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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 해결 없이는 '사는 맛'도 없다
2013-03-13 13:47:04최종 업데이트 : 2013-03-13 13:47:04 작성자 : 시민기자   박나영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벌고 해도 하루하루 사는 게 급급해 어디 변변한 저축 하나 더 늘릴 겨를조차 없는 근로자들, 이런 상태가 계속 된다면 소위 '사는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며칠 전 회사 직원들끼리 회식을 하게 됐는데 화제가 자연스럽게 금년도에 대학에 들어간 자녀가 있는 직원들의 요즘 대학교 이야기부터, 졸업생들의 취업난 문제 같은 걸로 이어졌다.

그러는 와중에 부장님의 아들이 이미 1년 전인 작년에 대학을 졸업했는데 아직도 취업이 안 된 상태라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마음 같아서는 내가 우리 회사의 자리를 내놓고 나가고, 그 대신 아들을 신입사원으로 채용해 달라고 하고 싶어. 애가 가는데 마다 하는 이야기가 전부다 계약직 뿐이라는 거야"라며 요즘 젊은이들의 취업난을 대변했다.

이어서 소주 한잔 마시며 더한 한마디는 "에이 참. 사는 게 재미가 없어. 사는 맛이 있어야지 원!"이었다. 자식 키우는 부모로써 듣는 내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생활고 해결 없이는 '사는 맛'도 없다_1
생활고 해결 없이는 '사는 맛'도 없다_1

한때는 누군가의 불법적인 사실을 사진으로 찍어 고발하면 돈을 주는 '파라치'가 유행했다. 카파라치, 봉파라치, 파파라치 등등. 그러던 유행어가 요즘은 무슨무슨 '푸어'로 바뀌었다. 신혼때 빚지고 시작한다 해서 허니문푸어, 집 장만 하느라 목돈 들어간 뒤 이자 갚느라고 허덕거리는 하우스푸어, 아이 낳고 기르는 양육비가 감당이 안 되는 베이비푸어 같은 게 요즘 유행하는 푸어 낱말들이다. 거기다가 최근에는 워킹푸어라는 말도 새로 생겨났다.

날마다 열심히 일은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생활보호 수준의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근로자들이 워킹푸어에 든다고 한다. 매일 신문과 방송에서 나오는 양극화의 한 단면이 바로 이 워킹푸어 아닐까 싶다.

너나 할 것 없이 잘 살고 싶어 한다. 잘 사는 것의 기본은 어쨌거나 간에 기본적인 경제적 여유가 필수일수밖에 없다. 하지만 매일 똑같은 빈곤의 악순환만 계속되고 뭔가 터널의 끝이 안보이고 어둠만이 길게 늘어뜨려져 있다면 그 현실은 도무지 암담하기만 할 것이다. 그야말로 사는 맛이 안 난다면 삶 자체가 얼마나 허망하고 재미없겠는가.

요즘 워킹푸어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많다. 취업이 안 되는 건 기본이고, 설사 취업을 해도 계약직이다 보니 수입이 많지 않은 사람들. 

낮은 임금을 받다 보니 기를 써 봐도 생활은 제자리를 맴돌 뿐 나아질 기미가 없다고 한다. 덕분에 저축이나 노후준비는 언감생심이어서 결국 부지런한 가난뱅이에 속한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일은 일반 직장인 대부분이 자신을 워킹 푸어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 취업포털 사이트가 최근에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봤더니 일반 직장인 응답자의 70.1%가 자신을 워킹 푸어라고 여겼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월급으로 생활비를 감당하기가 빠듯해서란 답변이 70%대였다고 한다. 

그래도 꼬박꼬박 월급을 받고, 매달 나오는 월급 덕분에 예측 가능한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이 그렇게 생각할 정도이니 그보다 못함 최저생활비 정도만 받거나 계약직의 사람들이 느끼는 정도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기업들이 정규직 수를 자꾸만 줄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대부분 계약직에 파견직, 위탁사원,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같은 식으로 비정규직만 돌리고 돌려 운영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88만원 세대라는 자조적인 유행어가 생겨났고 편의점, 음식점 같은 열악한 여건 속에 일하는 청소년들은 말할 것도 없다.

워킹 푸어에 속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경제는 날로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누군가가 돈을 벌어서 적당히 쓰고, 기업은 덩달아 자신들이 만든 물건이 팔려야 회사가 운영되는 기본구조여야 하지만 비정규직 워킹푸어 세대들은 충분한 소비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이 없기 때문에 소비가 부진해져 기업의 생산 활동도 정체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구조는 시간이 흐를수록 악순환을 거듭한다는 점이다.
한번 워킹푸어로 전락하면 벌어들이는 소득은 전부 기본적인 생활비로 사용해야 하고, 기업은 기업대로 불황을 견뎌내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고용을 보장해야 하는 정규직보다는 언제라도 쳐낼 수 있는 비정규 계약직만 찾게 되기 때문이다.

젊은 층의 취업과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줄여야만 워킹푸어가 줄어들 것이다. 그래야 경제가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양극화도 조금이나마 해소되지 않을까. 이대로 가다가 결국 너도나도 외치는 푸어 유행어가 나중에는 자칫 희망마저 사라지게 하는 대명사로 굳어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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