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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쇼핑몰로 꽃게를 샀던 날
2015-02-02 12:16:07최종 업데이트 : 2015-02-02 12:16:07 작성자 : 시민기자   이수진

요즘에는 인터넷쇼핑몰이 크게 발전하여 여러모로 생활 속 윤택한 경제활동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예전에는 무조건 생필품을 사기 위해 발품을 팔아 시장이나 마트를 필수적으로 가야 했지만, 이제는 집에서 편하게 인터넷과 공인인증서 하나만으로 사고자 하는 상품들을 검색하여 일일이 가격을 비교하고 장바구니라는 가상 인터넷 가방에 상품들을 하나씩 집어넣고, 자동으로 총계가 합산 되어져 결제만 하면 된다. 

그러면 그 다음날도 아닌 당일 날 몇 시간 후에 집까지 배달이 된다. 우리 집의 위치상 주변에 작은 마트들은 두 개 정도가 있지만, 준 대형 마트에 속하는 곳은 없어서 인터넷쇼핑몰을 자주 이용 하는 편이다.
그런데 가끔 생물들을 살 때가 있는데, 이때만큼은 신중히 구매해야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다른 물품들 보다도 온도에 예민하여 쉽게 상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모를 꼭 첨부해야 하는데 이 날은 해물탕을 저녁메뉴로 정한 날이었기에 급히 인터넷에 접속하여 해물탕거리들을 샀고, 바로 배달이 왔다.
꽃게의 다리들이 성치 않았지만, 인터넷쇼핑몰을 이용할 경우 어느 정도 마이너스 요소는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기에 그냥 넘기고 얼른 저녁준비를 서둘렀다. 꽃게 새우 오징어 등을 잘 손질하여, 해물탕 국물이 잘 우러 나도록 많은 시간을 공들였다. 

해물탕 만들기에만 1시간정도를 소요한 끝에 맛있는 해물탕이 만들어졌고, 맛을 곧 본다는 기대감에 부푼채 가족을 기다렸다. 학교를 다녀온 배고픈 동생을 위한 특별 서비스를 꽃게살을 발라 주려고 꽃게뚜껑을 열었다. 그런데 뚜껑을 여는 순간 검은 물이 팍 터져 나왔고, 나도 미처 막지 못하였기 때문에 검은 물이 해물탕 국물 속으로 다 흘러 내렸다. 고동색 해물탕 국물은 금세 검정색으로 변했고,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내가 1시간동안 공들인 해물탕인데...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수습조차 안됐고, 내 손에서도 검은 물이 흠뻑 묻어 있었다. 알고 봤더니 꽃게 안의 내장들은 산도변화를 겪게 되면 내장들의 색이 변하고 묽어지는 특성이 있다는 것을 늦게서야 알았다. 이런 것을 보내 주다니. 내가 골수 단골인 곳인데 나에게 이럴 수가... 

인터넷쇼핑몰로 꽃게를 샀던 날_1
인터넷쇼핑몰로 꽃게를 샀던 날_1

다양한 물품들이 유통되는 마트 시스템 속에서, 관리를 잘 한다고 할지라도 가끔씩 이런 물품들이 생겨 날 수 있다는 것을 이해 하면서도 괜히 속상했다. 애용하는 마트였기 때문에 더더욱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평소에 음식을 먹다가 머리카락이 나와도 아무런 말 없이 머리카락을 빼놓고 다시 다 먹는 편이다.
요즘에는 손님입장에서의 '갑질 수준'이 도를 넘어섰기 때문에 나도 그런 민폐손님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항상 다짐을 하기 때문에 어디서든 예의를 지키려고 노력을 한다. 

즉 웬만하면 컴플레인을 걸지 않는데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 해당 매장에 컴플레인을 걸었고 연락이 왔다. 컴플레인을 걸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상해 있었는데 연락 온 매장관리자의 목소리를 듣고 가라 앉았다. 그 이유는 진심으로 죄송스러워 하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신이 꽃게를 담은 관리자이며, 상품상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으며, 이런 상품을 보내드려 정말 죄송하다며 진심어린 사과를 계속 하셔서 오히려 내가 미안했다. 괜히 컴플레인을 걸어서 그 매장관리자가 불이익을 당하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겼다. 하루에도 열 두 번씩 마음이 바뀌는 변덕쟁이가 바로 나였던 것이다. 

교환을 해드리겠다고 권유했고, 나는 맨 처음 사양을 했다. 어차피 당분간은 꽃게를 먹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매장관리자님께서 그냥 이렇게 지나치면 오히려 자신이 더 불편하고 그 불편을 없애기 위해, 즉 자신의 마음이 편하기 위한 목적으로라도 교환을 해드리고 싶다고 하였다. 

그래서 교환품을 받았고, 교환품은 귤 한 상자였다. 나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큰 교환품에 놀랐고 이 귤 상자를 받아놓고 내가 더욱 더 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꽃게 상태를 생각하면 화가 났지만, 참 미안해 했던 그 매장관리자를 생각하니 내가 괜히 컴플레인을 걸어서 일을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렇게 고객응대 서비스의 질적인 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큰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느꼈다. 브랜드가 있는 곳인 만큼 고객의 컴플레인에 대해서 잘 대처하는 곳은 분명히 더욱 더 큰 신뢰를 얻게 되는 것 같다. 
이것은 장기간을 봤을 때 기업 이미지 면에서나 긍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데, 기업의 제대로 된 판매자교육이 큰 몫을 한다. 내가 겪었던 친절하신 매장 관리자님이야 말로 제대로 된 판매교육을 받은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우리는 어떤 입장이 되었던 간에 소비자의 입장과 판매자의 입장을 두루두루 살펴 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소비자의 입장으로서 아닌 건 아니라고 말 할 줄 알면서도 그렇다고 과한 대접을 받기 위한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판매자 입장에서도 정당한 컴플레인에 대한 후속 조치를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해준다면 서로간의 마찰이 덜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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