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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어린이집 CCTV설치가 해법일까
'국공립 유치원까지 CCTV설치하겠다' 논란 일어
2015-02-13 16:11:44최종 업데이트 : 2015-02-13 16:11:44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며칠 전 내 아이는 건물의 엘리베이터에서 거울을 보고 이상한 흉내를 내고, 콧구멍을 벌렁거렸다. 한참을 서로 웃었는데 엘리베이터 천장에 달린 CCTV를 보고 갑자기 장난을 그만두었다. CCTV가 아이의 장난스런 행동을 처벌하는 것도 아닌데, "엄마 CCTV에 다 찍히잖아!" 라고 하면서 그만두었다. 누군가가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부자연스러운 행동과 어색한 기운이 흘러버렸다. 

최근 어린이집 폭행사건으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혀지면서, 부모들은 어린이집에 CCTV를 의무화하길 원한다. 이제는 어린이집에서부터 국공립 유치원까지 CCTV를 설치하여 유치원의 보안과 방범을 강화하겠다고 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법률을 만들려고 한다. CCTV는 보안, 방법, 안전을 목적으로 설치한다고 하는데 과연 이는 타당한 해법일까 고민해본다. 

영유아 어린이집은 보육의 기능이 강하고, 유치원은 교육부에서 관할하는 교육기관이다. 당연히 영 유아는 보육에 있어서 안전한 보살핌이 우선된다. 
하지만 유치원은 엄연한 교육기관이다. 유치원에 CCTV를 모두 전면 설치하겠다는 해법은 이미 교사 집단을 범죄 집단으로 낙인시키고 있는 듯하다. 교사의 자존감, 자긍심을 떨어지게 만든다. 교사 자신이 존중받고, 교육자로서의 인정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의 감시 대상이 되어 버리는 상황이다. 

 

유치원, 어린이집 CCTV설치가 해법일까_1
선생님과 교육기관을 온전히 믿었기에 유아기에 한 교육기관을 3년씩 보낼 수 있었다

어린이집 CCTV설치에서 이제는 유치원까지 모조리 다 각 교실마다 CCTV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엄연한 교권의 침해이다. 물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 놓고, 걱정하고 염려하는 부모 심정 이해 가지만 모든 교육에 일일이 간섭하겠다는 심정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믿지 못한다는 뜻이다. 교사를 믿지 못하는 환경에서 정말 아이를 믿음으로 가르치는 일은 가능해질까? 

보이는 것만 믿는 세상이 된다. 보이지 않는 것은 수치화, 계량화 측정될 수가 없다. 보이는 것만 사실이라고 인지하는 세상에서 사랑, 믿음 등의 가치는 점점 더 바닥으로 추락한다. 아이들의 안전, 보호가 목적이라고 하는 CCTV는 이후 교사 및 학생의 개인적인 인권 침해까지 야기시킨다. 무차별적으로 공개되는 영상이 어디에선가 유포되고, 어떤 경로로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골목길마다 건물마다 CCTV로 나의 모습이 알게 모르게 찍히고 있다. 보이지 않는 감시다. 

어떠한 사건이 발생한 후에 긴급하게 후 조치를 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항상 궁여지책의 방안으로 모면하려고 한다. 근본 대책보다는 또 어마어마한 세금을 쏟아 부어 CCTV를 설치하는 해법을 제시하여 동요된 국민을 안심시킨다. 근원적인 해결책은 논의 밖이다. 

국공립 유치원까지 CCTV가 설치된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교사의 입장, 아이의 입장, 부모의 입장 모두 다를 것이다. 하지만 보아야만 믿는 사회 속에서 과연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교육의 바탕이 만들어 질 수 있을까? 과거처럼 선생님을 온전히 신뢰하는 분위기는 앞으로 생겨나지 못할 것이다. 오래 전 사라진 교사의 사랑의 매는 폭행이 되어 버렸다. 때려서라도 가르치려고 하는 선생님의 애정은 역사의 뒤로 사라졌다. 

어쩌면 CCTV가 유치원마다 설치된 이후 보이는 교육은 좋아질는지 모른다. 전시성 교육, 전시성 프로그램은 점점 많아질 수도 있다. 언제 어디서든 감시당한다는 생각에 말과 행동 하나하나 조심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받게 되는 교사 자신의 스트레스는 과중해진다. 남에게 잘 보이려고 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은 진실성이 떨어지고, 가식적으로 되어 버린다. 

마음과 마음의 교감으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교육 자체도 서비스라는 인식이 확대된다. 교사는 서비스하는 사람, 학부모 및 학생은 서비스 받는 사람이라는 논리가 형성되면서 고객 만족을 위한 기업의 논리가 교육에서도 만들어지고 있다. 한 사람에 대한 근원적인 애정을 품고, 바른 인성과 가치를 키우고자 하는 교육의 본질은 사라질 수도 있다. 

나도 부모다. 가정 보육 시설 및 어린이집, 유치원에 아이를 보낸 경험이 있는 부모다. 그렇지만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CCTV를 확대, 전면 설치하겠다는 의견에는 반대한다. 점점 믿을 수 없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버리는 가식의 해법이 혐오스럽다. 
교사에 대한 처우개선 및 교육의 질을 높이는 대책보다는 문제를 덮어버리는 식의 해결책은 장기적으로 정당한 방식은 아니다. 국공립 유치원까지 CCTV를 확대, 설치하겠다는 결정은 좀더 재고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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