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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대상포진 나에게도 왔다
2017-05-31 15:14:12최종 업데이트 : 2017-05-31 15:14:12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미
나에게도 무서운 대상포진이 왔다. 장독대 옆 금낭화가 곱게 핀 유년시절의 문득 문득 그리워지는 아름다움의 절정인 꽃 봄 5월 중순에 슬며시 내 몸으로 엄습해온 대상포진은 나의 기력만 빼앗아 달아나지 않고 우리가족의 사랑을 각인시킨 긍정적인 힘도 발휘했다. 

대체로 50대 이후 면역력이 떨어진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대상포진이란 병으로 수원시청주변 대상포진 전문의 O O병원에 5월 18일 입원을 하면서 아이들과 남편은 번갈아 병동을 찾았다. 4년 차이를 둔, 두 아이 출산을 위한 산부인과 입원했던 경험은 있었으나 치료차 들린 전문병원 입원은 처음이었고 슬그머니 겁먹는 나에게 대상포진 진단과 입원선택을 고민할 짧은 시간도 없이 당일 입원결정을 했어야만했다. 

이미 발진이 시작된 지 몇일이 지났고 약한 통증이 점차 강도가 심해지고 있어 첫 내원한 당일 오후에 바로 입원수속을 밟고는 외출증을 받아서 속옷이며 세면도구 책과 필기도구 등을 챙겨서 병실로 왔다. 8F 병실에서 '3차 통증' 이라는 중병이후 후유증으로 통증이 극심한 환자인 70대 노인과 2인실에서 첫날밤을 보냈다. 
진료 차 내원했던 병원에서 입원을 예측하지 못했기에 두 차례 집에서 병원으로 종종 걸음을 했기에 통증이 있음에도 곤히 잠자고는 다음날 아침 식사는 혼자서 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가족을 위해 아침밥을 준비했던 내가 잠자리에서 일어나 식판에 담긴 아침밥을 받아서 먹는 기분이 생소하고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끼니때가 기다려지는 것은 메뉴가 무엇인지,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가 궁금해서였다. 병원에서 먹는 밥은 입맛에 꼭 맞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말끔하게 다 비웠다. 

식사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치료가 시작되었다. 입원 전 검사했던 대로 손상된 신경치료도하고 항바이러스 정맥주사를 맞고 환부 적외선 치료도 받고 매끼니 잘 챙겨 먹은 뒤 정성껏 복용해야할 약도 잘 챙겨먹었다. 주치의 말대로 한 달 간 모든 걱정과 일은 접어두고 먹고 쉬고 편히 수면을 취하면 빨리 회복될 수 있다니 그리하겠노라 다짐을 했다. 
3년 전 대상포진으로 두달 넘게 입원하여 너무 심한 통증으로 삶을 포기하고 싶어 했던 큰언니는 대상포진이라는 말도 듣기 거북하다면서 꼭 예방접종을 하라고 여러 번 당부했었다. 나와는 무관한 것이라며 그냥 스쳐 듣기만 했었던 것이 뒤늦게 후회 되었다. 

3일차 되던 날 허리부분의 쓰라린 통증이 점차적으로 사라졌고 2인실 사용료가 부담스러워 다인실로 병실도 옮겼다. 2인실에서 같이 지냈던 분과 동시에 6인실로 이사를 하고는 실내가 넓어서 더 밝고 환자들의 따뜻한 위로가 마음이 편안하다는 공통된 생각으로 새로운 적응이 시작되었다. 
병실을 옮긴 오후에 잠시 잠이 든 시간대에 평소 과묵하여 말수가 적던 아들이 병실을 찾아 잠든 엄마를 보면서 무슨 생각에 잠겼는지? 눈을 뜨니까 내려 다 보고 있던 아들의 촉촉해진 두 눈빛에 가슴이 철렁했다. 아들은 그냥 누워있으라며 손짓을 하고는 짧은 몇 마디 대화를 끝으로 곧장 학교로 향했고 아들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동승하여 지층으로 내려와 병원 밖 공기를 접하는 순간 집안 걱정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갑작스런 입원으로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해 가장 걱정스런 반찬이며 빨래거리며 아들 여름 바짓단 고침이랑 다림질이며 분리수거며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것 등등 ..... 

