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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따라간 여행, 오늘같은 날도 있어 인생이 즐겁다
2017-03-07 11:28:52최종 업데이트 : 2017-03-07 11:28:52 작성자 : 시민기자   공석남
'벌써...'라고 할 정도로 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봄으로 치닫고 있다. 아침 기온이 조금 싸늘하다고 느꼈는데 낮에는 겨울옷을 벗고 싶을 정도로 답답하다. 
냇물이 졸졸 흐르고 멀게 보이는 산에는 보일듯이 색감이 묻어나올 것만 같다. 돌고 돌아가는 계절의 순환에 발길은 나도 모르게 밖으로 향한다. 아이들은 주말이면 놀러가자고 밖을 내다보고 있으니, 너희끼리 놀아라하며 방관할 수 없는 것 역시 요즘 부모의 입장이다. 

떠밀려 나가기보다는 미리 예약을 해서 아이들에게 환심이라도 사야겠다며 아들은 딸기 따기 체험 예약을 했다. 토요일 아침 신바람이 난 아이 둘은 수저를 드는 둥 마는 둥 하고는 달려 나간다. 
경기도 양평이다. 요즘 이 일대는 12월부터 딸기 체험을 비롯하여 각종 놀이시설과 이벤트 등 농한기의 일거리를 만들어 손님을 맞고 있다. 겨울 한 철은 빙어축제와 더불어 썰매타기로 시선을 모았다는 곳. 용문산과 한강 줄기가 흐르는 곳이다. 

물 맑고 공기 좋아서 전원주택 용지로도 각광을 받는 곳. 시골마을이지만 산세가 좋고 풍광도 어우러져 살기 좋은 고장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딸기 밭이 있어 사람들을 부르고 있으니 금상첨화라고 해야겠다. 넓은 농지, 복잡하지 않은 동네, 징검다리로 개울을 건너다니는 낭만이 함께하는 마을이다. 지난 가을 갈대밭으로 자랑하던 그 줄기가 그대로 서 있는 곳, 아이들은 그 속으로 난 길을 뛰어다니면서 즐거워한다. 이래서 시골길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가보다. 
각종 놀이기구들을 타고 한바퀴 돌아볼 수 있는 곳. 트랙터를 타고 덜덜거리며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요즘은 살아가는 방식이 다름을 본다. 농사만 지어서는 수지계산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농장을 경영하는 이들. 머리를 쓰고 지혜를 짜내어 덜 힘들이고 더 많은 수확으로 나도 좋고 남에게도 도움이 되는 좋은 아이디어로 삶의 형태가 바뀌고 있다. 
한 번 찾아보면 활력을 넣을 수 있는 곳, 나도 하고 싶다는 희망을 담고 땅의 소중함을 깨우쳐주는 무한한 대지의 품을 기대하는 농촌의 모습이다. 곡식과 채소만이 아니라, 그 어떤 가공품도 만들 수 있는 다목적인 농촌의 모습으로 탈바꿈 되는 현장. 연구하는 젊은 인력, 지혜와 사랑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은 보기도 좋았다. 

이곳에 가려면 미리 인터넷을 통한 예약은 필수다. 물론 요즘처럼 통신수단이 좋아서 일반교통보다는 자가용이 편하긴 하다. 버스도 이용할 수 있는데 안내도 잘 되어 있다. 시간이 좀 걸린다는 단점은 있다. 그러나 '둘레길도 걷는데...'하는 마음으로 한 번쯤 마을길, 논두렁길을 걷고, 산밑 길을 걸어서 찾아다니는 체험여행도 좋을듯하다. 새봄이 오는 길따라 두런거리며 서로 보고 웃고 옛추억을 담아볼 수 있는 그런 길을 걸어보는 재미도 있다. 

봄 따라간 여행, 오늘같은 날도 있어 인생이 즐겁다_1
봄 따라간 여행, 오늘같은 날도 있어 인생이 즐겁다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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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따라간 여행, 오늘같은 날도 있어 인생이 즐겁다_3
봄 따라간 여행, 오늘같은 날도 있어 인생이 즐겁다_3

딸기밭은 징검다리를 건너서 논밭의 비닐하우스 안에 있다. 3월 들어 딸기가 제철을 맞았다. 맛도 좋고 알도 굵고 실했다. 비닐하우스 안의 딸기 밭은 노지 재배에서 볼 수 없었던 농촌의 실제 현장을 체험하는 좋은 기회였다. 
우린 예약자 번호표를 달고 딸기 밭으로 들어갔다. 

