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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앱 덕분에 행복한 뚜벅이
2013-03-13 15:00:13최종 업데이트 : 2013-03-13 15:00:13 작성자 : 시민기자   권혁조

뭐든지 익숙해지기만 하면 그 뒤부터는 일사천리로 적응하며 진행하는 게 사람의 습성인 것 같다. 출퇴근은 물론이고 가까운 거리에 누굴 만나러 가는 일 조차도 승용차에 앉아 '부르릉' 출발해 갔던 나였지만 불과 몇 년 전부터 걷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좀 먼데는 전철과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다 보니 그 습관이 완전히 생활화 되었다. 

걷기는 평소에 자주 못 보던 남녀노소의 이웃들, 학생, 상인 모두를 만나게 해준다. 
아침에 만나는 이웃들의 얼굴은 굳어 있거나 긴장되어 있지만 저녁에 만나는 얼굴들은 여유가 있어 보인다.

버스를 타고 항상 맨 뒷좌석 우측에 앉는데 시선은 창밖에 펼쳐지는 지나가는 모습들에 꽂힌다. 아가씨들의 얼굴, 머리, 옷차림을 보면 요즘 유행하는 패션을 알 수 있고, 거리의 샐러리맨들을 관찰해 보면 얼굴에 생기가 느껴지거나 고민도 읽혀진다.  모두 다 우리 사회의 얼굴들이다. 

그러다가 인계동 수원시청 뒤에 가면 젊음과 생기가 넘실거리고, 팔달문 시장으로 나서면 서민들의 힘찬 삶의 심장소리와 후끈한 땀 냄새도 맡을 수 있다. 그런 나에게 진정 '걷는 것의 끝판왕'을 실현케 해준 게 있다. 바로 스마트폰 앱이다.

스마트폰 앱 덕분에 행복한 뚜벅이_1
스마트폰 앱 덕분에 행복한 뚜벅이_1

얼마 전 저녁, 아이들이 들고 다니던 스마트폰에 뭔가를 설치하고는 좋아라했다. 뭘 가지고 그렇게들 호들갑이냐고 묻자 "아빠는 갈쳐 드려도 안쓰실거예요"라며 나를 싹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내가 스마트폰 사용법을 잘 몰라 아이들한테 물을 때마다 "아빠는 이거 왜 사셨어요? 그냥 옛날 그 폰이 더 편하실텐데"라며 핀잔을 주던 아이들이었으니 스마트폰의 최신형 프로그램에 대해 관심 갖는 내가 이상할 뿐이었던 듯 했다. 여기서 슬그머니 오기 발동. 뭐냐고 재차 묻자 큰놈이 최신형 내비게이션 앱이라며 작동 원리를 알려줬다.

내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어딜 간다면 만나기로 약속돼 있는 사람과 동시에 이 앱을 깔아 놓은 상태에서 서로간의 이동경로를 연동시켜 주는 것이다. 그러면 A에게는 B의 위치와 현재 이동경로, 그리고 B에게도 A의 현재 위치와 이동 경로가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에 계속 표시되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정말 기가 막힌 애플리케이션 아닌가 싶었다. 이런 게 바로 오늘날의 디지털 기술의 혁신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들더러 내 스마트폰에도 당장 그걸 설치해 놓을 것을 명했다. "아빠가 이걸 뭐에 쓰시게요?"라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또다시 무시하는 괘씸한(?) 둘째 놈의 표정과는 상관없이 이 앱이 걸어 다니는 것을 즐기는 나에게는 정말 요긴할 듯 했다.

길치인 내가 그렇잖아도 잘 쓸 줄 모르는 스마트폰의 기능 중 제법 많이 활용하는 게 바로 이 내비게이션이다.

휴대폰조차 없던 시절에는 누군가를 만나기로 한 장소를 찾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그저 공중전화 박스까지 달려가 해당 업소에 전화를 걸어 위치를 묻고 또 묻곤 했다. 그 후 휴대폰이 보편화 되면서 어딜 찾는 게 수월해 졌으나 이것도 역시 목적지에 들어앉아 있는 사람과 전화를 걸어서 "어디서 좌회전, 어느 모퉁이에서 우회전, 사거리에서 길 건너지 말고 왼쪽으로" 등 실시간 생중계를 하면서 찾아야만 했다. 그러던 게 이제는 내비게이션이 달린 스마트폰이 나왔으니 길치인 나에게는 가히 혁명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군다나 복잡한 시내에 승용차를 가지고 나갔을 경우 주차 공간이 없어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몇십 분씩 빙빙 돌아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어졌다. 만남의 장소까지 제시간에 딱딱 데려다 주는 나의 거대한 전용 자가용인 전철이 있고, 창밖 풍경을 감상케 하며 느긋한 여유를 주는 버스가 있으니 한결 여유가 있다.

같은 대중교통이지만 지하철은 서울쪽으로 올라가면 죄다 땅 속으로만 달리니 약간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 수원으로 오르내리는 1호선 국철은 전 구간이 지상이어서 이것도 수원시민들에겐 축복이다. 레일 위를 철커덕 철커덕 달리는 전철 안에서 차창 밖에 펼쳐진 계절의 풍광을 사시사철 보며 다닐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이제는 아이들 덕분에 최신식 길 찾기 앱까지 깔았으니 승용차 탈일은 더욱 줄어들었다. 
버스를 타고 창밖을 보며 즐기는 마음의 여유, 길을 걸으며 얻는 마음의 휴식, 그런 여유 속에 열심히 사는 이웃들을 한 번 더 보고, 수원시의 대기 환경도 좋게 하는 일석3조의 효과. 오늘도 내일도 나는 뚜벅이족의 행복 속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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