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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가게에 오시는 그 할머니
당신이 어려우셔도 늘 자식걱정 먼저 하시는 마음
2013-03-18 15:46:16최종 업데이트 : 2013-03-18 15:46:16 작성자 : 시민기자   임정화
이웃집 효진이네가 집 근처에 아담한 햄버거 가게를 하나 장만했다. 햄버거라고 해서 요즘 유명한 프랜차이즈 그런게 아니라 샌드위치 빵에다가 야채나 육류를 넣어 만들어 파는 수제 햄버거다.
이웃집에서 가게를 마련했으니 응당 축하할 일이고 하나라도 더 팔아주는게 우리의 미덕이다. 
아니 우리는 효진이네와 진짜배기 이웃사촌지간인지라 미덕을 넘어 의무라고까지 여기며 틈만 나면 그곳에 들러 햄버거를 사 먹는다. 

인스턴트 식품이 아이들을 살찌게 하는 주범이기에 햄버거를 아이들이 많이 먹는게 은근 걱정도 되기는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보통 햄버거가 아니라 특제를 만들어 준다.
특제 햄버거란 소세지 빼고 채소를 듬뿍 넣고 그 안에 건강에 좋다는 토마토 케찹을 넉넉하게 넣은 것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소세지 뺀 햄버거를 주면 속 없는 찐빵으로 여길 일이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제 엄마의 말에 잘 따라주니 고맙다. 또한 평소에 집에서는 맛 없다며 기피하는 채소를 먹이니 그것도 좋은 방법이다.

햄버거 가게에 오시는 그 할머니_1
햄버거 가게에 오시는 그 할머니_1

효진네 햄버거를 팔아주는것 뿐만 아니라 토요일 쉬는 날 햄버거 가게 구경좀 하러 가 봤다가 아예 같이 팔을 걷어 부치고 도와준게 한두번이 아니다. 어떨때는 작정을 하고 가서 같이 일을 한다. 야채 썰어 주고, 소세지 잘라주고 케찹과 머스타드 소스 뿌려주고.
식당개 3년이면 라면 끓인다고 했던가. 옆에서 보조를 좀 하다보니 나도 익숙해졌다.
효진네 햄버거 가게는 동네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라 오가는 손님들의 정을 참으로 듬뿍 느끼면서 감사하게 일을 하고 있다.

어느 곳이나 다 그렇지만, 우리 마을에도 홀로 사는 노인들이 많이 계신다. 특히 평균수명이 남자보다 여자가 길다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할아버지를 먼저 보내시고 혼자서 생활하시는 할머니가 많다.
햄버거 가게에서 효진엄마는 혼자 사시는 할머니들께는 요금을 정해놓고 있질 않는다. 그렇다고 햄버거를 무료로 드리는건 아니고, 단 돈 얼마라도 받아야 할머니들께서도 마음이 편하실듯해서 그냥 주시는대로 받는다.
그렇게 마음 쓰는 효진 엄마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할머니들이 햄버거 값을 주시는대로 받다보니 이런저런 참 재미난 일들이 많이 생긴다.
폐휴지 주워서 모은 1천원짜리 2장을 빳빳하게 펴서 주시면서 햄버거 낼 아침에 먹을거까지 2개 만들어 달라는 할머니, 치마저고리 안주머니에서 누가 볼까 조심스레 2천원을 꺼내서 옛다 하시며 주는 할머니, 심지어는 1000원만 내고 가시는 할머니도 계신다.

그중에 늘 저녁시간에만 들르는 할머니가 한 분 계신다.
이 할머니는 얼마나 까다로우신지 햄버거 만드는데 진땀이 흐른다.  그 할머니의 식성을 제대로 알 까닭이 없는 내가 실수로 케찹을 너무 많이 넣으면 맛이 시다고 타박을 하시면서 음식 만드는 법을 잘 모른다며 한동안 설교를 하신적도 있었는데 얼마나 오금이 저렸는지.  

옆에서 듣던 효진 엄마가 호호호 웃는다.
단돈 2000원, 4000원짜리 햄버거 하나는 그다지 맛있거나 고급스런 음식은 아니다.  그저 배고픔을 잊기 위한 정도이거나, 아이들이 오가며 먹는 간식거리 군것질용 정도이다.
하지만 그 하나조차 사먹기 힘들어 가게 앞에서 한참동안 멈춰서서 망설이다 그냥 가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렇다고 내가 하는 장사도 아니니 하나 덥석 내어 드리기도 어렵다. 

또 가게 앞에 와서 동전 300원을 만지작거리며 '어떻게 하나 안될까?'하는 표정을 지으시는 노인분들. 물론 이럴때 효진엄마는 선뜻 햄버거 하나를 맛있게 제조해 내어드리기도 한다. 
그 짧은 순간이지만 할머니는 물론이고 효진 엄마도 그런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니 인간적으로 얼마나 민망하고 힘든 결정을 했을까.
자식들로부터 떨어지고 버려져 점점 늘어만 가는 우리 주변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뵈면서 안타까움과 서글픔과 궁금증이 생긴다. 저분들의 자식들은 어디서 뭐할까? 당신의 부모가 이토록 힘들게 살고 계신걸 알고는 있을까? 하는 의문들.

그런데 우리 할머니들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다 약속이나 한것처럼 자식 자랑을 하신다는 것이다.  평생을 키우셨고 이젠 보살핌을 받을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여나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봐, 짐이라고 느껴질까봐 그 잘난 자식들 곁에 가지도 못하시면서 할머니들은 자식사랑을 그렇게 허리가 굽어지도록 하신다. 
참, 자식이 뭔지, 부모를 버린 자식들인데 그렇게 자랑하는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

"오늘은 케찹 너무 많이 넣지 말고 맛있게 좀 만들어봐" 라고 호통으로 시작하신 할머니는 "늙은이가 죽지도 않고 몸만 아프네" 란 똑같은 말씀과 더불어 어김없이 아들자랑으로 이야기를 마치시고 천원짜리 한장 내미시고는 고맙다고 웃으며 가신다.

매일 햄버거가 아닌 세상 인심을 만들어 파는 효진엄마는 이렇게 웃으며 가시는 할머니들을 보면 오래전에 세상을 뜨신 친정엄마가 떠오른다며 하늘을 본다. 
그게 다 부모 잊지 못하는 자식들 마음이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하루라도 평안한 여생을 사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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