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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본 세 달 늦은 초등학교 입학모습
학교의 방역과 거리두기 시행 모습 보며 조금은 안심
2020-05-28 10:03:29최종 업데이트 : 2020-05-28 10:04:12 작성자 : 시민기자   서지은
양팔 간격으로 줄을 서 운동장에서 대기하는 아이들

양팔 간격으로 줄을 서 운동장에서 대기하는 아이들

  "아이가 몇 학년인가요?"
  "초등학교 1학년이요."

  아이가 몇 학년인지 물어보면 대답을 하면서도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인 게 맞는지 실감 나지 않았다. 입학식도 없었고 아이는 학교에 한 번도 가보지 못 했다. 예비 소집일에 학부모인 내가 딱 한 번 학교에 다녀온 게 전부다. 1학년인데 1학년 같지 않은 어정쩡한 기분으로  석 달이 흘렀다.


  드디어 5월 27일 첫 등교를 했다. 입학인지, 개학인지 뭐라 해야 할지 모를 등교를 앞두고 아이는 부
끄럽다고 학교에 가기 싫어했다. 5월 첫 주 연휴 이후 이태원 발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26일에는 은평구와 강서구에서 초등생과 유치원생 확진자가 나왔다. 가까운 지역인 부천에서는 쿠팡 물류센터 확진자로 인해 초등학생 등교가 중지되었다. 아이의 수줍음을 핑계 삼아 가정학습을 신청하고 안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혹시 이번에도 연기가 되지 않을까? 준비물을 다 사놓지 말고 기다릴까?'

  여러 차례 연기 되었던 등교 개학이기에 이번에도 혹시하는 마음을 가져봤지만 27일 등교는 미뤄지지 않았다.

  평소라면 EBS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는 9시에 일어나 TV를 틀어주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갔을 텐데 새벽 6시부터 1시간 단위로 눈을 떴다. 8시가 되어 아이를 깨우고 아침을 먹이며 준비를 하는데 유치원 첫 등원 때도 안하던 이야기를 한다. 

  "엄마, 안 가면 안돼?"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라 아이가 학교에 안가면 엄마가 경찰서 가야돼."

  협박을 하면서 빠르게 손을 놀려 옷을 입혔다. 아이는 엄마가 정말 경찰 아저씨한테 잡혀 가는 거냐고 묻는다. 학교는 가기 싫고, 엄마가 경찰에 잡혀가는 것도 걱정되어 갈등하는 아이. 하루 이틀 학교 안 간다고 경찰에 잡혀가진 않는다고 정말 못 가겠으면 안 가도 된다고 말했다. '아이가 안 가겠다고 해줬으면, 그래도 가야되지 않을까' 마음에 갈등이 일었다. 그런 엄마의 불안을 뒤로하고 아이는 부끄럽지만 가보겠다고 한다.
운동장에 양팔 간격으로 아이들이 서야할 자리가 표시되어 있다.

운동장에 아이들이 서야할 자리가 표시되어 있다.

  운동장 안으로는 학부모가 들어갈 수 없다는데 학교에 한 번도 안 가본 아이가 건물을 잘 찾아갈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정문 앞에 도착해 사진을 찍고 작별인사를 했다. 아이가 운동장 안으로 들어가니 선생님이 다가와 학년 반을 묻고 아이가 가야할 곳으로 안내했다.

  운동장에는 1학년 담임 선생님들이 학년 반이 표시된 팻말을 들고 앞에 서있고, 그 앞에 아이들이 양팔 간격을 유지한 채 한 줄로 서 있다. 어린 아이들이 거리 유지를 하기 어려운 것을 배려해 아이들이 서야할 곳마다 자리가 표시되어 있었다.

9시가 되자 한 반씩 순서대로 담임 선생님을 따라 교실로 이동했다. 담임 선생님 외에 학생 안내를 지도하는 선생님, 교실 이동을 도와주는 선생님. 많은 선생님들이 나와 계셨다. 마스크를 쓰고 운동장 건너 정문에 서 있는 엄마를 향해 손을 흔드는 아이를 보며 발걸음을 돌렸다.

  급식은 선택이었는데 먹지 않겠다고 해서 아이가 11시 50분에 하교 했다. 등교 때와 달리 혼자서 운동장을 가로 질러 쪽문까지 와야하는 데 과연 아이가 할 수 있을지 가슴을 졸이며 기다렸다. 전날 종합장에 학교 구조도를 그려주며 설명했지만 걱정되었다. 멀리 건물 입구에서 신발을 갈아 신는 아이가 보인다. 운동장을 걸어오다 엄마를 발견한 아이가 마스크 안에서 환하게 웃으며 뛰어온다. 걱정 많은 엄마는 '저렇게 뛰면 마스크 때문에 숨이 찰 텐데...'염려하며 아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엄마, 학교 괜찮더라. 내일 또 오고 싶어."

  부끄러워서 가지 않겠다던 아이가 하교하자마자 한 첫 마디가 내일 또 가고 싶다라니 안심이 됐다. 
  등교개학 첫 날 아이는 학교에서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받아왔다. 손 씻는 법을 배우고 다 같이 씻는 걸 연습하며 학교생활을 마쳤다. 친구들과는 자리가 떨어져 있고 책상마다 가림판이 있어 말 한 마디 나누고 오지 못 했다는 아이를 보니 코로나로 인해 변한 학교 풍경이 그려진다. 아이의 첫 학교 모습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방역이라는 게 안타깝다.
학교에서 나눠준 마스크

학교에서 나눠준 마스크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거리두기 생활이 시작된 이후 10일 이상 땅을 밟지 않고 집에서만 생활한 적도 있을 만큼 두려워 하며 생활했다. 확진자가 줄고 날이 따뜻해지면서 산책도 하고 놀이터도 이용했지만 등교는 여전히 걱정되었다. 그런데 오늘 첫 등교 후 생각이 바뀌었다. 학생들 간 거리 유지를 위해 반을 분반해 격일 등교를 하고, 손소독제를 자주 사용하도록 교육하며 선생님들이 방역을 위해 여기저기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는 모습을 보니 불안감이 다소 해소되었다.

  이태원 발 확진자가 여전히 나오고 있고,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도 있는 가운데 등교 개학은 무리라는 의견이 있다. 특히 저학년 아이들은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고 생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집단 감염 위험이 높기에 등교를 더 미뤄야한다는 학부모도 있다. 실제로 오늘 아이 옆자리 아이는 계속 해서 마스크를 벗으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코로나 종식 전까지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고 가을에는 2차 대유행이 예고된 만큼 언제까지 등교개학을 미룰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어느 것이 맞는지 판단할 수 없는 게 지금 상황이다. 인류가 처음 겪는 유행병.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현실에 맞게 판단한 후 이후 상황에 발 빠르게 대비하는 것이다. 등교개학을 하면 학교 내에서 확진자가 나올 수도 있고 여러 위험요소가 있겠지만 모두가 안전할 때까지 미루기 힘들다면, 방역에 힘쓰고 앞으로 일어나는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는 게 최선이다. 

  학교당국의 방역을 믿고 가정에서 함께 방역에 힘쓰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코로나로 인한 달라진 풍경 속에서도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는 일이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아이의 학교생활을 응원한다.

첫등교, 늦은입학, 학교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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