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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골목잡지 ‘사이다’를 만나다
마을을 상상하는 (인)문학, 행궁동 밤 마실 투어 나서
2014-11-11 14:19:34최종 업데이트 : 2014-11-11 14:19:34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가을 끝 무렵 만추(晩秋)다. 낮 풍경의 아름다움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약간 쌀쌀한 듯 기온이 내려간 이맘때 밤 풍경은 빨강단풍잎 만큼이나 정겹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며 무작정 어둠이 깔린 골목길을 거닐어 보시라. 
이리저리 소요하다보면 생활 속에 쌓인 스트레스가 나도 모르는 사이 빠져나간다. 밤, 골목길, 어둠이란 단어 속엔 감성을 끄집어내는 무언의 속성이 있기에 그럴 테다. 그간 잊고 있던 사람냄새가 그립다면, 오늘밤 동네 골목길을 걸어보시라. 푸근한 정이 바람을 타고 일렁일 것이다.

수원골목잡지 '사이다'를 만나다_1
수원골목잡지 '사이다'를 만나다_1

마을을 상상하는 (인)문학...밤 마실투어

평일 늦은 오후, 수원시평생학습관 '마을을 상상하는 (인)문학'을 이끌고 있는 고영직 문학평론가와 수강생들이 밤 마실 투어에 나섰다. 가을 밤 달빛 아래 휴식도 취하고, 밤공기 맡으며 인생 공부(?)도 하자는 취지다. 
수원화성 성안마을 원도심에 자리한 수원골목잡지 '사이다'가 있는 행궁동 골목길로. 

오후7시가 채 되지도 않았지만 거리는 이미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정조로 869번지, 대로변에서 화서문로로 들어서는 골목길 입구에 개량한옥의 옷을 입고 있는 건물이 어슴푸레 보였다. 자가용과 버스가 뒤섞어 쌩쌩 내달리는 대로와는 달리 쭉 이어진 골목길엔 그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인적이 뚝 끊기어 있었다. 상반되는 두 길의 조합이 어쩐지 묘하다는 생각을 하며 사이다로 들어섰다. 
작은 도서관에 모인 이방인들, 최서영 사이다 대표를 박수로 맞아들였다.

'사이다'로 갈아입고 새로 태어난 집

"다른 곳에 있다가 이곳 행궁동 마을로 이전한지 이제 갓 1년이 넘었습니다. 얼마 전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마당에서 후원자들과 식구들이 모여 조촐하게 잔치를 치렀습니다. 사실 이곳은 담으로 둘러 쌓여있는 음식점이었는데 독립공간으로 사용하기위해 와보니 허물어지기 직전이더군요. 마을 잡지라는 것이 지역사람들과의 공감이 필요한지라 결국 얻게 되었지만 리모델링을 거처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꽤 힘든 과정이 많았습니다."
최 대표의 말이 이어졌다. 애초의 견적과 계획서보다 배로 들어간 비용 등 이러저러한 어려움을 알고 있는 주변사람들이 굳이 왜 옮기려하느냐고 말릴 정도였다고.

"수원시 마을르네상스(마을만들기) 사업과 경기문화재단 예술프로젝트에 기획서를 제출했어요. 다행히도 우리의 진정성을 인정받아 재생을 통해 지금의 '사이다'로 새로운 공간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마당엔 기억의 흔적을 담기위해 폐타이어를 이용한 조경을 했고요. 데크로 여유로움을 표현한 뒷마당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개방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곳에서 가장 뛰어난 공간은 미술전시를 겸한 '작은 도서관'입니다. 시민들의 도움으로 공간을 살뜰히 채울 수 있었지요."

수원골목잡지 '사이다'를 만나다_2
수원골목잡지 '사이다'를 만나다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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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골목잡지 '사이다'를 만나다_3
수원골목잡지 '사이다'를 만나다_3

계간지 '사이다' 5천부나 찍는다?

마시는 음료수 '사이다' 이름이 아니다. 소시민들의 삶과 애환 등 소소한 이야기까지 모두 담아내는 길(골목) 이야기 잡지로서 '사이사이 많은(多) 이야기가 있다'는 뜻을 지닌 '사이다'다. 순수 무가지로서 계절별로 찍어내는 계간지다. 그런데 찍어내는 양이 자그마치 한 트럭, 5천부다.

"지역문화기획자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그럼에도 전 가능성을 보고 시작했기에 '저들끼리 보고 마는 500부 발행'이 아닌 누구나 가까이 볼 수 있게 5천부 발행을 기획하고 실천에 옮겼습니다. 어느덧 3년째, 자율적 패턴으로 알찬 내용을 채우기 위해 동분서주 뛰다보니 페이지가 점점 늘어나 책 두께가 두꺼워지고 있어요. 지역주민들의 고견을 자를 수도 없고 해서요. 또 인쇄 끝나고 나온 잡지가 한 트럭이다 보니 가까운 이웃부터 수원 전 지역에 배송하는 일이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닙니다."
마을이야기는 곧 우리들 이야기라는 최 대표, 그는 일정한 수익사업이 없어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고맙고, 재밌다'라는 신념으로 7인의 직원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다. 
결국 열정의 산물로 현재 사회적 기업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결핍 투성이, 재능기부 환영!

"사진, 그림, 글 등 잡지에 실리는 내용들을 채우는 필진이 대략 40여명쯤 됩니다. 그런데 잡지가 비매품 무가지이다보니 죄송하게도 이분들에게 원고료를 전혀 주지 못해요. 그럼에도 우리의 목적을 이해해주고 흔쾌히 도움을 주십니다. 그렇지만 아직 많이 부족해요.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아무 때나 볼 수 있게 웹진을 만들어줄 사람이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낼 글과 사진 등에 동참할 재능 기부자들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현재 몇몇이 외부로 취재가다 보면 사이다 사무실 문을 간혹 닫아야 하는 어려움도 있는데 인력 부족으로 인해 생기는 현상이지요."
최 대표는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2015년에는 다양한 사업들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금보다 나은 살림살이를 위하여. 

수원골목잡지 '사이다'를 만나다_4
수원골목잡지 '사이다'를 만나다_4

사이다는 정형의 틀을 깨는 신선함으로, 공공의 목적에 맞는 지역의 이야기로, 골목잡지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지금 이 시간에도 경제논리에 의해 사라져가는 마을의 진실한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현장으로 출동한다. 우리가 사이다를 응원해야만 하는 이유다.
"우리는 왜곡되지 않는 글을 쓰기위해 순전히 발품을 팔아 취재합니다. 많이 읽어 주세요. 참 그리고, 동참해주세요. 제보 환영, 사진 환영! 단, 상업성을 띈 광고는 곤란합니다."
최대표의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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