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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간 아들의 편지와 메밀 비빔국수
화목을 생각하면서 편지 많이 써야겠다
2013-06-30 23:57:58최종 업데이트 : 2013-06-30 23:57:58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희

사랑하는 아들에게서 걸려 온 전화 처음 군에 보내면 무슨 모르는 번호가 뜨는데 잠시 넋을 놓다보면 당연히 못 받는다. 혹시나 아들이다 하고 받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 혼났고 그 애틋함이란. 또 한번 전화가 왔는데 이번에는 진동으로 되어 있어 소리를 못 듣고 또 바로 받지 못해 그 서운함이란.
특히 옆에 가족들이 있는데도 다 못 받게 되면 그날의 서운함은 또 일주일을 참아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쉽고
그런데 군사우편으로 온 편지가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아들과의 애틋함보다는 더 든든함이 자리잡기는 하는 것 같다.

군대 간 아들의 편지와 메밀 비빔국수_1
군에 간 아들이 그동안 보낸 편지들

편지 오래동안 써보지 않았다가 이렇게 답장을 또 보내게 되는데 남편은 회사에서 늘 편지를 써서 출력하여 갖고 온다.
나는 손편지를 직접 써서 같이 봉하는데 우리집 우체통에 한번은 우체부 아저씨께서 편지를 꺼내려는 것을 보았다.딱 두 통이 들어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하얀봉투 한 개와 무슨 서류를 담은 듯한 노란 봉투 큰 것. 아들 덕분에 쓰는 편지가 되어 버렸는데 인터넷으로 보내는 이메일이나 카페에서 직접 적어 보내는 인터넷 편지들이 자연스럽고 훈련병때는 제일 많이 받고 좋았나 본데 야수교에 오고 보니 편지도 잘 못받고 해서 더 허전한 가보다.

신병교육을 받는 곳에서는 군에서 관리해주는 카페가 있어서 그나마 감사했는데 야수교에서는 직접 관리하는 홈페이지가 없어서 매주에 한 번씩 교회를 통해 전달받아서 직접 받는데 그것도 교회에서 한주에 한번 출력하는 것이 문제가 발생하면 그 다음 주에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들이 걸려 온 전화에 훈련병으로 있을 때보다 더 허전하고 서운한지 편지도 그렇고 인편도 잘 받지 못해 이번에 두통을 같이 받았다고 한다. 그래도 목소리 쩌렁하며 든든했다.
"엄마, 예비시험은 백점입니다. 다음주 수요일 7월3일 본시험보는데 면허시험 잘보면 제가 할 일은 잘하는 것같고 7월13일 외박이 신청되는 그때 정말 뵙고 싶어요" 편지에도 적혀 있고 지난 주 전화에도 말을 했는데도 말을 계속 하는 것을 보니 아들이 참 많이도 가족이 그립고 보고 싶은 가 보다. 

항상 전화가 오면 "우리가족은 모두 잘있다" 였다. 동생도 공부중에는 전화기를 꺼놓아 못받고 남편도 산에 가서 못받고 결국 엄마인 나는 받게 되었으니 그런데 나 또한 이번에도 진동으로 되어 있어 바로 못받고 집으로 걸려 온 전화로 받게 된 것이다.

우리도 바로 못받아 애절하였지만 아들은 얼마나 안절 부절하였을까. 다른 사병들이 기다리는 것 때문에도 눈치도 보이고 또 부모님 동생까지 받지 못하니 일주일에 한번 할 수 있는 그 전화기회도 우리가족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지난주부터 무조건 집에서도 진동해제 소리 크게 해 놓겠다고 선포하고 그렇게 해 놓았는데도 또 못 받다니 갑자기 왠 진동으로 해 놓았는지 그래도 계절은 여름을 치닫고 봄기운 왕성할 때 신병교육 받으러 갔던 아들이 이젠 더 성숙된 모습으로 또 다시 만날 날을 회상하게도 된다.

우리 부부는 저녁에 가끔 자전거를 타는데 나는 자전거 뒤에 타고 간다. 그 뒤에서 오늘은 아들에게 지난 번 계란 프라이드가 먹고 싶어서 계란 사러 엄청 고생한 기억이 나서 꼭 계란후라이 실컷 해주도록 많이 갖고 가고 지난 번 음식과 중복 안 되도록 이번에는 양념을 한 갈비를 재워서 구워 줘야겠다고 이런 이야기를 하고 보니 이젠 서서히 군 생활에 적응하는 아들만큼 우리 가족 또한 기다림에 적응을 참 잘하는 것 같다.

여전히 전화목소리 들어서 좋고 그 밝은 목소리에 저녁 내내 기운 받아서 남편도 산에 갔다 와서 좋았는지 "우리 메밀비빔국수 먹으러 가자" 딸은 시험공부 한다고 따라 나서지 않길래 부부만 갔는데 아들이 좋아하는 메밀비빔국수인데 아들이 옆에 있다 생각하고 먹어야겠다. 잘 외식도 안했는데 이젠 잘한다. 이젠 제법 나도 대한민국 육군 이등병의 엄마로서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군대 간 아들의 편지와 메밀 비빔국수_2
메밀비빔국수 먹으면서 아들을 그리다

편지에 온통 화목하게 잘 지내라는 아들의 편지 말미가 참 의미심장하게 전해지는 것은 아들과 딸에게 모범이 되지 않고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새삼 절실히 느껴보게 된다.
군 생활 잘하는 아들처럼 가족 화합하고 각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참 중요한데 전화에 기운 받고 신바람 나서 둘이 먹었지만 아들과 셋이 먹는 것처럼 기분이 즐겁고 행복했다.

무더운 날씨에 다가오는 면허취득 시험에 나름 긴장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평소 배운 대로 차분하게 잘한다면 아무 문제없을 것이다. 군에서도 유비무환 우리 집도 유비무환 동생 공부도 유비무환 미리 준비한다면 문제도 없고 당황할 것도 없고 걱정거리도 전혀 있을 것이 없다고 본다.

평소 잘하자는 말은 정말 아들 보내고 보니 더 새기게 된다. 아들덕분에 가족과 나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어 참 고맙고 삶의 소소한 의미를 부여해 보게도 된다.
편지 자주 써달라는 아들 말에 나 또한 인터넷 편지에만 너무 익숙해져서 살짝 미안감도 갖게 되었다. 

손 편지의 중요성을 새삼 더 깨닫고 아들위해 우체통에 요즘 그래도 우리 집 편지까지 하나 더 추가되어 우체부아저씨께서 흐뭇하게 미소 지을 것 같기도 하다. 가끔 손 편지 쓰는 날로 정하면 가정에서도 좋을 것 같다. 꼭 군에 보내는 아들 뿐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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