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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예박물관에서 꿈과 희망을 찾아보세요
2015-06-05 15:44:25최종 업데이트 : 2015-06-05 15:44:25 작성자 : 시민기자   김수경

한국서예박물관에서 꿈과 희망을 찾아보세요_1
한국서예박물관에서 꿈과 희망을 찾아보세요_1
 
딸아이가 고등학교 다닐 때 봉사활동을 위해 해외봉사부터 의료봉사, 가족봉사, 각종 행사를 따라 다니면서 봉사활동이 의미도 있었지만 어렵게 느껴졌다. 노숙자 봉사를 나가서도 노숙자들에게 말 한마디 못 붙이고, 요양원에 가서도 할머니 손 한번 제대로 잡을 수 없었던 나에게 봉사는 너무나 멀고 어려운 일이었다. 

봉사란 희생이 아니라 나눔이다. 나 자신이 먼저 행복하고 행복해져야 마음에서 남을 위하는 행동이 나오고 행동을 함으로써 보람을 찾게 된다. 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서 행복해 지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무엇인가를 했는데 나와 남이 함께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이 나눔이며 봉사다. 

누구에게나 개성이 있는 것처럼 나에게도 맞는 나눔이 있을 것이다. 내가 함으로써 즐거운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니 나는 역사와 서예를 좋아한다. 내가 역사공부를 하고 서예를 배우는 즐거움을 남들과도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찾다보니 한국서예박물관 자원봉사를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서예박물관에서 꿈과 희망을 찾아보세요_2
한국서예박물관에서 꿈과 희망을 찾아보세요_2

수원박물관에는 수원역사박물관과 한국서예박물관이 있는데 나와 인연이 깊은 곳이다. 근당 양택동 선생님께서 2003년에 그동안 수집한 유물들을 수원시에 기증하면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처음으로 상설전시 서예 전문 박물관인 한국서예박물관이 2008년 10월에 개관하게 되었다. 
한문 서예 강좌에서 행초서를 근당 양택동 선생님께 2년 6개월을 배우면서 박물관의 유물 하나 하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국서예박물관에 있는 유물 중 한문이 없는 작품은 없다. 한문도 정자체로 써 있는 것은 사전에서 찾아보기라도 할 수 있는데 초서나 전서체는 찾기도 어려웠다. 한 번에 많은 것을 알기는 어렵겠지만 박물관에 갈 때 마다 한 글자 씩 찾아 읽고 외우기 시작했다. 

내가 행복해지는 길을 찾고 배우기를 노력 하다보니 봉사하는 날이 즐거워졌고 관람객에게 해설을 하여 알려주는 것 보다는 관람객에게서 배우는 것이 더 많아졌다. 

어느 일요일 80대 아버지를 모시고 딸이 박물관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서예박물관입니다." 딸집에 왔다가 딸과 함께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한국서예박물관 관람하려고 오셨다. 
오래된 양복에 넥타이까지 갖춰 입으시고 작은 검정가방을 어깨에 메셨다. 걸음걸이가 힘들어 보이셨다.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계실 것 같은 느낌에 관람이 끝나고 나오실 때 할아버지 옆에서 오늘의 관람이 어떠셨는지 물어보았다. 

할아버지께서는 말을 건네는 나를 반갑게 바라보시며 어려서부터 서예를 하고 싶었고 좋아하였지만 형편상 맘껏 공부할 수 없었던 옛 시절을 회상하시며 너무나 가보고 싶었던 서예박물관이었다고 한다. 

다음에는 붓글씨를 쓸 수 있는 도구를 가져와서 작품 앞에서 글을 써보고 싶다고 하시며 가방 안에서 연습장을 꺼내신다. 보여주시는 연습장에는 파란색 볼펜으로 정성들여 한 글자 한 글자 쓰신 명심보감이 적혀있었다. 매일 한자를 익히고 계시는 할아버지시다. 할아버지는 어린 시절에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기 어려웠지만, 자녀들을 다 키워놓고 나이가 먹어서는 하고 싶은 공부를 즐겁게 하신다고 한다. 배움의 즐거움을 아시는 할아버지시다.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할아버지께서 지필묵연 문방사우를 가지고 박물관을 다시 찾는 날, 할아버지는 좋아하시는 글귀를 쓰고 나는 옆에서 정성스레 먹을 갈며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뵙고 싶다. 
이렇듯 박물관이 삶의 희망을 줄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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