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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생일파티
우리 어릴적 '사라다'를 먹던 때와 다르다
2013-03-19 01:51:17최종 업데이트 : 2013-03-19 01:51:17 작성자 : 시민기자   오새리
엊그제 토요일 아침이었다. 초등학생 아이가 동급생의 생일잔치에 초대를 받았다며 선물 살 돈을 달라고 했다. 뭘 살건지 몰라 3천원을 주며 공책을 사갈건지, 연필을 살건지 묻자 아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이걸로 뭐하냐고 따지듯 물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3천원에 대해 "이걸로 뭐하나요?"하고 묻는 표정에서 나는 적이 당혹스러웠다. 

이내 아이의 수준에 맞게 준거라고 생각했는데 녀석의 항의에 일단 마음을 가다듬고 얼마가 더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1만원을 달라는게 아닌가. 그러더니 너무 싸구려를 사가면 친구한테 핀잔을 듣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은 비싼거 사오는데 거기에 맞추지 못하면 창피하다고도 했다.
'참 내... 가난하면 애들 생일파티에 초대돼도 가지도 못하겠구나' 싶었다.

마음 같으면야 당장 그런 생일잔치 가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들끼리 어울리는 자리에 자주 못 끼이면 아이가 왕따라도 당하지나 않을까 싶어 꾹 참으며 문화상품권 5천원짜리를 갖고 가라고 일렀다. 
아이를 보내 놓고도 왼종일 기분이 찜찜했다. 그렇잖아도 이웃집 아줌마로부터 어떤 아이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1천원짜리 과자를 선물로 사들고 생일초대 자리에 갔다가 툇짜를 맞았다는 어이없는 얘기를 들었던터라 더 그랬다. 심지어 동생까지 데리고 온 아이에게는 눈치까지 줬다는 말도 들렸다. 

그런 판국에 나는 눈치도 없이 내 고집만 내세워 혹시 다른 아이들 모두 1만원짜리를 들고 나타났는데 우리 아이만 뻘쭘하게 5천원짜리 문화상품권을 들려 보내서 바보 만든거 아닌가 맘이 졸여졌다.
어차피 아이들 생일 축하 파티는 자녀를 둔 어느 어머니가 아이 학급친구들을 초대해 준비해주게 마련이다. 

자녀의 생일상을 차리는 부모들은 아이의 생일잔치에서조차 본전을 기대할리는 만무하고 아이들 사이에서 어떻게 그렇게 배들이 불렀는지 모르겠다.
엄마에게 받은 용돈으로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를 들고 사랑하는 동생을 데리고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러 가는 아이의 마음이 과자 값으로 평가 절하되는 것은 정말 옳지 못한데 어린아이들이 벌써 어디서부터 물신주의를 배워 거기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지 실로 걱정스러울 뿐이었다. 

성경에 부자의 기부와 과부의 '두렙 돈' 이야기가 나오는데 부자가 낸 많은 돈보다 과부가 적은 돈이지만 자신의 전재산을 기부한 것이 더 크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선물이란 그 사람의 마음인 것이다. 
비싸고 값진 선물을 가지고 사람을 평하는 것이 요즘 세태인지는 모르겠으나 열 살 안팎의 순수한 동심조차 속물로 물들일 필요가 있을까 싶다.  
학급 아이들 전체를 초대하며 어디어디로 모이라고 공지돼 있는 생일 초대장을 보는 마음이 세금고지서처럼 느껴지는 현실이 불편하다.  

요즘 아이들 생일파티_1
요즘 아이들 생일파티_1

우리네 어릴적 생일에는 어땠나. 엄마가 시루떡을 기본으로 해서 떡볶이에 고구마 마탕, 그리고 과일 '사라다'를 해 주셨다. 그때 '사라다'란 요즘 말하는 샐러드인데 주로 사과, 삶은 계란에 필수 아이템인 소세지까지 들어갔다.
그리고 거기에 마지막 백미를 장식하는 바나나가 빠지면 서운했다. 그렇게 몇가지를 잘 다듬어 넣고 마요네즈를 넣어 버무린 후 계란 노른자를 으깨어 모양을 내 주셨는데 1년에 딱 한번 먹어 보는 엄마의 '사라다'는 지금 그 어떤 산해진미보다도 맛있었다.

그 맛을 잊지 못해 요즘도 가끔 양배추와 귤도 까 넣고 샐러드를 만들어 먹을 정도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생일파티 한다며 죄다 유명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나 피자집을 통째로 빌려 거기서 파티를 연다. 파티라고 해서 아예 피자 햄버거집에서는 어린이용 세트 메뉴를 따로 만들어 햄버거와 감자 튀김, 케첩과 콜라 한잔씩 이렇게 한 셋트씩 만들어 내 주는데 알고 보면 이것들도 전부다 인스턴트 식품이고 비만 음식들이다.

그러나 어쩌랴. 아이들이 즐겨 찾으니 그것도 별수 없이 아이들 취향대로 해주기는 하지만 거기에는 엄마의 따스한 손길과 정이 담길리 없다.
엄마는 그저 아이들 모이는 곳에 가서 음식 값만 계산하고 나오는 심부름꾼일 뿐이다.
그런 생일파티니 제녀석들끼리 앉아서 기껏 얼마짜리 선물을 주고 받네, 누구는 얼마짜리 가져왔네 하면서 평가하고 판단하는건 아닌지 하는 우려감이 생겼다. 

그저 엄마가 집에서 시루떡을 직접 찌어내 떡볶이와 고구마에 특식인 '사라다'를 만들어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주셨던 우리 어릴적 소박했던 생일파티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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