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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증후군 씻어준 남편의 '꽃 선물 작전'
거실에 새봄맞이 꽃 한다발쯤 꽂아 겨울 때 씻어내자
2013-02-11 21:32:03최종 업데이트 : 2013-02-11 21:32:03 작성자 : 시민기자   김지영
요즘 젊은 세대는 잘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나이 든 사람들이 물건을 고르거나 구입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한 사항은 '질 보다 양'이었다. 품질이야 어떻든 많은게 좋다는 뜻인데 이유는 그만큼 가난하고 부족하던 시대에 살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현실적인 생활고 때문에 의식주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물건은 구입할 엄두도 못냈다. 예를 들어 먹는데 필요한 쌀과 입는데 필요한 옷 등 생필품을 사고 남는 돈은 자식들 가르치기도 바빴으니 그럴만도 했다.

대표적으로 꽃을 보자.
집안 거실에 화사하게 조화가 아닌 생화 꽃 한다발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꽃에서 나오는 향기가 거실과 집안 가득히 향기를 품어 준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거실에 꽃의 향기가 확 퍼져 있다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기분이 상쾌해 하루 일과가 내내 잘 풀릴것 같은 느낌이 들것이다. 또한 부부싸움도 줄어들고 가족간에 짜증나는 일도 잘 풀어내지 않을까.

하지만 꽃은 이렇게 우리 마음속에서 행복한 기쁨을 주는 존재이면서도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해 생필품에는 들지 못한다.
즉 어려운 살림에 굳이 구입해서 집에 둘만한 물건은 아닌 것이다. 결국 꽃은 졸업이나 입학 축하, 결혼 축하, 생일이나 아기 출산 축하, 입사나 대학 합격 또는 정년퇴직 같은 것등  뭔가 축하해 줄 일이 아니면 좀체로 잘 구입하지 않는 대표적인 물건이다.

설 연휴, 3일 내내 시댁에서 '차례와 손님맞이 상차림 봉사'를 열심히 했더니 허리는 물론이고 어깨와 팔 다리 등 안 쑤시는데가 없다.
오늘 오후 3시쯤 집에 돌아오자 마자 거실에 쓰러져 남편더러 몸좀 맛사지 해 달라고 하자 남편이 정성을 다해 맛사지를 해 주더니 잠깐 바람을 쐬러 간다고 나갔다.

그러고는 1시간이 조금 지났을까.
연휴 기간이라 문 연 곳을 찾느라 오래 걸렸다며 어느 꽃집에선가 예쁘고 커다란 꽃다발을 하나 사서 들고 왔다. 이제 겨울도 슬슬 지나가는 2월이고 설도 지났으니 곧 봄이 올거라며 명절날 시댁에서 노력봉사 하느라 힘든 마누라에게 꽃으로나마 피로를 플어주려고 사왔다며 내게 꽃다발을 척하니 안기는게 아닌가.

꽃을 보니 마음의 피로가 조금 풀리는 느낌에 향기도 좋아서 웃음이 슬그머니 나왔다.
"이 아저씨가 갑자기 웬 센스를 부리는거예요?"
생각잖은 남편의 행동에 약간의 '의구심'이 들어 물었지만 남편은 "그냥"이라며 웃는다. 그 웃음이 '사기'를 치는것 같지는 않아서 일단 진정성을 받아들였다.

꽃다발을 받아 화병에 넣고 거실 한가운데 세워 놓은 후 2시간 조금 넘게 곯아 떨어졌을까. 남편이 저녁 밥 해 달라고 흔들길래 설핏 깨어 소파에서 일어나 보니 아, 정말 집안 가득 꽃의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있었고 그 향기에 취해 나는 아주 달콤한 잠에 취해 있었나보다. 

명절 증후군 씻어준 남편의 '꽃 선물 작전'_1
명절 증후군 씻어준 남편의 '꽃 선물 작전'_1

이렇게 맛있게 단잠을 잔 적이 있을까 싶을만큼 숙면중의 숙면을 취하고 나니 3일 연휴기간 내내 시댁에서 차례준비 하고 손님들 치르느나 힘들었던 명절 증후군 피로가 거짓말처럼 싹 가셨다. 남편의 '꽃 작전'이 성공한 셈이다.
덕분에 연휴의 끝을 기분좋게 정리하면서 생각해 보니 살아가면서 우리는 너무 경제적인 것, 효율적인 것, 실생활 위주로만 생각해 온게 아닌가 하는 반성이 좀 들었다.

요즘에는 사업가들도 소비자들이 품질, 성능만으로 제품을 선택할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한다.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들의 눈 높이가 갈수록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출시되고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의 오감(五感)을 이용하는 마케팅 전략이 중요시 된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시각 효과를 비롯해 청각이나 미각을 노리는 마케팅이 기본으로 깔리면서 이 틈새에는 '애인 같은' 향내음이 비집고 들어선다고 한다.
감미로운 향기로 구매 충동을 일으키며 판매촉진 분위기를 한껏 돋우는 것인데 그게 바로 향기 마케팅이라나. 우리 오감 중 각종 자극이나 정보에 가장 민감한 감각이 후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여행사 사무실에선 상큼한 코코넛 향을 발산시켜 관광충동을 불러일으키고, 레스토랑에선 레몬향으로 분위기를 최대한 살린다. 심지어 멜로물 영화관에선 관객의 감동지수를 높이려고 은은한 아이리스 꽃향기를 뿌린다는 것이다. 
남편도 어디선가 그런 마케팅 전략을 주워 들었는지 꽃 향기로 나의 피로를 플어주고 대성공을 거둔 것 같다. 

이제 설도 지났고 곧 봄이 다가올 것이다.
주부님들, 쌀과 반찬 같은 것만 생필품이라 생각하지 말고 꽃도 한번쯤 소중한 생필품이라 여기고 마음에 드는 향기로운 꽃 한다발쯤 사다가 거실에 꽂아 둬 보자.
집안에 봄 향기 물씬 풍기는 꽃은 그동안 겨우내 묵은 때를 벗어 던지고 집안 분위기를 바꿔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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