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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노인들의 천사 방문간호사
2013-03-19 14:23:47최종 업데이트 : 2013-03-19 14:23:47 작성자 : 시민기자   좌혜경
작달막한 체구, 수줍은 미소, 금방이라도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질것 같은 눈망울.
어느모로 보나 참 예쁘고, 수줍게 웃는 눈웃음이 명품에 가까운 소녀. 어느날 찾아 가 본 소녀의 집에서 그가 조용히 웃는다. 
한달전쯤, 여전히 차가운 겨울 바람을 뚫고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찾아간 정은이(가명입니다)네 집. 수줍음이 유난히 많아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지만 순간순간 보여주는 미소가 봄빛처럼 싱그러웠던 학생. 마스크로 입 부분을 가리고 있었지만 큰 눈과 오뚝한 코가 참 잘생겼다는 생각을 연신 들게 만들었다. 

친구가 방문 간호사이다.  어느날 친구더러 "좋은 일좀 해보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했더니 자기를 한번 따라와 보란다.  크게 할줄 아는 것은 없었지만 몇 번 함께 다녀보니 그들은 진정 달동네 곳곳을 누비는 '백의의 천사'들 이었다.  
홀로 사는 노인들, 소년소녀 가장들, 몸이 아파 움직이기조차 어려운 사람 등 누구에게나 찾아가 그들의 벗이 돼주는 그 여성들이 진정 우리사회의 버팀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날, 방문간호사의 처치를 받으며 연신 웃음을 잃지 않는 정은이와는 나도 첫 대면이어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평소 해오던 대로 간단한 처치와 함께 주의할 점, 스스로 해야하는 몸조리 방법 같은걸 당부한 뒤 정은이네 집을 나서면서 하루빨리 저 아이의 몸을 감싸고 있는 병이 나아서 예쁜 얼굴로 다시 세상에 나와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할머니 계세요. 저 왔어요. 문열어주세요." 
그리고 지난주에 또 친구를 따라 나선 날, 이번에는 혼자 사는 할머니 댁이었다.
집에 이르러 큰 소리로 부르며 거기 설치된 무슨 줄을 잡아 당겼다. 할머니가 움직이기 힘드셔서 그렇게 줄로 연결해서 여는 것이었다.
동행한 물리치료와 함께 마당을 지나 안쪽으로 돌아 들어가니 방 한칸이 나온다. 냉기가 도는 방에서 할머니 한분이 우리를 반겼다. 천장 한쪽 벽지가 떨어져 있다. 할머니 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할머니는 고혈압 환자셨다. 움직이다 넘어져 허리까지 다치셨다고 했다. 친구가 미니 약장을 내놓았다. "이거 붙여놓고 시간 맞춰 약 챙겨드세요." 약 드실 시간표를 벽에 붙이는 친구의 말에 할머니는 "이렇게 잘 돌봐줘서 너무 고마워…"라며 말을 잇지 못한다.
할머니의 혈압과 혈당을 체크해보니 모두 정상이다.
 "이대로 유지하시면 문제될 거 없어요."라고 말하자 할머니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셨다. 마치 숙제를 잘 한 학생같이. "음식은 꼭 싱겁게 드셔야 해요." 친구는 한번 더 다짐을 받는다.

 
외로운 노인들의 천사 방문간호사_1
외로운 노인들의 천사 방문간호사_1

"할머니 허리는 어떠세요. 뭐하다 다치신거예요?"
이번엔 물리치료사가 나섰다. 
"열흘 정도 됐어. 아침에 일어나다가 삐끗 했어. 기침을 해도 아파." 
할머니의 호소에 물리치료사가 할머니의 허리 이곳저곳 만져본다. 지압과 근육마사지를 해주는 것이다. 이어 등쪽에 합죽이 같은 고무 패킹을 붙이고 전기치료를 시작했다. "콕콕 찌르는 느낌이 드네." 할머니는 물리치료를 받으시며 연신 시원해 하셨다. 

전기치료가 끝나자 핫팩 찜질 요법을 가르쳐 드렸다. "끓인 물에 수건을 적셔가지고요, 봉지에 넣은 다음 바닥에 깔아놓고 그 위에 누워 계세요. 그러면 아주 좋아지거든요. 하루에 두세번 이상 하세요" "꼭 하셔야 합니다. 제가 확인할 거에요." 옆에서 지켜보던 친구가 한마디 거든다.
그리고 할머니의 생활에 대해서도 주의깊게 챙겼다. 필요할 경우 자원봉사자에게 목욕이나 머리감기기도 요청한다고 했다. 

한달전에는 전기세 아낀다며 전기장판을 잘 사용하지 않으시는걸 보고 아예 장판에 깔 두툼한 담요도 갖다 드렸다고 한다.  이날은 허리에 붙일 쿨파스와 로션형 파스를 준비했다. 선물을 받아든 할머니가 기어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이렇게 신세를 안져야 하는데…너무 고마워. 간호원 선상들이(선생) 내 자식 노릇을 다하네." 몸 아프고, 정이 그리운 할머니가 우리의 손을 잡고 연신 쓰다듬는다. 
"저희가 할 일인데요, 뭘. 더 자주 찾아뵙고 돌봐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인사를 남기고 우리는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친구는 다음번에는 만성신부전증 할아버지를 찾아가야 한다.  하루 네 차례 복막 투석을 하고 이틀에 한 번은 혈액 투석을 해야 하는 할아버지라 한다.
우리 주변에는 평생 치료해야 하는 병을 얻어 투병중이지만 마땅히 의탁하고 기댈곳도 없는 분들이 참 많다.  병 앞에 자식들은 모두 떠나버리고.... 알게 모르게 굶주리고 힘든 그분들에게 항상 내 가족처럼 찾아 뵙고 도움 드리고 버팀목이 돼주는 분들. 
"나는 가족덜이 없어"라시며 굵은 눈물을 쏟아내고야 마는 외로운 노인들에게 언제나 천사인 방문간호사 모든분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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