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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단 하나만의 집을 짓는다는 진리
설날 만난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2013-02-11 23:40:14최종 업데이트 : 2013-02-11 23:40:14 작성자 : 시민기자   문성희
설날 오랜만에 만난 가족끼리 오순도순 모여 앉아 차와 동동주도 한잔씩 하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제가 요즘 경제문제로 이어졌다. 
그리고는 너나 할것 없이 자영업자는 수입이 줄어들어 하루하루 밥 먹고 살기 힘들고, 직장인들도 언제 해고 될지 모르는 불안한 생활의 연속이라며 이야기의 주제가 슬그머니 정치분야로 넘어 갔다. 

최근에 낙마한 총리 후보자와 이번에 또 새로 임명된 다른 여러 후보들 이야기까지 나왔다.
우리같은 서민들은 정치 문제에 대해 깊이 알지도 못하고 왈가왈부 할 마음의 여유도 없다. 그저 직장 잘 다니게 해 주고, 장사하는 서민들 밥벌이가 조금 더 수월하게 잘 되고, 길거리의 노숙자들 한명이라도 줄어들면 그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순박한 사람들이다.

요즘 전세가격이 아파트 실 매매거래가에 거의 80%까지 육박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는 판국이다 보니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는 늘 핵심 메뉴가 되었다.  그래서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다른 무엇보다 집 문제, 그중에 아파트 다운계약서 같은게 유일한 이야깃거리다. 
고위층에 있는 사람들이 다운거래계약서 같은 것을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쓴 사실이 드러났으니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마음은 기분이 별로 안좋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돈도 좋지만... 있는 사람들이 더 하는거 같아."
시아주버님의 따끔한 한마디였다.
"그러니까 예전에 서민들이 너도나도 아파트 장만하려고 그 난리들 친거잖아요. 그러다가 지금은 거래조차 안돼서 이자도 못 내서 죽을맛들이라니 원 쯧쯧..."
이번엔 남편이 거들었다. 

새는 단 하나만의 집을 짓는다는 진리 _1
새는 단 하나만의 집을 짓는다는 진리 _1

한때 아파트는 짓기만 하면 돈이 되었고, 분양만 받으면 그 즉시 프리미엄이 몇천만원씩 따라 붙던 로또같은 것이었다. 
참말로, 사람에게는 먹고 입고 자는게 가장 중요하고 그중에 하나가 바로 잠자는 집인데. 그 안식처로써의 집에 대해 우리는 왜 그걸 투기의 대상으로만 생각해 그토록 집착하고 매달린걸까. 꽤나 철학적인 궁금증을 가지고 생각을 해 보았다.

지구상의 문자들 중 집을 뜻하는 글자가 가장 많은 것은 중국의 한문일 것이다. 우리는 기껏 '집' 정도이고 영어도 '하우스' 말고는 특별히 더 없지만 한문은 그렇지 않다.
어릴때 뜻도 제대로 모르면서 달달 외웠던 "하늘 천 따지 집 우 집 주"라고 했던 이 '집 우(宇) 집 주(宙)'는 말 그대로 집이었다. 이 두 글자가 합쳐진 우주(宇宙)라는 집은 누가 뭐래도 이 세상, 저 세상 통틀어 가장 넓고 큰 집이다.

한문중에는 집 소(巢)라는 글자도 있는데 이 '소'는 새 등 짐승과 벌레 등 미물의 집을 말한다. 그래서 소는 가장 넓은 집 우주에 비해 가장 좁은 집이 될것 같다.
그것 말고 집 당(堂)이 있고 큰 집 전(殿)도 있다. 여기서 큰 집은 곧 궁궐을 말한다. 요즘 같으면 청와대라고나 할까.   
또한 집 옥(屋)이나 집 가(家)도 있다. 이밖에도 집 택(宅), 집 사(舍), 다락집 각(閣) 등등 헤아리자면 한이 없다.

요즘 한자를 배우지 않은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과거 학창시절에 중학교에는 완전 정규과목이었고 고등학교 들어가서도 1년 정도는 정규과목으로 배웠던 한문이기에 짧은 실력만으로 찾아낸 집에 대한 한자가 이토록 많다.
내가 열심히 일하고 부지런히 돈을 벌어서 집을 몇 채 소유한들 그거야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이고 재테크의 수단인데 왜 당신들이 왈가왈부 하느냐고 따질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집이란 우리가 몸을 거두어 들어가 앉아 편히 쉬는 안식처이고 보금자리다. 거기에는 딱 하나만의 집만 있으면 된다.
이렇게 안식처로서 하나만 필요한 그것을 서너채씩 사고 파는 것도 모자라 세금 조금 덜 내려고 다운계약서를 썼다는 것은 서민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참 어렵다.

새는 그 넒은 숲 속에서도 단 하나만의 집을 짓는다(소림일지 : 巢林一枝)고 한다. 이는 자기 분수에 맞게 산다는 의미도 있지만 직역으로 하자면 하나의 가지에 오직 자기가 필요로 하는 집 하나만 짓는 것이니 우리가 오늘날 배울게 참 많은 한자 성어가 아닐수 없다.
집에 관한한 무수히 많은 단어를 가지고 있는 한자어이지만 분수에 맞게 집을 가지라는 뜻의 소림일지(巢林一枝)를 떠올려 보면 한 채의 집으로 만족할 수 있는 덕목을 새에게서 배워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오늘 우리 수원에도 많은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다. 차를 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광교 같은 대단지뿐만 아니라 수원비행장 옆에서도 아주 큰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보금자리를 만들자고 하는 아파트, 집.  아파트를 사고 팔면서 차익을 남기고, 그 덕분에 아파트 분양가를 올려 놓은 결과 그걸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영영 전세만 살다 말라는 게 돼버린 현실은 그저 아타깝기만 할 뿐이다.
오늘 다같이 소림일지(巢林一枝)를 한번 더 되새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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