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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을 홀대 하지 않는 사회
2013-02-25 12:51:24최종 업데이트 : 2013-02-25 12:51:24 작성자 : 시민기자   정진혁

"여봐, 나이 들어서 좋은게 뭔지 아는가?"
"예? 글쎄요. 제가 아직 할아버님만큼 연배가 못 돼서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요"
며칠전 회사 직원들과 함께 노인 복지시설을 방문했는데 할아버지 한분이 내 소매를 슬그머니 잡아 끌며 진지하게 물으셨다.

예상 못한 질문이기에 적잖게 당황했고 또한 뜨악하기도 했다. 물으시는 의미가 뭔지 정확하게 모르는 상태에서 자칫 잘못 대답했다가는 본의 아니가 상처를 드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늙으니까 힘이 빠져서 좋아. 힘이 없으니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쓸데없는 짓 안하게 되니까 좋은 거지. 마음이 편해지잖아."
"네, 그러실수도... 하지만 할아버님 생각을 말씀 하시는게 쓸데없는건 아닐것 같은데요. 인생의 경륜에서 나오시는 말씀이잖아요"

나의 말에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시며 "그렇게 생각하는 젊은이들 많이 없어"라신다.
그러시면서 "나이 들어 쓸데 없는 참견 안하는게 좋은데, 반대로 점점 말이 많아지는 노친네들이 있어요. 안그런가? 자네도 봤을거 아닌가. 그러면 싫지? 노인네들 잔소리 말이야. 노인들이 나이 먹으면서 참을성이 오히려 더 없어지는거 같어. 참내, 나이 먹어도 철이 안들었어, 철이... 쯔쯧"

할아버지의 말씀을 들으면서 몇가지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 할아버지 말씀이 옳으신건지, 아니면 틀린건지.
할아버지는 젊은 사람들 일에 참견하지 말고 그냥 지켜볼뿐인게 제대로 늙으시는 노인분들의 더 나은 모습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이건 요즘 젊은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 어르신들의 말에는 아예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뜻도 되었다.
그건 우리 젊은이들이 노인세대를 너무 홀대하고 무시한다는 이야기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베이비부머 시대에 우리를 낳아 길러주신 어르신들에게 이제는 늙었다며 아예 상대조차 안하려 드니까 어르신들이 미리부터 "너희들끼리 놀아라, 우린 안 끼어 들란다"하시며 서로간의 보이지 않는 '신사협정'을 맺고 물러나 주는 것이다. 

그렇데 어르신들은 젊은이들과 멀어지시고, 외로워 하시며 홀로 사시다가 나중에는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을 부양할 자식이 있는 부모들도 다 똑같은 일이다.

어제 오후 수원역에서 전철을 타려던 순간이었다.
오후 2시쯤이어서 날도 좀 푸근한 때라 노인분들의 이동이 많았는데 전동차가 출발하려는 순간 육중한 몸체가 덜컹 하면서 멈춰섰다. 
닫히려던 차 출입문이 열리면서 "어이쿠, 못탈뻔 했네"라는 말과 함께 노인 한분이 숨을 헐떡이시며 올라 타셨다. 

다시 출입문이 닫히고 전동차가 출발했다. 할아버지는 두리번 거리신 후 노약자석쪽으로 발길을 옮기셨고, 그 직후 뒤에서 들리는 말.
"노인네들이 꼭 저렇게 출발하려는 열차를 잡아 세운다니깐. 어떤 때는 가방부터 집어 넣기도 해. 바빠 죽겠는데"
젊은 남자와 여자가 앉아서 나누는 대화였다.

어르신들을 홀대 하지 않는 사회_1
어르신들을 홀대 하지 않는 사회_1

자기들이 바빠서 빨리 가야 하는거야 내가 알바 아니지만, 그렇다고 뒤늦게 전동차를 좀 잡았기로서니 노인분 뒤에서 그런 뒷담화를 하는 소리는 듣기 거북했다. 전동차를 잡기 위해 가방이나 우산 같은 것을 닫히는 출입문에 밀어 넣으며 전동차를 세우는 사람들은 노인들뿐 아니라 사실은 젊은 남녀들이 더 심한데도....
그런데도 이들은 그분이 단지 할아버지라는 이유만으로 폄하를 하고 있었다.

일본의 속담에 '젊은 사람에게는 지게 돼 있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어른을 원로로 모실 줄 아는 일본 젊은이들은 겸양한 자세로 노인의 말에는 귀기울여 준다고 한다. 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또 노인이 가는 찻집이 따로 있고, 젊은이가 가는 술집이 따로 있다. 어쩌다 노인이 젊은이가 다니는 술집엘 잘못 들렀다가 입장을 거부당하는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이것이 너무 심하다 보니 TV에서 혹여나 노소 차별 없이 어울리는 것을 보면 오히려 부자연스럽고 망측한 생각까지 든다.

노인들의 말은 잘 들으려 하지 않고 오로지 뒤로 한발 물러서 있기만을 바라고 있는 세태. 아울러 갈수록 경로효친에 대한 의식은 작아지는 반면, 노인은 감정도 없고 능력도 없고 힘도 없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짐만 되는 존재라는 인식이 크게 퍼지고야 말까 두려울 정도다.

어르신들은 오로지 맹목적인 공경의 대상이 되는 것도, 혹은 동정의 대상이 되는 것도 원치 않으신다. 또한 그것들이 어르신들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중요한건 함께 얘기하고 함께 일하면서 그분들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해 사회속으로 편입하게 해 드리는 것이다. 젊은 세대가 그분들의 인생의 경륜을 존중하는 사회가 옳은 것이다. 어르신들을 홀대하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기성인들이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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