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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인 “詩의 나이가 30대초· 중반이면 좋겠다”
2016-08-24 02:15:21최종 업데이트 : 2016-08-24 02:15:21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23일 오후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인들의 예술 한마당 큰잔치 '詩여, 다시 희망을 노래하라' 시화전이 열리고 있는 수원시미술전시관(수원시 장안구 송정로 19)에 안도현 시인이 나타났다. 
(사)한국문화예술진흥협회와 계간 '열린시학'사, '시조시학'사, 한국시조문학관이 주관하고 전국 계간지협의회 회원사, 월간 '현대시', '시와표현' 등 20여개 잡지사가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와 명사특강 프로젝트도 진행되는 가운데 '연탄재 시인'으로 알려진 시인이 여덟 번째 명사로서 수원시민을 찾았던 것. 

준비된 좌석이 일찌감치 꽉 들어찬 후에도 끊임없이 들어서는 사람들로 인해 놀랐는지 시인은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잠시 뜸을 들였다. 공교롭게도 더위도 한풀 꺾인다는 절기 처서(處暑)날이었지만 마지막 발악인양 정수리를 태운 불볕더위에 시인도 청중도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았다. 재킷을 벗어도 괜찮겠냐며 동의를 얻은 후 시인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안도현 시인
안도현 시인 "詩의 나이가 30대초· 중반이면 좋겠다"_1

詩가 대체 뭐야?

"여기 오신 선생님들은 시를 좋아하시는 분들이신가요? 혹은 시창작하는 분들인가요? 누군가 내게 '시가 대체 뭐야?'라고 물으면 난 솔직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내 작품이 교과서에 몇 작품 실려 있어서 기분도 좋고 해 어느 날 서점에 가 참고서를 뒤적거렸습니다.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우는 '시의 종류, 작품분석, 운률, 내재율...난 단 한 번도 이런 형식에 맞춰서 써야겠다고 생각한적 없어요. 하물며 이 시를 쓴 작가의 의도를 묻는데, 내가 썼는데도 그 답을 모르겠더라구요.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시는 쓰는 것, 누군가 읽는다는 것인데 나의 의도 혹은 작가의 의도 따지는 건 옛말입니다. 독자가 완벽하게 읽어내는 독자중심주의로 작가 의도와는 상관없이 읽어낼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시란 나만의 언어로 발견하는 것!

"'너에게 묻는다'란 시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느 순간 내가 '연탄재 시인'으로 불리고 있더라구요. 옛날 재래식 부엌의 연탄불은 우리에게 밥과 국을 끓여냈고, 방을 데우고, 따뜻한 물을 제공하고, 양말과 운동화를 말리기도 하고,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머리를 말리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를 가다가 빙판 언덕길에 한 어르신이 사람들을 위해 연탄재를 뿌려 놨습니다. 사실은 이 시는 중학교 국어교사시절 교내 백일장 시제 '가을'에서 시작됐습니다. 즉, 가을을 상징하는 상투적 표현들로 쓰는 시는 시가 아닙니다. 시란, 나만의 눈과 언어로 시적인 시가 돼야 합니다. 시를 쓰려고 하지 말고, 남들이 다하는 언어 쓰지 말고, 시적인 것 창의적인 소재의 재발견이어야 합니다."

시인은 발명이 아닌 발견자

"창의적인 시적인 시들, 이를 테면 '너에게 묻는다'란 시로 인해 돈을 벌었습니다. 30대 초반 전교조 해직사태 때 퇴직하고 아이들 과외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이든지 잘 들어야 시적인 시들이 탄생한다'였습니다. 그러니까 시인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보단 잘 듣고, 몇 시간이고 관찰하며 지속적으로 쓰는 게 중요합니다. 타고난 시인은 없다는 말이죠. 발견이 아닌 원래부터 존재하던 것을 발견하는 자입니다. 발명이 아닌 발견자로서 열심히 열정적으로 많은 시인들의 시를 읽는 게 중요하죠. 대충대충 읽더라도 그중 어느 하나 내 마음에 들면 그게 좋은 시입니다."

詩, 원초적 언어를 내뱉어라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언어에는 시적인 언어가 있고 비시적인 언어가 있어요. 정석이 아닌 재밌는 언어를 선택하길 권합니라. 개념적인 언어가 아닌 원초적 언어가 더 시적인 말입니다. 시는 때론 어깃장 같은 것이기도 하고, 때론 엉뚱하기도 합니다. 주변을 둘려보면서 개념을 찾고 개념 해체하는 대화를 하는 게 詩죠. 이를 테면 똥과 대변의 차이랄까요. 나의 시 '사라진 똥'처럼 시의 언어는 구체적으로 아래로 내려오는 것입니다. 실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해주는 게 시이니, 끊임없이 상상해 스며들게 하십시오."

안도현 시인
강의 후 독자들에게 일일히 싸인해 주고 있는 안도현 시인
안도현 시인
대중적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풍경- 줄을 서서 시인과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한동안 지속됐다

안도현 시인은 2시간 남짓 자신의 시 '재테크', '일기', '공양', '사라진 똥', '겨울 강가에서', '너에게 묻는다' 등을 통해 쓰게 된 동기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에 대해 피력했다. 청중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시적 발견에 놀라워했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은 덜 마음에 든다'며 겸손해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문학관을 지루하지 않게 담담하게 전달하면서 객석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신춘문예 등단을 위해 필요한 것은? 학생들 지도는 어떻게 하는가"
"현대시 중 난해하다는 평가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SNS시와 시인들이 화제다. 시라고 생각하는가?"
"최근에 참여시를 쓴 적이 있는가!"
강의가 끝난 후 청강자들의 궁금한 것을 듣고 답하는 시간, '아직 끝난 게 아니야!'라는 듯 열정적인 질의가 쏟아졌다. 안 시인은 "시란 더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는 투자"라면서 질문에 대해 소신껏 답했다. 

"수 천 수 만 당선작품들을 끌어 모아 분석하고, 나 역시나 어려운 시가 있지만 시대적 차이가 나는 만큼 '그 시절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시조가 시의 주류로 가지 못한 이유로는 현실 대응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시는 허구와 실제의 조합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허구도 인정해야 합니다. 난 시의 나이가 30대초· 중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SNS시는 재치가 돋보이긴 하지만 삶에 대한 통찰은 없어 보입니다. 짧은 시라도 일본의 하이쿠와는 다르죠. 시간성, 계절, 삶의 통찰 등 총체적으로 들어간 형태라야 시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참여시는 옛날식으로 쓰면 곤란하고 새로운 언어적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 정부에게 검찰기소 당하면서 더 이상 쓰지는 않겠습니다."며 자신만의 문학관을 솔직하게 강하게 드러냈다.

안도현 시인
'시여, 다시 희망을 노래하라' 범 예술계 축제가 인기다. 그림과 시 등 작품들이 한 공간에서 전시돼 관람객의 눈을 사로 잡는 보기드문 행사다

시인들은 끊임없이 자기갱신을 통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만든다. 안 시인이 강의 내내 몸소 보여줬다. 
시가 난해하고 어려워 접근을 꺼리는 이들은 안도현 시의 매력을 느껴 보시길.
'시여, 다시 희망을 노래하라!'의 특별한 프로젝트 인문학 콘서트는 대장정을 마치는 27일까지 이어진다. 문의 031-243-3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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