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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뭔가요?"…추석을 모르는 아이들
추석에 우리가 모이는 이유를 다시 알아야 할 때
2019-09-20 09:06:05최종 업데이트 : 2019-09-20 09:07:21 작성자 : 시민기자   서지은
  지난 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추석연휴가 있은 뒤 다시 목요일이 되었다. 평소보다 빠르게 지나간 듯한 한 주다. 명절에 하지 말아야 할 말, 명절 스트레스, 명절 교통체증, 명절 노동 등 명절과 관련된 부정적인 의견이 끊임없이 나오는 데도 우린 명절에 계속 모이고 만난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이런 모습을 어떻게 생각할까? 명절에 친척이 다같이 모이는 걸 기뻐하며 만나는 집보다 힘들어하는 집이 많은 요즘 아이들이 생각하는 명절, 추석에 대해 들어보았다.

  "할머니 집은 불광동이고, 외할머니 집은 잠실이에요. 추석에 명동에 가서 쇼핑하고 남산타워 다녀오고 했어요."(초등학교 3학년 정0원)
  "부산에 가서 사촌들이랑 놀았어요. 용돈도 많이 받고 좋았어요."(초등학교 3학년 김0승)
  "베트남에 다녀왔어요. 수영도 많이 하고 맛있는 것도 먹었어요. 할머니 집은 다음에 가기로 했어요."(초등학교 3학년 엄0리)
  "저흰 할머니 집이랑 외할머니 집에 하루 만에 다녀오고 집에서 쉬었어요."(초등학교 3학년 이0건)
추석에 한 일에 대해 발표하고 이야기 나누는 아이들

추석에 한 일에 대해 발표하고 이야기 나누는 아이들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추석날 풍경은 연휴에 가족들과 나들이 가는 이야기 같았다. 추석에 다녀온 걸 빼면 명절이라 하기 힘든 면이 많았다. 추석이 무언지, 우린 왜 추석에 모이는 지에 대해 물었더니 아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번엔 좀더 큰 아이에게 물었다. "이번 추석은 추석 같지 않았어요." 초등학교 6학년 정0원 학생은 올해 추석이 재미없었다고 한다. 어떤 이유에서 그러냐고 물었더니 여행간 곳도 없고 놀지 못 해서 그렇단다. 그래서 "추석이 뭘까?"하고 물었더니 "명절"이라는 답을 했다. 
솔이의 추석이야기 그림책 표지

솔이의 추석이야기 그림책 표지

  추석이 어떤 날인지, 추석에 우리가 왜 모여서 명절을 보내는지를 모르는 아이들에게 이억배 작가가 쓴 <솔이의 추석이야기> 그림책을 보여주었다. 이 책은 95년도에 출간된 작품으로 70대 이상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 추석을 반영하고 있다. 

  농촌에서 도시로 올라온 솔이 아빠, 솔이네 가족은 새벽부터 길을 나서 할머니 집으로 향한다. 가게 문이 닫힌 캄캄한 시간에 출발했지만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벌써 줄이 기다랗다. 오랜 기다림 끝에 버스에 탔지만 도로 위에서 꼼짝하지 않는 버스. 솔이네 가족은 해가 넘어가 노을이 질 때서야 비로소 할머니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추석 음식을 만들고, 차례를 지내고 농악대와 강강술래를 하며 추석을 보낸 솔이네 가족은 다시 버스를 타고 집에 온다. 잠이 든 아이들을 업은 솔이네 부모님은 가게 문이 닫힌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해 시골에 전화를 한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추석날 풍경이 드러나 있는 <솔이의 추석 이야기>는 옛 추석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그림책이다. 예매 시스템이 없어서 표를 구입하기 위해 역이나 버스터미널에서 하루밤을 꼬박 세우며 줄을 서야했던 시절. 추석 전날 목욕탕에서 몸을 씻는 모습,  버스 전용차선이 없어 모든 차가 뒤섞인 채 도로에 서 있는 모습... 요즘 아이들이 좀처럼 보지 못 한 추석 풍경이 나와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추석날 '농악대와 마을 사람들이 어울려 노는 장면이 가장 신기하다'고 한다. 사실 마을사람들이 어울려 즐기던 농악놀이는 아이들은 물론 아이들의 부모들도 좀처럼 보기 힘든 추석 풍경이다.
농악대와 함께 강강술래를 하는 마을사람들이 그려진 장면

농악대와 함께 강강술래를 하는 마을사람들이 그려진 장면

  추석은 봄, 여름에 가꾼 농산물이 결실을 맺는 가을에 이를 기념하는 명절이다. 1년 중 달이 가장 커다란 때를 맞아 놀이판을 벌이는 추석에 관한 기록은 삼국시대 <<삼국사기>>에서도 볼 수 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제3대 유리왕 때 도읍 안의 부녀자를 두 패로 나누어 왕녀가 각기 거느리고 7월 15일부터 8월 한가위 날까지 한 달 동안 두레 삼 삼기'를 했다고 쓰여있다. 마지막 날에 심사를 해서 진 편이 이긴 편에게 한턱을 내고 <회소곡(會蘇曲)>을 부르며 놀았다고 전해진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추석은 농경사회를 바탕으로 한 명절이다. 설날은 새해를 맞이하는 시기성이 있어 현대에도 의미가 전해지는 데 반해 추석은 정보 통신 중심의 현대 사회에서 설 자리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추석에 할머니 집에 가긴 하지만 추석이 무언지 모르는 아이들. 의미를 잃은 명절이 형식만 남았다. 추석의 의미를 다시 재정립해야 할 때다. 

  어느 시기에 무엇을 위해 모이든 명절은 '다같이 즐겁게 나눈다'는데 의미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바라보는 시기에도 먹거리는 중요하고 추석은 우리의 소중한 먹거리를 위한 의미 있는 명절이다. 먹거리를 소중히 하며 다같이 즐겁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추석, 솔이의 추석이야기, 이억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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