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치과의사 기러기아빠 자살사건을 접하고
2013-03-12 03:08:33최종 업데이트 : 2013-03-12 03:08:33 작성자 : 시민기자   이학섭

3일전 대구에서는 또 치과의사 한명이 오랫동안의 기러기 아빠 신세 끝에 외로움을 못이겨 자살을 하고 만 사건이 방송에서 보도되었다.
이 시대를 사는 남자로써, 아빠로써, 남편으로써 참으로 안타깝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치과의사라면 누가 뭐래도 어느 한구석 부족할데 없는 직업에 사회적 지위인데다 경제적으로도 모자람이 없을것 같다는게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생각이다. 심지어 남들이 부러워할 위치다.
그런데 기러기 아빠가 뭐길래... 누구를 위해 무슨 인생의 황금알을 낳겠다고 가족과 떨어져 살다가 그런 험한 결정을 했을까.

가족이 뭘까. 다같이 모여 오순도순 얼굴 보고 살며, 매일매일 웃고 행복을 나누는 한 울타리 안의 소중한 피붙이가 가족 아닌가.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턴가 무슨 엄청난 것을 얻겠다고 그렇게 머나먼 나라에 아내와 아이들을 보내는 일을 유행처럼 따르기 시작했다. 

그걸로 잘 돼서 아무 탈 없이 좋은 결과만 생긴다면야 본인들이 좋아서 한 일을 두고 제3자인 우리들이 굳이 왈가왈부 할 일은 아니겠지만 결국 외로움에 못이겨 아빠가 자살하고야 마는 사건이 터졌다.  그리고 기러기 아빠의 자살은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그렇게 외로워 할 일을 애초부터 왜 결행했을까. 즉 애시당초 왜 기러기 아빠를 선택했을까 하는 점이 그것이다. 

요즘 나는 영화 한편 때문에 눈물도 흘려 보고, 평소 즐겨 보지 않던 TV도 보게 되었다.  최근에 '7번방의 선물'이라는 영화 때문에 눈시울을 붉혀 봤고, 요즘은 또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 덕분에 가족과 아빠라는 위치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 것이다.

'7번방의 선물'은 지적장애를 가진 아빠와 7세 딸 사이의 애틋함이 그대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리고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은 스타 아빠와 실제 자녀들이 1박2일간 외지에서 함께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인데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 보니 감정이입을 하게 되고, 또한 오래전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때를 되돌아보게 되어 남다른 생각도 든다.
아마도 내 나이때쯤의 아빠들이 다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진한 가족애와 함께 아빠와 아이가 어떻게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지, 좋은 아빠는 어떤 모습인지, 아빠로서 아이와 가족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되돌아 보게도 만든다. 
그리고 여기서 얻는 가장 소중한 교훈은 바로 가족, 가족사랑 그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교육열은 두말할 것 없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소를 팔아서라도 자녀를 대학에 보냈기에 우골탑(牛骨塔)이라는 말이 만들어졌고, 그런 교육열이 이제는 세월이 흘러 가족들과의 생이별을 감수하면서도 영어권 국가에 자녀를 조기유학보내는 기러기 아빠까지 만들어 냈다.

치과의사 기러기아빠 자살사건을 접하고_1
치과의사 기러기아빠 자살사건을 접하고_1

하지만 당시의 우골탑과 요즘의 기러기 아빠는 근본부터 다르다. 우골탑은 최소한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지만 기러기 아빠는 "우리 애 만큼은 뛰어나게 하겠다"는 과잉 욕심의 산물이라 할수 있다.
아이의 생활비를 대기 위해 기러기 아빠는 한국에 남아 뼈 빠지게 일만 한다. 결국 수많은 기러기 아빠들이 돈, 가족을 보고 싶은 외로움, 건강문제라는 삼중고를 겪으면서 결국에는 지친 나머지 극한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자녀를 출세시키겠다는 생각과 스스로 선택한 일이니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하지만 설사 자녀들이 유학에서 성과를 거두었더라도 긴 이별 끝에 이미 가족이 무너져 버린 상태라면 그런 출세는 어디에 써 먹을건지도 기러기 아빠가 되기 전에 깊이 생각해 볼 일이 아닌가 한다. 
가정은 아이들의 출세를 시키기 위해서 돈만 벌어서 대주는 곳이 아니다. 가족 사이의 정서적 교류, 휴식과 놀이, 부모의 가르침, 부부의 정서적 사랑, 경제적 자립과 살가운 인간관계의 기본을 느끼는 소중한 공간이며 최소한의 사회 단위이다.

또한 부부와 부모 자식 사이에서 이런 돌봄을 주고 받을 필요성은 일생 동안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러기 가족은 이런 가정이 가지는 돌봄과 이해, 사랑의 역할을 빼앗아 버리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번 자살 사건에서 보듯 기러기 아빠의 죽음은 우리에게 가족이란 일상적인 관계를 나누고 스킨십을 가져야 하는 존재임을 알려주고 있다. 다같이 다시한번 가족이란 우리에게 진정 어떤 존재인지 깊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