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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늙지도 아프지도 마세요
1박2일 면회를 갔더니 아프지 말라고 엄포놓는 군인 아들
2013-07-23 21:46:38최종 업데이트 : 2013-07-23 21:46:38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희

군에 보낸 아들을 면회하기 위해 강원도로 갔습니다. 마침 장대비가 앞을 가로 막아 오전 면회 대기시간보다 삼십분이나 더 소요되었습니다. 그래도 규칙이 있고 엄격한 군을 생각해서 딱 맞춤보다 더 미리 도착하였는데도 아침 8시부터 호명한 가족들도 있다고 합니다. 

자신의 교번이 불러 질 때마다 정말 마음이 조마했다는 아들. 아들 번호가 불러졌을 때 그때 부모님 생각에 눈물이 덜컥 나올 뻔 했다는 우리 아들. 제1야수교 입구에서 차를 주차하면서 긴장감이 막 감돕니다. 

면회자 대기소에는 많은 가족들이 외박신청서에 적고 있습니다. 외박신청서는 집으로 보내 줍니다. 저는 미리 적어 갔기 때문에 바로 제출하였고 제출한 신청서는 바로 무전기로 번호를 호명합니다. 조금 후 정말 신기하듯이 아들이 내 눈앞에서 뛰어 옵니다  "육군 이등병 류00, 부모님의 부르심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충성!" 와우 그 소리가 참 듬직합니다. 

이렇게 오래 동안 떨어져서 또 홀로서기 하는 아들이 되어 있는데도 참 장합니다. 지금 저는 대한민국 육군 이등병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그것이 너무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 그 모든 것은 아들이 보여 준 선물 같기도 합니다. 물놀이를 하면서 회포를 풉니다. 군에서의 생활도 이야기하고 제 딸은 오빠와의 해후가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끝까지 떨어지지 않습니다. 

부모님, 늙지도 아프지도 마세요 _1
부모님, 늙지도 아프지도 마세요 _1

우리 가족은 한동안의 이별후의 만남이 있어 그런지 정말 네 명이 단합하는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설령 한사람이 늦게 들어오거나 이탈하는 사람 없도록 서로가 서로를 지켜줍니다. 

놀이기구를 잘 못타는 저를 배려해서 굴곡이 없는 곳에서 튜브를 타고 움직이는 곳에서 아주 많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번에는 대형 미끄럼틀이 있는 곳인데 6인승입니다. 그런데 우리가족과 다른 가족 두 분을 함께 태웁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 하였다는 것에 의미를 두었습니다. 매번 겁이 많고 잘 타지 못하는 제가 이번에 합류한 것이 아이들도 남편도 기뻤던 모양입니다. 

겁부터 내는 저를 위해 선택한 튜브타기였지만 함께 하니 조금 덜 무섭긴 합니다. 오래전 아들이 한 말을 또 더듬거립니다. "새가 날아간다 생각하면 무섭지 않아요" 그때 정말 신기하게도 무섭지 않았던 기억이 났었고 오히려 겁먹어 하는 딸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바이킹을 탄 딸인데 딸도 자라면서 서서히 겁을 내는 기구들이 있긴 있었는데도 누가 누구를 염려하고 걱정하는지 타고 내려오니 줄서기는 한 시간이지만 타기는 20여초 같습니다. 정말 한순간 인데 '야수교'에서 이젠 자대배치를 받고 이동하는 아들은 쉴 틈이 없도록 우리 부부가 묻는 질문에 답을 합니다. 

예비시험에는 백점인데 본시험에서 갑자기 자신의 차량이 기어가 잘 안 움직인다고 바로 앞에 먼저 시험을 본 친구가 불합격처리 되었답니다. 아들 또한 그 차량을 타고 시험을 보기 때문에 그 부분에 가서는 분명 실격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5점 실격되어도 패스할 수 있으니 무조건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하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모든 주행은 15분 내에 들어 와야 하는데 13분내로 들어 올 수 있었던 것은 차분하게 그 다음을 생각하면서 모든 결과를 내려놓았기 때문 이라고 합니다. 차량의 문제가 있어도 시험을 본 결과를 가지고 합격을 매긴다고 하니 아들이 나름 당황했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철컹 내려앉는 것 같았지만 모든 것을 다 무사히 잘 치르었다고 하니 그나마 감사하고 다행한 일입니다. 

