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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에다 낙서해도 되잖아요!
암묵적으로 지켜야 하는 도덕적 행위에 대해
2015-02-11 09:50:24최종 업데이트 : 2015-02-11 09:50:24 작성자 : 시민기자   이수진

어린 아이들이 어른들의 행동을 잘 따라하는 것은 극히 잘 알고 있는 현상이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부모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무슨 행동을 하기에 앞서 한번 더 생각해야 하는 습관을 길들여야 할 정도로 조심해야 한다. 

나에게는 6살짜리 사촌동생이 있다. 우리 집에 자주 와서 놀다 가는데, 오기만 하면 내 방에 찾아 와서 종이와 필기도구를 달라고 한다. 가끔은 귀찮을 때도 있지만, 이것은 사내아이인 사촌동생의 정신없는 행동을 가라 앉히기 위한 좋은 방법이 되기 때문에 웬만하면 챙겨주는 편이다. 
그러면 한 1시간동안은 잠잠하다. 그리고 나서 거실에 나가 보면 그림이란 그림은 A4용지에 빼곡히 그려서 어른들에게 자랑을 한 30분씩은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어김없이 또 우리 집을 놀러 와서 종이와 필기도구를 달라고 한다. 그 날 따라 흰 여백의 종이가 없어서 글씨가 좀 쓰여진 이면지를 줬다. 아이는 또 잠잠해졌고 그 사이 거실을 내다 보니, 뭔가 이상한 광경을 포착했다. 내가 준 이면지에 무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지폐에다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달려가서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의 잘못된 점을 최대한 화 내지 않고 타일렀다. 귀중한 돈에 이렇게 낙서를 하는 건 굉장히 나쁜 짓이며, 해서는 안 된다며 타일렀는데 아이가 하는 말이 더 놀라웠다. 다른 지폐 한 장을 가리키더니 유치원에서 배운 숫자들이 여기에(지폐) 쓰여져 있으니 자기도 지폐에 그림을 그려도 된다고 했다. 

아이가 가리킨 지폐 한 장을 보니, 어른이 쓴 것으로 추측되는 낙서가 있었다. 103/1103 라는 낙서가 아무래도 103동 1103호를 뜻하는 것 같았고, 전화를 받는 도중에 무언가를 받아 적으려고 할 때 사용할만한 종이가 없어서 지폐에 급하게 쓴 것으로 보였다. 

아무리 급해도 지워지지 않는 볼펜으로 이렇게 낙서 흔적을 남길 수가 있는지...그나마 퇴계이황선생님의 얼굴에 낙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지...처음에는 아이의 엄마인 나의 이모가 쓴 것인 줄 알았는데 이모는 아니란다. 하긴 자녀 교육과 예절에 대한 투철한 정신이 있는 이모가 그럴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이가 이모에게 호된 꾸중을 들고 조금 주눅든 상태였다. 

아이는 낙서된 지폐를 보고 지폐에는 낙서를 해도 된다는 인식을 품게 되었고 그대로 실행에 옮기며 순수하게 낙서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유독 흔적을 남기기를 좋아한다. 즉 흔적을 남겨야 할 곳과 남겨야 하지 말아야 할 곳의 구분을 못하는 성향이 있다. 

간략한 예를 들자면, 철 모르는 중고등학생들이 문화재 견학을 가서 유적지에 낙서를 하거나, 혹은 어른들이 지폐에 낙서를 하는 경우이다. 그나마 내가 발견한 낙서지폐의 상태는 양호한 편에 속한다. 더욱 더 심한 낙서들이 즐비한 지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비단 지폐에 낙서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문화재 유적지에 낙서를 하는 것 또한 어릴 때부터 확실한 교육이 필요한 문제이다. 

나는 어린 아이가 지폐에 낙서를 한 것에 대해 앉혀 놓고 오랫동안 타일렀다.
강제적인 규제가 따르거나,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그에 따른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도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지키게 되는 것이 바로 도덕이다. 이 도덕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계속 어기기만 한다면 그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며, 이것이 어린 세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사고가 형성되기 시작할 무렵의 아이들은 어른들의 사소한 행동하나하나, 그리고 어린들의 사소한 행동으로 인해 빚어진 결과물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을 똑같이 따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라나는 아이의 사고력과 인성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비단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 뿐만 아니라, 자각할 수 있는 나이대의 사람들이 사소하지만 중요한 공공질서  하나 지키지 않는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는 사소하게 지나치고 위반하는 도덕적 행위에 대해서 한번 더 고찰 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쉽게 위반하는 행위들이 하나씩 쌓이고 쌓여서 습관처럼 배인 것은 아닌지 각자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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