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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발렌타인데이, 어떻게 생각 하세요?
2013-02-14 08:48:40최종 업데이트 : 2013-02-14 08:48:40 작성자 : 시민기자   오승택

새벽에 부엌에서 딸그락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달콤한 잠에 푹 빠져 있었는데, 그릇 부딪히는 소리 때문에 깜짝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누가 밤 중에 부엌에서 밥을 먹나?하고 부엌을 가보니, 누나가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검은 빛깔을 주걱으로 휘젓고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초콜릿을 녹이고 있었다. 
뭐 하는 짓이길래 새벽에 부엌을 점령 했냐면서 자초지종을 물어 봤더니 하루 뒤면 발렌타인데이라서 남자친구와 회사 사람들을 위해 만드는 중이라고 했다.

 

오늘은 발렌타인데이, 어떻게 생각 하세요?_1
오늘은 발렌타인데이, 어떻게 생각 하세요?_1

발렌타인데이?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이다. 유명한 날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나도 알고 있었지만 밤 중에 초콜릿을 만들고 있는 것은 좀 아니지 않은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누나이기 때문에 이해는 하지만, 요즘 누가 다 큰 성인이 초콜릿을 챙길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회사 사람들에게 한 봉지씩 나눠 주는 것은 다 예쁨 받는 하나의 행동이라고 설명 했다. 센스 있게 식 후 먹을 수 있게 소량을 포장 하여 나눠 드리면 다들 좋아한다는 말도 일리는 있었다. 그리고 나서 많은 양의 아기자기한 초콜릿은 남자친구를 위해 준다는 것이었다. 

몇 년 동안 초콜릿을 주는 날을 챙긴 적이 없었는데 올 해는 유난히 발렌 타인 데이에 집착 하는 누나가 보였다. 아무래도 분위기에 따라 휩쓸린다는 말이 있듯이 해가 거듭 될수록 발렌 타인 데이의 입지가 넓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누나도 분위기에 이끌려 가는 듯 보였다. 
초콜릿을 있는 대로 집어 넣어서 녹이는데 양이 어마 어마 했다. 사온 초콜릿 양만 해도 2만원을 족히 넘을 것만 같았는데 돈 낭비지 뭣 하러 저리 사서 고생을 하는지 이해도 안갔다.

나와 같은 솔로들은 별로 달갑지 않은 날이다. 내일은 쉴 수 있는 주말도 아니고 출근을 해야 하는 날이라서, 양 손에 받은 초콜릿을 가지고 거리를 활보 하는 남자들이 많을 텐데 그것들을 내 두 눈으로 다 봐야 하는 게 가슴 쓰리다. 내일만큼은 눈 뜬 장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출근 준비를 할 것이며, 나에게 발렌 타인 데이란 그냥 평일이나 마찬가지로 여기고 있다. 
초콜릿 회사에서 고안해 낸 방법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 오고 있을 테지만, 상술 치곤 뿌리 깊게 박혀 있어서 이제는 빼 낼 수조차 없다. 

초콜릿이 피로회복이 좋은 기능을 하기 때문에 하루에 한 두 개씩 먹는 것은 이롭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발렌 타인 데이라는 명목 하에 한 두 개씩 나눠 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 하지만, 도를 넘어서 행위들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이다. 
배 보다 배꼽이 더 커져 버리는 행위들 때문에 '상술'이라는 단어가 붙어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이 '상술'이란 단어를 떼어 내기 위해서는 발렌 타인 데이도 변화 할 필요성이 있다.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행할 수 있는 날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매 년 2월 14일에는 초콜릿을 재료로 해서 만드는 달콤한 음식들을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주는 문화가 생겨 난다든지, 아니면 초콜릿 회사에서 발렌 타인 데이 날을 맞이 하여 초콜릿 판매를 해서 생겨 난 수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등의 행사가 펼쳐지면, 하나의 좋은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날이 될 것 같다.

참고로 내가 이렇게 발렌 타인 데이의 상술적인 면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가 혹시나 가장 본질적인으로 좋아하는 남자에게 고백을 위한 날인 발렌 타인 데이에 초콜릿 하나 받지 못할 것 같아서, 태클을 거는 것은 절대 아니란 것을 말 해주고 싶다. 

아무튼 누나의 '새벽 고군 분투'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발렌 타인은 커플들에게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기념일인 것은 틀림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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