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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도 너무 작은 휴대폰 약관 글씨들
2017-07-17 23:52:18최종 업데이트 : 2017-07-17 23:52:18 작성자 : 시민기자   김유미

얼마 전 부모님의 휴대폰이 고장나 새 기기를 구입하기 위해 휴대폰 매장에 들른 적이 있다.
단통법이 시행되어 가격들이 예전만큼 천차만별은 아니지만 여전히 비싼 가격에 선뜻 사기가 망설여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간이 날 때마다 여기저기 발품을 팔러 다니기도 하고, 어떤 휴대폰이 쓰기 편하신지 몇 가지 후보를 고른 후 그 휴대폰을 직접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하였다. 

결국 부모님이 고르신 휴대폰은 내가 몇 달 전 구매한 휴대폰이었는데, 그 이유인즉 휴대폰을 사용하다 기능이나 어플을 물어보려면 자식과 같은 기종으로 쓰는 게 제일 편하시다는 나름 소신 있는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모델을 정하고 나니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그동안 방문하여 가격 및 조건들을 상담 받았던 가게들 중 부모님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하시던 가게로 가서 휴대폰을 개통했다. 
그런데 단말기 가입을 위해 약관을 받아 사인을 하시던 어머니가 눈살을 찌푸리시며 어디에 사인을 하는지 물어보셨다. 저녁때인지라 퇴근한 다른 손님들도 있어 직원은 볼펜으로 체크된 부분만 사인하시면 된다고 카운터에서 외치듯 말하고는 바로 다른 손님의 상담을 들어갔는데 어머니가 사인을 못하고 계속 앉아만 계시는 것이었다. 

휴대폰 개통을 위한 약관 내 서명
휴대폰 개통을 위한 약관 내 서명

의아하게 생각한 내가 아기를 안고 다가가자 어머니에게 봉착한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름 아닌 A4 용지 한 장에 많은 내용이 들어가 있는 약관의 특성상 글자들이 너무 작고 여백 없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가게 점원이 나름 친절하게 표시해 둔 사인을 해야 하는 곳이 어디인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국 바쁜 직원을 대신해 내가 어머니에게 어디에 사인을 해야 하는지를 손으로 짚어가며 사인을 도왔고, 그렇게 여러 장의 사인을 끝내고 나서야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었다. 

사인을 유도하면서 어머니께서 광고성 전화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지나가듯 혼잣말을 하시기에 약관을 아주 꼼꼼하게는 아니지만 대략적인 맥락을 파악하며 읽어보며 사인을 하실 수 있게끔 유도했다. 사인을 해야 하는 곳 중 의구심이 드는 내용이 있으며 그 자리에서 물어보며 꼭 동의해야하는 것인지를 물어봤다. 그냥 다 사인하만 된다는 답이 돌아와 다시 한 번 필수인지 선택인지를 물었다. 어머니가 귀찮게 생각하시는 광고성 전화나 문자들이 오지 않게끔 마케팅 동의관련 등은 거절의 의사를 표시하였다.

그렇게 사인을 마친 후 과연 저 약관을 읽어보고 사인하는 사람을 몇이나 될지 궁금해졌다. 사실 나도 쇼핑몰 가입이나 이번과 같이 휴대폰 등을 구매하면서 많은 약관에 동의 체크를 하고 사인을 하지만 정작 그 약관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를 제대로 읽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많은 내용을 포함하여야 하다 보니 약관의 글자들을 언제나 빼곡하게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있다. 사실 50대가 넘으신 분들은 이를 읽고 싶어도 노안으로 인해 읽기가 수월하지는 않는다.
더불어 이번처럼 무엇이 필수인지 선택인지를 잘 따져보지도 않았었는데 부모님을 위해 약관을 읽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우리가 불필요하게 동의를 하여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마케팅에 동의하여 좋은 정보를 바르게, 우선적으로 듣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와 부모님은 반대의 경우였기에 그동안 약관을 읽어보지 않고 손쉽게 동의하였음에 반성하게 되었다. 휴대폰 가게에서도 약관에 대해 질문하는 고객은 처음이라며 다소 의아해하기도 했다. 순간, 잘 읽어보지 못하도록 작게 만든 것인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아무리 작은 글씨의 약관이라도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고 사인해야겠다는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준 하루였다.

휴대폰 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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