몇 년 전 딸기 밭을 본 기억이 있다. 그것도 비닐하우스가 아닌 노지 딸기밭이다. 친구 남편이 재미삼아 기른 것인데 우리를 초대했기에 먹어봤던 그 딸기는 내가 먹어 본 그 어떤 것보다 맛있었다. 
밭고랑을 타고 열린 열매를 따기 위해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서 따 먹었다. 딸기도 밭두덕과 줄기가 닿아서 흙이 묻어 있었다. 조심스럽게 흙을 털어서 먹었던 그 맛은 오래 전이지만 마트에서 선보인 그 맛과는 비교되지 않았던 참 맛이었다. 양평에서 딸기를 먹어보면서 오래전 그 맛이 생각났다. 

아이들은 딸기 밭을 보자 신나게 달려간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입구에서 농장주인은 딸기 따는 요령을 설명했고 직접 데리고 들어가 실험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잘못하여 잡아당겨서 줄기를 끌고, 덜 익은 딸기를 따서 상처를 내곤 했다. 사람의 손이 간 딸기는 곰팡이가 피면서 전염성이 강해 순식간에 딸기밭을 망칠 수도 있다면서 주위를 주었다.
딸기는 두 손가락으로 쥐고 90도로 꺾어서 따면 똑 소리와 함께 떨어진단다. 식물도 저 나름의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가족은 서서 따는 딸기밭으로 이동했다. 그것이 편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프라스틱 통을 하나씩 받아들고는 가르쳐 준대로 하나씩 따서는 우선 먹어본다. 맛있다면서 환하게 웃는 얼굴이 예쁘고 순진하다. 평상시 해보던 일이 아니기에 재미있는 것 같다. 서슴없이 주인이 가르쳐준 대로 딸기를 따서 작은 상자를 채워가기 전에 제 속을 먼저 채우는 것이 급선무였다. 크고 잘 생긴 놈을 골라 따서 손자는 한번 쳐다보라고 하고 제 입으로 먼저 들어갔다. 그리고 하는 말, "바로 이 맛이야!" 하고는 크게 웃었다. 아이들의 먹는 입과 그 웃음소리가 내 마음, 아들, 며느리 마음으로 전이되는 기쁨이었다. 

딸기체험 뿐 아니라 각종 먹을거리도 속을 든든하게 해주었다. 딸기를 갈아서 팥소를 만들고 빵 반죽으로 빵 만들기 체험을 했다. 손으로 크게 구멍을 만들고 그 안에 소를 넣고 잘 오무려 놓은 것을 찜기에 넣어서 20여분을 쪄 내면 금방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찐빵이다. 우린 찐빵이 익을 동안 밖에서 트랙터타기도 하고 갈대밭을 돌아오기도 했다. 
그뒤에 먹는 빵 맛은 내가 만들었기에 더욱 맛있었다. 아이들은 제 주먹만하게 만들고 어른들은 크게 만들었다. 먹고 남은 것은 포장하여 집으로 가져왔다. 다음에 쩌서 먹으면 맛있기 때문이다. 

봄 따라간 여행, 오늘같은 날도 있어 인생이 즐겁다_2
봄 따라간 여행, 오늘같은 날도 있어 인생이 즐겁다_2

점심때가 되었다. 입장료 속에는 먹을거리와 놀거리가 포함되어 있다. 점심은 비빔밥이다. 각종 채소와 콩나물국이다. 채소도 많이 들어있진 않지만 그런대로 고추장을 넣어서 비비고 나니 담백하면서 이채로워 입맛을 당겼다. 
평상시와 다른 맛과 놀이 속에서 즐거웠다. 후에 만들 밀가루 빈대떡 굽는 일은 배가 불러서 포기하고 돌아섰다. 

그 대신 우린 아이들과 갈대밭에서 실컷 뛰고 징검다리를 건너다니며 놀았다. 물은 얕고 맑았다. 물밑에서 움직이는 흙들과 모래들, 작은 고기들이 막대기로 휘저을 때마다 흙물을 만들며 물길에 휩쓸리는 것을 보며 아이들은 즐거워했다. 나오면 모든 것이 놀이고 새로운 모양이다. 

하루를 보내고 돌아왔다. 감사한 마음으로 들고 온 작은 딸기상자를 보면서 하루라는 시간 속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며 가족이 행복했던 순간을 되새겼다. 삼백예순 다섯 날을 매일 재미있게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도 있어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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