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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앞에서 부모의 말조심
"선생, 선생"이 아니라 "선생님"이라고 해요
2013-02-12 10:29:41최종 업데이트 : 2013-02-12 10:29:41 작성자 : 시민기자   오수금

지난주 명절 전이었던 7일날, 점심시간에 버스를 타고 가는데 마침 그날 졸업식을 했는지 모 중학교 앞에 버스가 서자 졸업식을 마친 많은 학생들이 학부모와 함께 올라 탔다. 
내가 서 있던 바로 옆으로도 자녀의 졸업을 축하해 주기 위해 행사장에 참석했던 어떤 엄마 둘과 그 딸아이 둘이 같이 서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서로는 졸업식 이야기부터 시작해 대입시 이야기, 친구의 수석 졸업 이야기, 교복 물려주기 이야기등 학부모로써 관심 가는 부분과 공감 가는 내용도 있어 옆에서 듣는 처지인데도 유난히 관심있게 들렸다.
그러나 아이들이 모든 말 표현을 "선생님"이라고 하는 것과 달리 두 엄마는 미리 약속이나 한듯 두 딸에게 연신 "늬 선생" "그 선생" "저번에 말한 영어 선생"이라며 계속해서 "선생님" 대신 "선생"이라는 호칭을 했다.

나는 교직에 있는 친인척도 없고 막연히 아는 교사 지인만 한두명 있을뿐 현직 교사와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학부모가 아이들 앞에서 끊임 없이 "선생, 선생"하는 말은 귀에 무척 거슬렸다.
물론 어른들끼리 있는 자리에서 대화중에 일일이 "선생님"이라고까지 말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 

그러나 배우는 아이들 앞에서, 그것도 지난 3년간 자기 자식들을 돌봐가며 가르쳐 준 스승을 칭하는 상황에서 선생이라고 표현 하는 것은 자녀교육에도 바람직하지 않을 뿐더러, 학부모 스스로의 인격도 깎아 내리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설사 교사의 나이가 어리다 해도 그것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스승이라는 부분에서 당연히 "선생님"일고 하는게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듣는 가운데서 학부모가 교사에 대해 이런식으로 계속 '님'자를 뺀 "선생"이라고 칭한다면 다른 부모가 다른 아이들에게 그 부모를 가리켜 "늬 애비, 늬 에미"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그 말을 만약 당사자가 우연히 들었다면 얼마나 불쾌할까.
요즘 책이든 영화나 드라마든 눈여겨 보면 선생이라는 말의 쓰임새가 워낙 험악하게 쓰이고 있음을 알수 있는데 학부모들이 그런걸 잘 몰라서 그러는걸까?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사람과 사이에 서로 부르는 호칭도 많이 폄하되고 쌀쌀해졌는데 대표적으로 바로 이 '선생'이라는 호칭이 그렇다.
우리가 어릴적에 자랄때는 선생님을 쳐다볼 때 목 위를 보아서는 안 되고 선생 앞에서는 사람만이 아니라 개를 꾸짖어도 안 된다고 배웠다. 이뿐만 아니라 웃는 일이 있어도 이빨을 드러내고 웃지 말며, 스승과 함께 식사를 할 때는 10분의 7만 먹고 남김으로써 배부르게 먹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지금이야 세상이 많이 달라져서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그런 기본교육을 전제로 선생님을 마음에서부터 존경하는 자세만큼은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전통사회에서는 선생님은 늘 사람들의 존경하는 주체였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사람과 사람이 서로 시비를 걸 때나 비난하려 할 때 상대방을 부르는 호칭으로 '선생'을 쓴다.
'서~언새~앵'하고 억양을 넣어 길게 늘이면 야유하거나 비아냥 대거나 얕잡거나 비꼬는 호칭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선생께서 왜 그래요?" 하거나 "선생, 그만 좀 합시다"는 말은 상대를 존경해 부르는 호칭이 절대 아니고 얕잡거나 까불지 말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더구나 "어이, 서~언생" 하고 부르는 호칭의 경우는 상대를 아주 하대하는 뜻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선생'이란 말은 원래 '님'자를 붙여 좋은 말이었는데도 그 말의 이미지가 나쁘게 변한 대표적인 단어중 하나가 되었다.

아이들 앞에서 부모의 말조심_1
아이들 앞에서 부모의 말조심_1

요즘 학교폭력 사태가 학생들간의 일만이 아니라 학생들이 교사를 때리거나 위협하는 일로 번져 아주 심각한 교권추락을 걱정하고 있다.
심지어 남자 교사도 아닌 여교사를 때리는 남학생들의 뉴스를 듣노라면 우리가 어디서부터 아이들을 잘못 가르치고 있는건지 참담하기 이를데 없다.

굳이 따지고 들어가 보면 아이들을 가장 먼저 가르치는 가정에서 부모들이 교사를 무시하거나 "선생, 선생"하는 식으로 폄하를 하니 아이들이 그렇게 보고 배우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내 아이가 남들을 괴롭히지 않고, 또한 나의 아이가 남들로부터 맞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일을 막는 것 역시 내가 스스로 선생님에 대해 아이들 앞에서 존경심을 표하는 것부터 시작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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