없어서 힘든 장애인분들이 많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더 많은 일자리가 이런 분들을 위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을 가져 보았다. 
설을 맞아 이분들도 다같이 고향과 부모님과 가족들을 만나 함께 웃고 행복한 시간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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