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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원 뮤지컬 유람, 수원시민은 행복했네
2016-08-27 08:29:19최종 업데이트 : 2016-08-27 08:29:19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축제는 빛과 소리로부터 시작된다. 그렇지만 대지에 어둠이 내려앉으려면 조금 기다려야 한다. 무대에 불이 들어오려면 적어도 한 시간은 족히 걸릴 터이다. 그럼에도 무대에서 가까운 잔디밭은 자리 선점을 위해 야외 돗자리를 까는 이들이 속속 들어선다. 양손 가득 챙긴 먹거리가 둘러앉은 사람들 앞에 푸짐하게 펼쳐진다.

최정원 뮤지컬 유람, 수원시민은 행복했네_1
최정원 뮤지컬 유람, 수원시민은 행복했네_1
 
26일 오후 6시, 수원의 북쪽 시민들의 힐링 공간으로 각광받는 만석공원 수원 제2야외음악당 무대 주변으로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른 새벽 내린 소낙비로 인해 온도가 급격히 내려갔고, 때마침 수원시민을 찾은 '더 베스트 오브 뮤지컬 -최정원과 함께하는 뮤지컬 갈라쇼' 공연을 앞둔 터라 더위로 한동안 조용했던 만석공원 일대는 모처럼의 활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게 얼마만의 바람이야. 온몸이 오싹한걸! 한밤중에도 온도 30도를 넘어서는 바람에 올 여름 밤을 너무나도 설쳤어. 역시 처서(處暑)가 지나서인지 찬 기운이 반갑고 좋기는 하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약간 추워,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되는 걸!" 
나 역시 축제의 달콤함을 친한 사람들과 즐기기 위해 먹거리 바리바리 싸서 달려갔다. 무대가 잘보이는 야외 잔디밭에 자리 잡고 앉았다. 일찌감치 카카오톡으로 '판 벌리고 있을 테니 몸만 오시라!'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돗자리가 작게 느껴질 정도로 정다운 사람들로 꽉 찼다. 한집 건너 이웃이라고 바로 코앞에 아는 형님이 차지했다. '관람도 하기 전에 춥다'하니 그녀가 겉옷을 슬쩍 놓고 갔다. 

뮤지컬 갈라쇼, 그것도 최정상의 최정원이라니. 사람들이 도심 속 공원에 몰려들었다. 이들은 뮤지컬 유람(遊覽)에 앞서서 친구와 이웃과 가족과 함께 모여 먹고 마셨다. 어른들은 치맥(치킨+맥주)속으로 빠지고, 아이들은 김밥과 음료를 먹으며 자유를 즐겼다. 선선해진 날씨에는 약간의 알코올이 최고라며 웃고 떠드는 사이 왁자한 음향 소리가 무대 쪽에서 들려왔다. 
"와~ 드디어 시작하나보다!" 일행 중 한명이 소리쳤다. 어둠이 깔리고, 무대엔 영롱하고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순간 요술 봉 하나가 파라다이스 세상으로 이끈 듯 우리는 추억의 블랙홀 속으로 빠져들었다.

마치 나 자신이 뮤지컬 주인공이 된 기분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아니 내 주위 사람도 빛과 소리와 함께 최정원이 등장해 무대를 장악하는 순간부터 환상의 세계에 빠져드는 듯했다. 이 얼마만의 즐거움인가. 몸이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무대 앞을 향해 달려 나갔다. 언제 이 많은 사람들이 모인거야. 준비된 좌석은 물론이요 그 주위를 둘려 싼 이들도 첩첩산중,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는 게 아닌가. 이럴 때 그저 두 손을 들고 "헨즈 업(hands up)!"이 최상. 
리듬에 맞춰 몸과 마음을 내버려 두면 된다는 걸 아는지 "우리도 스탠드업 올라잇! 이대로 간다"는 표정으로 몸을 좌우로 흔들어댔다. 무대 아래도, 야단법석 위에도 놀 줄 아는 '호모 루덴스'의 인간들은 온 열정을 무대를 향해 뿜어댔다.

최정원 뮤지컬 유람, 수원시민은 행복했네_2
최정원 뮤지컬 유람, 수원시민은 행복했네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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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원 뮤지컬 유람, 수원시민은 행복했네_3
최정원 뮤지컬 유람, 수원시민은 행복했네_3

그도 그럴 것이 뮤지컬 렌트의 'Seasons of Love'부터 시카고의 'All that jazz', 'Fame',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 '대성당들의 시대', 'On my own', '영웅', '누가 죄인인가', '꽃밭에서', '오늘 이 함성이'등 귀에 익숙한 뮤지컬 음악이 펑펑 터져 나오는데 어느 누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인디언 인형처럼, Run to you....The winner takes it all 등 아바의 맘마미아까지, 춤과 노래 그리고 여기에 격조 있는 매너까지, 관객에게 그야말로 온몸을 불사르며 들이대는데 어찌 환호와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경박함도, 조급함도, 분노도 다 잊은 사람들은 '더 베스트 오브 뮤지컬 가수 최정원과 그 파트너'들의 멜로디에 행복해 했다. 전석 무료라는 말에 그냥 가볍게 엿보러 왔던 이들도 찬사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식을 줄 모르며 연일 달리던 폭염도 사라진 저녁, 수원시민들은 뮤지컬 유람에 푹 빠져 내일의 에너지를 채웠다. 무르익은 어느 가을밤 이곳에서 재즈 외유에 빠져들 수 있기를. 그것이 과한 욕심이 아니기를 바라며 두 시간 동안의 열기를 되새김질 했다.

한편, 2016수원문화원 기획공연으로 진행된 이번 축제는 성숙한 수원시민의식을 보여주었다. 축제가 끝난 후 무대며, 객석이며, 야외 잔디밭이며 시민들이 즐긴 흔적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저마다 가져온 먹거리 쓰레기들을 인근 화장실 입구 한곳에 모아놓는 등 질서 정연한 행동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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