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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철, 자녀 조카들에게 만년필 선물
요즘 아이들 난필은 만년필로 글씨를 좋게 할수도 있음
2013-02-27 15:37:38최종 업데이트 : 2013-02-27 15:37:38 작성자 : 시민기자   이기현

아이들 글씨를 보면 참 엉망이다. 어떻게 이렇게 난필일까 싶어 걱정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렇다고 영어 단어를 머릿속에 주입시키듯이 글씨가 하루아침에 제대로 써 지도록 가르칠수 있는게 아니니 더 답답하다.
"너는 글씨를 발로 쓰냐, 물구나무 서서 쓰냐?"
아빠의 힐난에 아이는 항상 준비된 대답을 똑같이 한다.
"아빠, 이거는 잘쓰는 거야. 우리반에 글씨 엉망인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초등학생 딸내미의 대답이 기가 막히다. 그런 글씨체가 그중에 잘난거라니. 그것도 자랑이라며 제녀석의 난필을 크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으니 원.

과거에는 펜글씨 교본이라는게 있었다. 길이 20cm전후의 막대나 플라스틱 펜대에 금속으로 된 펜촉을 꽂아 잉크를 찍어가며 쓰던 펜 글씨.
그걸로 글씨 연습을 했고, 바르게 쓴 글씨가 인격수양에 도움이 된다 하여 펜글씨 교본을 바탕으로 글씨만 전문으로 가르치던 사설 학원까지 있을 정도였다.

조그만한 볼이 구르면서 글씨를 쓰게 하는 펜이 볼펜이었고 이렇게 잉크를 찍어서 쓰는것으로는 그런 펜대형 펜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 잉크형 펜이 고급화 되어 휴대하기 편하게 만들어진게 바로 만년필이었다.
지금이야 잉크를 찍어가며 쓰는 펜은 완전히 사라졌지만 만년필은 여전히 나온다. 그러나 만년필을 쓰는 청소년은 거의 없다. 대부분 어른들이 장식용으로 두고 쓰거나, 아니면 그래도 품위를 가지려는 사람들이 쓰는게 만년필이다. 

입학철, 자녀 조카들에게 만년필 선물_1
입학철, 자녀 조카들에게 만년필 선물_1

세월이 지나면서 만년필보다는 볼펜이 편리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만년필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품격은 볼펜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금도 정치인이나 외교사절이 유명한 국제조약을 맺거나 어떤 제휴와 협정안에 서명할때는 거의 다 만년필을 쓸 만큼 그 품격은 무시할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막 굴려서 쓰는 볼펜과 달리 만년필은 아이들 글씨를 좀 더 바르게 쓰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될거라고 본다. 

나 역시 지금도 만년필을 애용하는 만년필 애호가 축에 들지만 아픈 추억도 있다.
70년대 중학교 시절, 교문 앞에는 한달에 한번씩 정도 찾아 오는 중고 만년필 장수가 장 보따리를 펼쳐 놓고 등하굣길 학생들을 불러 모았다.
"중고 만년필 가져 오면 돈 줍니다"
요즘 아이들 말 표현처럼 '신상'을 팔거나, 만년필 정도면 백화점 정도에 가서 사고 파는 그런게 아니라 중고 만년필을 사러 오는 장삿꾼 이었다.

집에서 안 쓰고 묵혀있던 만년필, 혹은 아버지나 형이 서랍에 넣어 두고 있던 만년필을 가져 오면 돈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안쓰고 묵고 있던게 아니라, 대부분 비싼 가격의 만년필을 집 밖으로 들고 나갔다가 분실할까봐 집에서만 쓰던거였는데 그것도 모르고 귀찮아서 안쓰는 물건으로만 여긴 나머지 고가의 만년필을 중고 장삿꾼에게 갖다 바친 친구들도 많았다.
당장 주겠다는 현금에 눈이 멀어서 그런 것이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그땐 모르고 나중에 더 성장해서 안 일이지만 당시에 만년필 장수가 세상 물정 모르던 어린 중고생들에게 중고 만년필을 사들인 이유는 그걸 수리해서 새것처럼 만들어 팔기 위해서가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는 만년필 펜촉에 금(GOLD) 성분이 있으므로 그걸 녹여 팔기 위해서였던 것 같았다.

당시에 큰 형은 어디서 구했는지 책상서랍 구석에 깊이 감추어 놓은 보물 만년필이 있었다. 형도 그걸 마음대로 가지고 다니지 못하고 거의 '관상용'으로 모셔놓다시피 하면서 사용을 했다.
나는 호기심에 가끔씩 이 만년필을 몰래 가지고 학교에 가지고가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 앞에 또다시 어김없이 중고 만년필 보따리상이 나타났고 가져오기만 하면 후한 값을 쳐 주겠다며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날 밤에 나는 별 궁리를 다 하다가 결국 형의 만년필을 슬쩍 꺼내다가 다음날 만년필 장수에 팔아버렸다. 그때 돈으로 얼마를 받았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오로지 군것질을 하고 싶은 마음에 만년필을 팔아 치운 것이다.

그 다음날.
집에 난리가 났다. 만년필이 사라진걸 알아챈 형이 동생들 모두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하나씩 추궁을 하며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은 것이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형은 당시에 공부를 참 잘했는데 그 만년필은 중학교 졸업 당시 우수졸업생 상품으로 받은것이라 했다.

애지중지 아끼던 그것이 사라졌으니 형의 충격이 컸음은 물론, 어떻게든 '도둑'을 잡고 만년필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눈에 날이 서 있었다.
 내 책 가방에서 나온 과자 봉지. 그게 결정적인 단서가 되어 나는 꼼짝없이 걸려들었다. 과자를 살 돈이 어디서 생겨났는지 알리바이를 댔어야 하지만 요즘같이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는 신식 가정이 아니었기에 사실대로 실토할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에 형과 함께 교문앞에 가 보았으나 만년필 장수는 이미 자리를 떴고 형의 충격과 실망감은 말할수 없이 컸다. 형은 뭐라 아무말도 못한채 어깨를 축 늘어트린채 발길을 돌렸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내게 만년필의 추억은 그렇게 아픈 기억이 먼저였다. 다 가난탓이기는 했지만...

지금이야 형이나 나도 마찬가지로 만년필 정도는 좀 좋은거 사서 쓸 여유가 되어 만년필 마니아가 되었다. 
아이들에게도 글씨 잘 쓰기를 바라는 마음에 만년필을 권하곤 한다. 
이제 입학철이다. 입학하는 자녀들에게 만년필을 선물해 보자. 글씨체 뿐만 아니라 인격 수양에도 큰 도움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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