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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아내가 물에 빠지면 누구 먼저?
2013-02-27 12:21:07최종 업데이트 : 2013-02-27 12:21:07 작성자 : 시민기자   박나영
어제는 우연히 TV를 보는데 고부갈등을 주제로 전문가인 사람들이 나와서 토크 하는 장면이 나왔다. 내용도 공감 가는 부분도 있고 재미도 있어서 잠시 눈여겨 보았는데 고부갈등 사이에서 고민하는 남편과 그 대처법중에 한가지 우스갯소리가 소개 되었다.
"어머니와 아내가 물에 빠지면 누구 먼저 구할거죠?"
남편더러 물은 이 질문. 남편이 어찌어찌 답을 못한채 얼굴이 벌개지며 우물쭈물 했다.

TV에 출연한 한 여성전문가는 남편이 지혜와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하며 예를 들어 주었다.
한여름에 덥다고 문 열라는 아버지와 모기가 들어온다고 문을 닫으라는 어머니 사이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기장을 설치하는거라 했다. 결과론적으로는 사실 가장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며느리를 얻은 고모님이 최근에 해준 이야기가 있다.
고모님이 새댁시절에 시어머니께서 쉽사리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사소한 일에 꼬투리를 잡으며 꾸지람을 주셨다고 한다. 그 서슬 퍼런 눈빛도 이제는 8순을 넘기신 연세 앞에서는 무척 무뎌져서 꼬장꼬장 했던 옛 모습은 찾아 볼수 없고... 이제는 그저 조용하게 늙어 가시는 그 모습이 머지 않은 날의 고모님 자신의 모습 같다며 안쓰러워 했다. 

옛날에 그래도 뼈대 있는 집에서는 예비며느리를 들이기 전에 혹독한 시험기간이 있었다고 한다. 
시어머니 되실 분의 매서운 구술면접이 그거였다. 살얼음 같은 냉혹한 질문에 막힘 없이 답을 말하고 수 차례 어려운 질문에 통과하면 그때서야 며느리 감으로 인정을 받고 그렇지 못하면 거기에 따른 부당한 대우로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고 한다. 그게 바로 시집살이였다.

얼마전이 설이었는가 싶었는데 어느 샌가 슬그머니 대동강 얼음도 녹는다는 우수가 지났고 곧바로 정월 대보름이 엊그제였다.
그동안 겨우내 켜켜이 묵어 있던 베란다의 된장 항아리 주변에 끼인 곰팡이가 점점 검게 변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얼른 마른 휴지로 닦아봐도 그 순간뿐이다. 
'시어머니께서 우리 집에 오셔서 이 된장독을 보면 뭐라 하실까'싶어 풀썩 웃음이 나왔다. 아마도 어머니께서는 이제 그런 곳에 눈여겨보실 안목은 접으셨겠지...

농담처럼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3대 미친 여자 시리즈'가 있다.
그 하나는 며느리가 딸인 줄 아는 여자이고, 둘째는 사위가 아들인줄 아는 여자이며 마지막 세 번째는 며느리의 남편이 아직도 자기 아들인 줄 아는 여자였다.
우연히 이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웃었지만 이중에 맨 마지막 며느리의 남편이 자기 아들인줄 착각하는 여자라는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그게 곧 고부갈등의 씨앗일수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아내의 갈등이 빚어질 때마다 남자는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 양쪽의 비난을 받는다. 어머니를 진정시키려다 불효자에 팔불출로 몰리고 아내를 설득하려다 마마보이 배신자라는 덤터기를 뒤집어 써야 하니 따지고 보면 남편들도 그런 면에서는 참 불쌍한 신세가 아닐수 없다.
남편들 나름대로 이쪽에서는 이쪽 편 들고, 슬그머니 저쪽에 가서는 저쪽 편 들어가며 이중스파이 노릇으로 어떻게 위기를 모면해 보려고 시도는 하지만 이미 어머니와 아내는 그런 이중플레이도 아 알아차리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처방에는 콧방귀도 안 뀐다.

꼬장꼬장 하면서 요즘 세태를 약간 거부하시는 시어머니들과의 마찰이 갈등을 부른다.
예를 들면 식탁에서 보니 어린 손주 녀석이 먹던 밥은 그냥 음식물 쓰레기 속으로 직행하고, 집에 있을 때는 천 기저귀 쓰라고 일부러 사다주고 일러 주었건만 1회용 기저귀의 편한 맛에 중독이 되어버린 젊은 엄마들은 연신 1회용을 쓴다. 시어머니 눈에 그게 달가워 보일리 만무다. 

어머니와 아내가 물에 빠지면 누구 먼저? _1
어머니와 아내가 물에 빠지면 누구 먼저? _1

맞벌이 하다 보면 어쩔수 없는 이런 것들이 시어머니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낭비로만 보이는 것이다. 거기서 한마디 하면 일이 커진다.

그래서 현명한 시어머니들은 아들네 집에 가서 일부러 이것저것 눈여겨보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눈여겨 찾아 보면 어느 구석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고, 그걸 발견하는 순간 그냥 지나치기 어렵고, 결국 한마디 하면 그게 집안 분위기 차갑게 만드는 폭탄이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며느리를 맞아들이면 시댁에서는 그녀를 새아기라고 불렀다. 나도 마찬가지로 어머니게서 "아가, 아가"하셨다.
아기는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라면서 젖을 빨거나 뒤집고 기고 일어서고 걷는 동작들을 안간힘을 다해 연습한다. 수없이 많은 실패를 거듭하다 마침내 발짝을 떼었을 때 부모는 가슴 벅찬 기쁨을 느낀다. 
그 과정에서 부모는 아기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건강상태는 어떤지 세심하게 보살피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말썽을 부리거나 걱정과 고통을 안겨주더라도 인내하며 아기에게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행복을 찾는다. 이게 아기와 부모사이의 필연적인 인간관계다.

며느리와 시부모 사이도 마찬가지로 이런 관계의 기본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면 참 편할듯 하다.
새아기에게 시댁은 사람도 다른데다 가풍 생활습관 가치관 문화 음식 등 다 낯설 수밖에 없다. 달라진 환경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자신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시간이 걸리고 주변의 도움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므로 시부모는 며느리라는 아기에게 부족함은 감싸주고 자질은 향상시키면서 만족하지 않더라도 칭찬하고 격려는게 고부 갈등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새아기라는 호칭조차 구시대적이라고 한다지만 고부 갈등은 분명 가족의 행복, 집안의 화목을 막는 큰 장애요인이다.
이제 다시 며느리에게 '새아기'라고 호칭했던 따스한 시부모의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한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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