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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세대를 홀대하고 무시하지 말자
전철 안에서 겪은 어떤 일화
2013-03-09 16:05:26최종 업데이트 : 2013-03-09 16:05:26 작성자 : 시민기자   이영희

"아니, 이 여편네가 정말... 노인네라고 무시하는겨? 어따 대고 말을 함부로 하는겨?"
퇴근길에 전철이 성균관대역을 지나 화서역으로 다가서는 순간 객차 안에서 들리는 호통소리. 60대 후반쯤 되어 보이시는 한 할아버지가 전철 객차 안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큰 소리로 누군가를 향해 꾸지람을 했다.
할아버지의 호통소리에 기가 죽었는지 창피했는지 한 젊은 주부가 "어머, 어머"하면서 전철이 화서역에 멈춰 서자마자 서둘러 하차했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분노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여편네가 저래가지고서야 집에서 애들 가정교육이나 제대로 시키겠어? 원 쯧쯧쯧. 요새 젊은 것들이 말이지. 어따 대고 함부로 지껄이는겨?"
그러자 바로 옆에 서 있던 중년의 젊은 남자가 "할아버지 참으세요. 그만 하세요"라며 만류했다.
"당신도 들었잖소? 저 여자 하는 소리. 그게 시애비뻘 되는 나한테 할 소리요? 그래 안그래?"
할아버지가 재차 동의를 구하자 중년의 남자도 그 아주머니가 말을 실수했다며 할아버지께 역정 거두시고 참으시라고 거듭 부탁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옆의 또 다른 젊은 여성이 "맞아요. 저 아줌마가 말을 워낙 잘못했네"라며 할아버지의 말씀을 거들었다.
그제서야 가쁜 숨을 몰아쉬며 붉게 변한 얼굴색으로 분노를 키우던 마음을 가라앉히시는 할아버지. 3명의 대화를 들어보고, 잠시전에 도망치듯 빠져 나간 아줌마의 행동을 보면 뭔가 할아버지를 무시하는 듯한 말을 했다가 꾸지람을 듣고서는 '아차' 싶었는지 후다닥 달아난것 같았다.

어르신 세대를 홀대하고 무시하지 말자_1
어르신 세대를 홀대하고 무시하지 말자_1

무엇이 할아버지의 심지를 돋구게 했을까. 아줌마가 할아버지의 어떤 신경을 건드렸기에 점잖으신 분이 전철 안에서 큰 호통 소리를 내셨을까.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주변의 다른 사람들 말을 모두 종합해 보면 확실히 그 아줌마가 뭔가 잘못한게 맞았다.
그 전후 과정이야 잘 모르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아줌마의 말 실수 뿐만 아니라 그런 말의 잘못이 결국 할아버지 같은 노인세대에게 무시한다는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지 오래 된 우리나라 노인세대의 특징이라면 나이는 이미 60대 후반 70대라 해도 건강은 50대 후반 60대 중반 밖에 안되는 분들이 많다.
요즘 젊은층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얼짱, 동안, 근육질 같은 말들의 영향도 컸을 것이다. 이런 젊은층의 문화 속에서 "우리라고 못할 쏘냐"라고 생각하시며 실제로 운동과 등산으로 단련된 노인세대의 건강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적다.

몸이 건강하기 때문에 정신도 말짱하여 정신의 나이는 몸의 나이보다 더 젊기 때문에 당신네 스스로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젊은 사람들이 노인이라고 약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 그걸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무시했다가는 큰 코 다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의 건강은 젊은층과 똑같다고 생각하고 계신분들에게 노인 취급하며 우습게 아는 말을 했으니 할아버지가 화가 나셨던 모양이다.

과거에 '엄마가 뿔났다'라는 TV 드라마가 한참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노인의 사랑 이야기가 단연 화제였다.
우리는 TV를 보면서 '아하, 노인도 사랑의 감정을 가졌고 사랑을 할 줄도 아는구나!'라는 것을 새삼 알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는 결코 노인을 홀대하는 나라는 아니다. 전철이나 버스를 타면 노인석이 지정되어 있고 게다가 전철은 아예 공짜다.

새로 탈 노인을 위하여 젊은이들은 노인석이 비어 있어도 앉지 않는게 우리의 관례이고 도덕의 기본 원칙이다. 외국인들이 부러워 하고 신기해 하는 우리만의 독특한 아름다운 문화인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극장은 할인을 해주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곳에 따라 무료다.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노령연금도 주고 의료에서도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 이만하면 노인을 위해 웬만한 정도의 배려는 해드린다고 생각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서의 노인의 삶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노인에 대한 깊은 편견 때문인것 같다.
일정한 나이에 이른 사람이면 그 개인차에도 불구하고 아무 쓸모도 없고 아무 능력도 없는 사람으로 보고, 그런 노인은 생각도 감정도 없는 존재로 취급하는게 우리가 가진 노인에 대한 기본 감정이다. 그러다 보니 노인과 함께 대화를 하지 않으려 하고 함께 어울리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 노인분들 스스로 항상 "젊은 것들, 저것들이 나를 늙었다고 무시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것이다.
나의 부모님도 늙고, 나도 언젠가는 늙는다. 내가 나중에 그런 꼴을 당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노인세대에 대한 공경의 마음에서 젊은층들의 인식이 좀 바뀌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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