4일차 되는 날 조용한 일요일 아침을 맞았고 통증은 완전히 사라졌기에 바로 퇴원도 가능할 수 있을듯했다. 환자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강한 주치의에게 조심스레 다음날 퇴원 의견을 건냈더니 화요일까지는 항바이러스 정맥주사를 맞아야한다는 말씀과 함께 내일까지 지켜보고 화요일 오후에 퇴원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반가운 소식에 남편과 언니들에게 전화로 먼저 알렸다. 반갑긴 하지만 걱정이 된다는 반응에도 나는 다 나은 듯 기뻤고 의료진들에게 너무 감사했다. 

5일차 월요일 아침 의료진들의 병실 회진 때 병원장에게 주치의가 나의 현 상태가 호전되고 있음을 의학전문용어를 사용해서 보고하자 병원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만족한 치료였다는 수신호를 보냈다. 
6일차 화요일 아침 일찍 연일 치료해 왔던 것처럼 항바이러스 정맥주사를 맞고 5F에서 치료받고 3F으로 내려가 적외선 치료를 신속하게 하고는 퇴원준비로 바르는 연고약이며 처방 복용약을 받고 퇴원 바로 직전 다시 항바이러스 정맥주사를 마지막으로 맞고는 왼쪽 팔에 주사바늘을 뽑았다. 두 팔은 시퍼런 멍투성이였다. 

나는 환자복을 벗어두고 입고 왔던 긴 원피스로 갈아입었다. 병원비 결제를 마친 남편은 돌아오는 길에 보양식을 먹자며 우리 동네 고깃집으로 향했고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 귀가했다. 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듯한 기분을 차분히 내려놓자 시선은 곧장 싱크대로 향했다. 수북하게 쌓여 있을 것이라 예상과는 달리 거짓말처럼 말끔하게 제자리에 그릇들이 정리되어 있었고, 빨래통도 완전 비워져 제법 정돈된 집안 모습이었다. 잠시 외출하고 돌아오면 엉망이던 집안이 장장 6박7일 동안, 한주를 몽땅 비웠는데 이럴 수가.
식탁의자에 앉아 앞 베란다 건조대에 빼곡하게 늘려있는 타올이며 속옷이며 양말 등등을 보니 남편의 마음이 전해졌다. 남편과 두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에 울컥해져서 매일 퇴근길에 병원을 다녀갔던 큰애 딸아이에게 전화를 하고 남편과 아들에게는 카톡으로 마음을 전했다. 

병원 퇴원은 끝이 아니었다. 퇴원 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약을 복용하고 연고를 열심히 발랐지만 포진발생부위 상처가 아물지 않았고 26일 내원하여 신경뿌리치료하고 주사도 적외선치료도하고 처방도 받았다. 
바로 어제 30일 퇴원 후 두 번째 내원하여 옆구리 포진부위 드레싱하고 주사 맞고 적외선치료하고 돌아왔다. 이제는 포진발생부위에 앉았던 딱지가 거의 떨어졌으나 옆구리 주변에는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로 옷 입기도 불편하고 잠자리도 불편하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가장 빠른 회복을 보여준 대상포진 모범상태 환자라고 하지만 지금도 나는 많이 불편하다. 포진부분이 100% 완치가 되면 내가 다녔던 대중탕에 가서 편안하게 씻고 싶다. 면역력을 돕는다는 건강식품을 인터넷으로 구매 했다. 내일이면 초록이 짙어 바다를 이루 듯한 6월이 시작된다. 6월에는 다들 맡은 일과 학업에 여념이 없던 우리 4인 가족을 위한 작은 가족사랑 이벤트를 오밀조밀 구상해 볼까 한다.

대상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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