규칙을 준수하면 지킬 때는 습관이 되지 않아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키고 나면 그렇게 편할 수 없는 것 또한 규칙이라고 말을 합니다. px (군에 있는 매점)를 저녁에는 이용할 수 있는데 과자쓰레기 봉투를 함부로 버려서 요즘처럼 비가 오는 날은 배수구가 막혀 고생을 한다고 합니다. 아들은 그렇다고 누구 탓을 하진 않지만 하지 말라는 것은 안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한번 더 강조합니다. 

오후 2시에 콘도에서 여장도 풀어야 하고 아이들 밥도 먹여야 하기 때문에 물놀이를 하다가 중간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콘도에 입장 시간보다 조금 빨리 입장할 수 있냐고 하니 된답니다. 입장하고 부터는 네 명이 각자 시키지 않아도 역할 분담을 합니다. 외출 허락 시간 한시간 남짓만에 고기도 굽고 식사도 하고 여장도 풀어 놓았습니다. 맛있다고 맛있다고 아들은 극칭찬을 해줍니다 

'집밥이 이래서 좋다'는 둥 신나게 먹습니다. 심지어는 전기 구이팬을 잘 챙겨 왔다고 까지 합니다. 아들의 미소가 참 해맑아 좋습니다. 최대한 맛있게 점심을 먹고 준비를 한 다음 다시 재입장하였더니 오전보다 더 많은 인파가 보입니다. 줄은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져서 평균 대기시간들이 1시간 30분입니다. 

그나마 많이 탄 것은 튜브를 끼우고 흐르는 물에 몸을 지탱하면 물폭포가 수시로 쏴줍니다. 다섯바퀴는 돌은 것 같습니다. 군에 보내고 신병교육대대에서 한달, '야수교'에서 4주차만에 만났지만 아들은 또 이렇게 폭풍성장하듯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이젠 제법 거수경례도 더 자연스럽습니다. 목소리도 군기가 팍팍 들어 가 있었습니다. 

오후 물놀이까지 하고 다시 콘도에 와서 '위하여'를 외치기 위해 잔을 들었습니다. 가족 모두가 한마디씩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빠의 생일이 지나갔지만 지하에 내려가서 아이스크림 케잌도 사옵니다. "초가 왜이리 많으니?"하면서 다들 깔깔거리면서 불을 켭니다. 생각하는 것이 참 고맙습니다. 받기 위함은 아닌데 아들이 군에 있어도 늘 부모님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참 대견스럽습니다. 

원래 내리사랑이라고 부모가 자식걱정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이치같은데 아들은 더 많이 우리 부부를 염려하는 것 같습니다.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아름다운 이별을 그동안 하고 있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집중호우로 인해 1박 2일 외박을하고 오후 2시30분까지는 '야수교'로 복귀해야 하는데 같은 기수중 고립이 되어 제 시간에 오기는 커녕 언제 복귀를 할 지 예상시간도 나오지 않나 봅니다. 

두번째 해후를 하는데 아들은 또 그럽니다. "집에서는 매일 봐서 그런지 몰랐는데 한달만에 또 부모님을 만나니 너무 좋지만 또 한달 전보다 늙어 있어 부모님 아프시단 소리 절대로 하면 안된다"고 역설합니다. 
아들의 달라진 모습만 그려 보았더니 아들은 우리 부부의 주름을 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변신을 해도 아들의 눈에는 이제 연로해 가는 엄마 아빠가 보이나 봅니다. 

이 다음에 어떤 삶을 살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지금 보여주는 모습이 참 싱그럽기만 합니다. 항상 현재 지금이 최선이요 최상인것을 아들이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다음 주 자대배치 받으면 이젠 전화도 자유롭고 면회도 가기 조금은 수월해 집니다. 

한달에 한번은 버스를 타고라도 가겠노라고 하니 아들은 "조금 있으면 100일 휴가 나옵니다. 그때 뵙지요"합니다. 벌써 군에 간지 60일하고 일주일이 지나버렸습니다. 또 한달을 보내면 100일이 되어 갑니다. 아들이 시키는 대로 할 작정입니다. 

저렇게 알아서 잘하는 아들을 내가 조금 더 보고 싶다고 해도 아들이 우리 부모 생각하는 것만 못할 것 같습니다. 늙지도 말고 아프지도 말라고 수시로 엄명을 놓으니 말입니다. 설령 군복무 잘 마치고 제대를 하면 사흘 지나면 원점이라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하는 이야기들도 지금 제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무조건 저는 군에 있는 아들의 건강을 위하여 그리고 아들에게 엄마가 건강관리 잘하고 아프다 소리 안하도록 열심히 잘 사는 것 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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