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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장애학교의 졸업식
2013-02-11 22:28:25최종 업데이트 : 2013-02-11 22:28:25 작성자 : 시민기자   김윤남
미국의 미시간 주에서 태어나 어렸을적부터 시각 장애를 안고 살았던 소년. 친구들은 그를 비웃고 놀려대서 그는 항상 왕따였다.
그러나 그는 시각장애를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 들이면서 그 반대로 뛰어난 능력을 지닌 청각을 활용해 나름대로 꿈을 키웠다. 그 꿈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것이었다. 그는 덕분에 놀랍게도 12살에는 최연소로 당당히 빌보드 챠트에 올랐고 이후 Isn't she lovely와 같은 수많은 명곡을 발표하여 금세기 최고의 팝 아티스트가 되었다. 

그게 누굴까? 우리나라 웬만한 30대 이상이라면 다 아는 팝 가수 '스티비 원더'이다.
장애를 안고 있으면서도 어려움을 참아 내며 꿋꿋이 학교 과정을 마치고 시회로 나오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동과 감회는 어떤걸까. 그것을 우리가 감히 다 설명은 할수 없겠지만 실로 가슴 벅찬 그 무엇 이상이 아닐까 한다.

며칠전 설을 앞두고 그동안 봉사활동을 다니던 곳에 자그마한 설 선물을 들고 갔더니만  장애우 한 친구가 금년도에 중학교 과정의 졸업식을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선물을 뭘 사줄까 생각하다가 아, 졸업시즌이구나 싶기도 했으면서 한편으로는 죄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졸업시즌이라며 그동안 일반 학생들이나 일반 학교 졸업식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장애인과 장애인 학교에 대해서는 왜 졸업식 생각을 안했을까 하는 것 때문이었다.

정신지체 특수학교인 충청북도 제천의 모 학교가 있다. 1년 전이었던 작년 2월 중순께 친하게 지내던 사람의 아들이 졸업식을 한다 해서 그곳에 찾아가 축하를 해준 적이 있었다. 
이 학교는 다목적 교실에서 유치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까지 골고루 장애인 학생들을 배출하는 곳이었다. 

어느 장애학교의 졸업식_1
어느 장애학교의 졸업식_1

장애인 학교 졸업식은 처음이었으나 막상 가서 직접 눈으로 보니 참 남달랐다. 장애인 학생들과 교사들이 드럼과 전자기타 연주를 하고 노래를 하면서 졸업식 행사장을 축제장으로 만들었다.
교사들로 구성된 밴드가 직접 졸업생들에게 신나는 공연을 선사했으며 졸업생들의 가족, 친구, 교사들이 졸업생에게 바라는 소망을 담은 영상 메시지가 깜짝 상영되기도 했다.

특히 졸업생 모두에게 상장이 주어졌다. 우정상, 어울림상, 희망상, 용맹상, 믿음상 이런식으로 각기 이름을 달리해 각양각색의 상장을 주고 받는 학생과 교장 선생님 모두 따뜻한 가슴속의 마음을 나눠 가졌다.
보통 수상자가 시상대에 올라 상을 받지만 청암학교는 내빈과 교사들이 졸업생이 앉아 있는 자리로 찾아가 상을 전달하고 격려를 해줬다.

지인의 아들도 시력장애를 안고 있었는데 이 장애우는 시력을 완전히 잃은게 아니라 약간은 시력이 남아 있는 상태여서 웬만큼은 희미하게나마 식별이 가능했지만 앞으로 시력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고 언젠가는 완전 시각장애인이 될거라고 한다.
그동안 시력이 남아 있을때 조금이라도 더 보고 배우고 싶어 최선을 다해서 중학교 과정을 마치게 되었노라며 학생의 어머니는 눈시울을 붉혔다.

모든 학생들의 졸업식 과정을 지켜보면서 졸업가가 울려 퍼지자 아이 키우는 부모로써 가슴이 뭉클해 왔다. 아쉬웠던 일도 기쁨에 들떴던 일도 모두 학생들의 앞날에 비옥한 거름이 되어 달라는 마음속의 기도를 올렸다.
무대 위에서 한 사람씩 졸업장을 주며 악수를 하던 교장 선생님도 감회에 젖는 듯했다. 떠나는 학생들을 위한 격려사가 이어졌다. 

졸업이라는 문을 열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한 출발점에 선 학생들. 늘 긍정의 자세와 따뜻한 가슴으로 새로운 경험을 설렘으로 받아들이라는 교장선생님의 마지막 당부. 그리고 살다 보면 간혹 젖은 날을 만나더라도 아침이 되면 나팔꽃처럼 금세 활짝 피어나길 바란다는 말씀이 덧붙여졌다.
졸업생을 대표해 한 학생이 답사를 하자 이를 지켜보던 몇몇 선생님의 두 눈에 눈물이 흘러내리는게 보였다. 학부모석 곳곳에서도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 그 오랜시간 힘겨웠던 나날을 이겨내고 졸업에 이르른 아들 딸들이 대견스러워서였을 것이다. 

답사에서는 목사가 되겠다는 학생, 스티비 원더 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학생, 장애우 학교 선생님이 꿈인 학생도 있고 김연아 선수같은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될거라는 학생까지 소개하며 각자의 인생의 포부가 다 실현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전했다. 
모든 장애우들이 운명처럼 안고 있는 그것을 잘 극복하고, 힘들 때에도 자신을 믿고 '우보만리'의 마음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길 기도 했다.

심장을 뛰게 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의 삶에 최선을 다할 수 있으면 더없이 좋으리라.  
희망의 꽃눈을 틔우는 2월, 이제 전국 곳곳에서 학교를 졸업하는 이 세상의 모든 장애우들이 더 행복하고 매일매일의 삶에 항상 마음 가득 흐뭇한 일만 있기를 간절히 아주 간절히 신께 기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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