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세상에서 가장 두터운 벽 '고정관념'이라는 담장
2013-08-23 01:56:02최종 업데이트 : 2013-08-23 01:56:02 작성자 : 시민기자   장영환

요즘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영어 배우고, 심지어 영어를 잘 하기 위해 어릴 때 혀 수술까지 받느니 어쩌느니 하면서 호들갑이지만 우리 때는 언감생심,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은 전자사전 조차 옛말이고, 들고 다니는 스마트 폰에는 기본적으로 영한사전 기능이 있어서 단어 찾는 일도 휘리릭 뚝딱 해치우지만 그땐 종이로 된 영한사전 찾는게 일이었고 초등학교 졸업때 동문회장상 같은거 받으면 으레 부상으로 영한사전 하나쯤 받아 챙겼다.

어쨌거나 예나 지금이나 이렇게 영어는 우리 평생을 따라 다니며 입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가 하면, 취업에도 1순위의 조건으로 따라 붙고, 입사한 뒤에는 승진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에게 영어는 정말 숙명 그 자체가 아닌가 싶다.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떠나지 않을 것이고, 내가 사막으로 도망쳐도 물통 짊어지고 따라 오고야 말 것 같은 영어.

이 영어를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에 졸업 후 토익 토플 학원까지 다녀 보았지만 영 시원치 못하다. 시험용으로야 어떻게든 문법 외우고 단어 익혀서 독해하고 대충 위기를 넘기며 살아왔으나 '대화' 즉 토킹이 안되니 갑갑하다.

옆자리 동료 직원은 어릴 적부터 도시에서 아주 양질의 교육을 받은 탓에 나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뛰어난 회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회사의 중요한 외국인 손님이 오면 즉시 나서서 해결한다. 참으로 부럽고 어떨 때는 질투가 날 정도다.

하지만 나는 회사 일이 바빠서 학원 다닐 여력조차 없다. 영어는 하고 싶고, 학원 다닐 여유는 없고, 그러는 사이에 나만 자꾸 뒤처지는 느낌이 들고... 그러던 며칠 전, 친구로부터 간단한 처방을 받았다. 친구 녀석 말로는 비법이라 했다. 특별한 것도 아닌 아침에(사실상 잠을 줄여 새벽녘에) 전화영어를 수강하라는 권고였다. 그게 긴 시간도 아닌 고작 10분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겨우 10분간 전화통 붙잡고 영어 한다고 해서 뭐가 되겠느냐며 콧방귀도 안 뀌었다. 더군다나 아침에 졸린 눈 비비며 일어나 비몽사몽 상태에서 10분간 듣는 영어가 무슨 효과가 있겠냐며...

그때까지도 나는 영어란(그리고 공부란) 자고로 책상머리에 딱 정좌하고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머리에 두건 질끈 동여매고 작심한 마음으로 볼펜과 연습장 펼친 모양새로 제대로 하는게 공부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럴 시간은 없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태였다.
친구는 그런 내게 거듭 아침시간의 10분간 전화영어를 권했다. 나는 이 전화영어 수강에는 부정적이다가 결국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별다른 도리가 없다는 생각에 이걸 시작하게 되었다. 나 스스로조차 "앞으로 얼마나 오래 하겠어?"라는 부정적 생각을 가지고 시작한건데...

세상에서 가장 두터운 벽 '고정관념'이라는 담장_1
세상에서 가장 두터운 벽 '고정관념'이라는 담장_1

속는 셈치고 시작한 지 1주일이 지나고 2주일이 지나 어느덧 1달이 되었을 때쯤 내가 꽤나 성실히 수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졸지 않고, 일찍 일어나 두 귀 쫑긋 세우고 열심히... 아마도 수강료가 아까워서 본전 뽑으려고 그랬던 것 같다.

어쨌거나 그렇게 2달이 다 돼갈 때 쯤. 우연히 TV를 보는데 어느 외국인이 하는 말이 귀에 들렸다. 전화영어로 들은 억양과 말투 그대로가 귀에 꽂히는게 아닌가.  나도 깜짝 놀랐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게 효과를 보는 것 같았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말을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무슨 소리가 웽웽거리며 들리기는 하는데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한건데 지금은 전화기의 영어가 마치 음악처럼 들리는게 아닌가. 어떤 때는 나도 모르게 농담도 나왔다.  겨우 10분간의 전화영어 덕분에 내 일상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이었다. 첫 번째는 어쨌든 하루 일과 중 영어로 말을 하는 시간이 생겼다는 것과 두 번째는 조금이지만 영어공부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세 번째는 궁극적으로 내 귀가 영어로 뚫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통화 녹음한 것을 다시 들어보거나,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을 찾아보게 되니 생각도 영어로 하게 되었다. 또한 내일 통화를 위해 오늘 일과 중 어떤 것을 이야기할지 영어로 되새김질도 해 보고... 하여튼 분명히 내가 영어에 대해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생각잖은 하루 10분짜리 전화영어를 하면서 몇 가지 깨달은게 있다.

역시 고정관념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구나 하는 것이다. "그깟 10분짜리 전화영어가 무슨 소용 있겠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건데 일단 시작해 보니 놀라운 효과를 주었다는 사실. 그리고 두 번째는 내가 일단 무엇인가를 '하는 것'과 그 반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머릿속에서 '생각만 하는 것' 간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속는 셈치고 시작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내게는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는데, 만약 속는 셈 치고라도 시작을 안했다면 나는 지금도 "이놈의 영어를 어찌 하지?"라며 머릿속에서만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늘 고민하고 생각하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실천에 옮기지 못하면서 머릿속에서만 뱅글뱅글 하는 일들. 그러나 이렇게 일단 믿고 시작하게 되면, 그 결과가 좋게 나타남은 물론이고 그 밖에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다른 부수적인 효과까지 얻기도 한다. 

실천도 못해본 채 버려야만 했던 지난날의 무수히 많은 계획들. 혹시 지금도 망설이고 있는 어떤 계획이나 일거리가 있다면 더 이상 머릿속에서 굴리지 말고 밖으로 꺼내어 당장 실천해 보자. 아주 쾌(快)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