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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예쁜 아이의 입에서 그런 욕설이?
2013-02-12 11:31:41최종 업데이트 : 2013-02-12 11:31:41 작성자 : 시민기자   임윤빈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조카의 졸업식에 참석했던 날 이었다.
대강당에서 졸업식이 열렸는데 좁은 공간에 420여명의 졸업생과 학부모들이 몰려 여간 혼잡한게 아니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3년간의 학업을 무사히 마치고 정든 교정을 떠나는 자리이니 다들 축하해 주고 웃고 기뻐하며 즐거운 행사로 이어졌다.

교장 선생님의 축사와 학생 대표의 답사가 이어지고 상장과 상품도 주어졌다.
대강당에서 1부 메인 졸업식이 완료가 된 후 아이들에게는 졸업앨범이 마지막으로 주어져야 하는데 조카네 반은 담임선생님이 학급으로 돌아가 직접 전달해 주기로 했다며 각자 자기네 반으로 돌아갔다.

언니와 나도 아이의 반으로 따라 들어갔다. 오랜만에 고교 3학년 졸업반의 교실을 보니 옛 생각도 나고 추억도 떠올라 잠시 묘한 생각에 잠겨보기도 했다.
반에 아이들이 모두 다 들어 찼고 교실 뒤와 옆, 그리고 복도에는 미처 비좁은 교실로 들어가지 못한 학부모들이 창 안으로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앨범 나누어 주는 장면을 지켜보며 스마트 폰과 카메라로 연신 촬영 하느라 바빴다. 

그렇게 예쁜 아이의 입에서 그런 욕설이?_1
그렇게 예쁜 아이의 입에서 그런 욕설이?_1

담임 선생님은 졸업생 40명을 하나씩 일일이 불러 앨범을 건네 주며 아이들을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는 "대학 가서도 열심히 해라 알았지?" 라든가 "재수하면 더 좋은 성적 낼거지? 합격하면 꼭 연락해" "너는 취업했으니까 직장생활 열심히 하거라. 선생님이 응원할께"라며 아이들의 신상에 관해 일일이 한가지씩 필요한 격려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옆에서 지켜보니 참 보기 좋았다.

아이들은 졸업이라는 들뜬 마음에 시끌시끌 교실이 떠나갈듯 정신없이 산만했지만 선생님만큼은 숙엄하고 진지하게 아이들에게 졸업의 의미를 알리고 계셨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중 교실에 앉아있던 아이들 중에 유난히 큰 목소리의 한 여학생이 눈에 띄었다. 아니, 처음에 교실에 들어갔을 때부터 귀에 거슬리는 말투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 졌지만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고 난 후엔 좀 나아지려니 하고 기대하며 지켜 보았지만 선생님이 학생 하나하나를 호명하며 격려와 함께 앨범을 나누어 주는 동안에도 쉴새 없이 떠들며 산만하게 굴었다.

아이들이 졸업식이어서 들뜨고 해방감에 그럴수는 있겠으나 문제는 그 아이 입에서 쉴새 없이 욕설이 튀어나왔다는 점이다.
주위에 자기와 친한 친구 몇 명만이 있다면 제녀석들끼리 하는 말이니 그럴수는 있을 것이다. 물론 제녀석들끼리 있어도 욕설은 안하면 더 좋겠지만.

어쨌거나 그 자리는 졸업식 행사장인데다 선생님이 계신 자리고, 주변에는 그 아이의 부모가 왔는지 어쨌는지는 알수 없으나 수많은 또래 아이들의 가족 형제들이 와서 지켜보고 있는 자리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이는 전혀 신경 안쓰면서 육두문자를 날리며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아이의 욕설을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뜨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여학생 입에서 나온 욕설은 '아, XX'로 시작됐는데, 이어 쌍욕 릴레이가 펼쳐졌다. 아이가 쌍욕을 해대며 누군가 제3자를 끄집어 내어 그 친구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며 욕을 하는 것이었는데 졸업식 끝난 후 저희들끼리 노래방에 가서 스트레스 풀기로 약속했는데 그 아이가 펑크를 냈고, 그 때문에 모든 약속이 뒤틀렸다며 그에 대한 반응이 이처럼 욕으로 표출된 것이었다.  

이 여학생은 시종일관 큰 소리로 당당하게 잡담을 나누면서 앞뒤 주변 학생들에게 "야, 시끄러, 짜증나 XX, 고만해라 XXX아"라고 신경질을 부리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을 무시하는 건 기본이고, 욕설에 막무가내식 대화를 하는 이 여학생 언어 태도는 말로 다 할수 없었다.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더 가관인 것은 거친 욕설을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내뱉는 이 학생의 태도였다. 담임 선생님이 앞에 있고, 부모들이 즐비하게 지켜보는 가운데서 그런데, 친구들과의 일상에서는 오죽할까 싶었다. 

선생님은 순서가 되자 그 친구도 불러 앨범을 건네주며 뭐라뭐라 격려의 말씀을 잊지 않았다. 아이는 "네" 그러면서 듣는둥 마는 둥 마치 나꿔채듯 앨범을 받아 들고 자리로 돌아와 여전히 욕설을 해 가면서 떠들었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앨범을 받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을 끝으로 졸업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조카 아이한테 물었다. 도데체 걔는 어떤 애이며 무슨 욕을 그렇게 험하게 하느냐고.

그러나 조카로부터 내가 들은 답변은 약간 의외였다.
조카는 상당한 모범생이었고 공부도 잘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간 아이였다. 그렇기에 그런 아이에 대해 묻자마자 아주 나쁜 평이 나올줄 알았다.
하지만 조카는 그 아이가 원래 좀 그렇게 구는 아이이고 욕설도 많이 하기는 하지만 요즘 고등학생들 또래 사이에서 그정도 욕은 기본이라고 하는게 아닌가.

"그럼, 너도 그렇게 욕하니?"
조카에게 물은 내 질문이었다. 아이는 자기는 그렇게까지는 욕은 안하지만 웬만한 아이들은 웬만큼의 욕은 입에 달고 산다는 것이었다. 또한 기본적인 욕은 욕설이라고 느끼지도 않는다며 이모인 날더러 요즘 아이들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투로 말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여학생 얼굴은 상당한 청순가련형 미모에 들었다. 여자인 내가 봐도 예쁜 얼굴이었는데 그런 모습에서 어떻게 'X새끼, 담탱이(담임선생), 졸라(매우 많이), 레알(정말) 같은 말이 다반사로 쓰이고 그게 잘못이라는 생각은 전혀 안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고교 졸업식에서 본 아이들 교실의 또다른 풍경, 더 이상 이대로 두면 안될것 같다는 생각만 자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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