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봄나들이…'사회적 거리두기' 다소 아쉬워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회적 배려…남을 위하는 마음 우선돼야
2020-04-08 13:05:26최종 업데이트 : 2020-04-08 13:04:38 작성자 : 시민기자 차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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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를 합장한 융릉 코로나 때문에 두 달이 넘게 방안에만 갇혀 살자니 너무 답답해 생병이 날 지경이다. 코로나가 수그러들지 않자 이제는 서로들 은근히 경계하는 눈치라 친구들 간에도 조심스러워 만나자고 불러낼 수도 없다. 그래서 혼자서 융건릉을 가기로 했다. 융릉은 매년 4월 7일 문화재청 조선왕릉 관리소 주최, 전주 이 씨 대동종약원 융릉 봉양회 주관으로 장조의 황제와 현경의 황후의 합동 제향식을 갖는다. 평상시 볼 수 없는 조선 왕실의 제향 의식이다. 코로나 때문에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콧바람도 좀 쏘일 겸 7일 11시 반쯤 융건릉에 도착 했다.
출입구 매표소에서는 관람객들이 입장권을 사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들은 무료입장이다. 매표원에게 오늘 제향은 지내느냐고 물었더니 코로나 때문에 연기됐는데 올해는 지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입장하겠느냐고 묻는다. 우리 속담에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이 있다. 기왕에 온 김에 관람하기로 했다.
채양이 둥근 등산모를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다 가리고 두 눈만 빼꼼히 내놨다. 그런데도 어떻게 알아보는지 경로 우대 입장권을 내준다. 이런 걸 보면 노인들이 젊어 보이겠다고 하얀 머리 검게 염색을 하고 화장을 짓게 하고 젊은이들처럼 울긋불긋한 옷을 입고 나이 덜 먹은 척 해봤자 말짱 헛일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 나온 젊은 엄마들
역사관을 관람하고 경내로 들어가다 보면 좌우로 거북등처럼 갈라진 노송들이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 숲을 이룬다. 숲길을 따라 50여 m 쯤 가다 보면 세 갈래길이 나온다. 곧바로 직진하면 산책로 길이고 좌측으로 가면 정조의 건릉, 우측으로 가면 사도세자의 융릉이 나온다.
융 건릉은 조선시대 왕과 비의 합장한 능 (사적 206호)으로 2009년 6월 30일 세계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지금은 세계인들의 관광 명소가 되었다. 오늘이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의 합동제향날인데 코로나가 무산시켰다.사도세자는 제21대 영조의 아들이자 제22대 정조의 아버지다. 영조를 대신해서 정무를 보면서 노론파와 마찰을 빚게 되었고 나경언의 고변으로 결국은 영조와의 갈등으로까지 이어져 28세 젊은 나이에 뒤주에 갇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1762년 영조는 젊은 나이에 죽은 세자를 안타까이 여기고 사도(思悼)라는 시호를 내린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코로나 때문에 집안에만 갇혀 살던 사람들이 관광 명소를 찾아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융 건릉도 예외가 아니다. 관람을 마치고 나가는 사람, 이제야 관람하러 들어가는 사람들이 들고 난다. 노인 부부가 관람을 마치고 나온다. "노인장" 하고 불렀더니 발 걸을 멈춘다. "저는 e수원뉴스에서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오늘 왕실 제향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코로나 때문에 취소됐다고 하네요." 안연한 봄기운을 느낄수 있는 4월, 노인들의 봄나들이가 크게 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소 시들해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국민들이 방역당국의 국민 수칙을 잘 지켜줘 코로나 확진자가 세 자리 수에서 겨우 두 자리 수로 줄었는데 마스크를 썼다 해도 사회적 거리를 지키지 않으면 또다시 감염자가 세 자리 수로 올라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코로나가 오랜 기간 머물다 보니 사람들의 두려움도 무뎌진 것 같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매표소에 들러 코로나 때문에 관람객이 많이 줄었는지를 물어봤다. 주말이면 3000여 명이 입장한다고 한다. 평일도 주말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이제는 날이 풀리면서 사람들이 관광지로 몰려든다. 지금은 긴장의 끈을 늦출 때가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공격해 오는데 방어를 소흘히 하면 안 된다. 외출 시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 집에 돌아와서는 '손 씻기'를 일상화해야 한다.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꼭 지켜져야 한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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