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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개인전 성료…풍부하며 인간미 넘치는 화풍
수원서 민중미술운동가로 활동…10년간 외유하다 2003년 복귀
2020-11-30 14:54:08최종 업데이트 : 2020-11-30 14:53:40 작성자 : 시민기자   김숙경

이주영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수원미술전시관 제1전시실

이주영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수원미술전시관 제1관 전시실


수원미술전시관 1관 전시실에서 이주영 개인전이 지난 24일부터 30일까지 1주일동안 성황리에 열렸다.

 

1986년 중앙대를 졸업한 이주영 화가는 1980년대 중반부터 민중미술운동에 뛰어들었고 1993년까지 7년여의 시간을 헌신했다. 이 기간 동안 그의 삶은 온전히 수원지역과 수원에서 활동한 이 소집단들과 견고하게 이어진다.

 

1993년 평택으로 이주하면서 그는 미술 및 미술운동과 거리를 두었고 2003년 수원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미술에 복귀했다. 미술계 바깥에 있을때 그는 생활의 지속을 위해 가난한 현실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도전과 실패와 재기와 좌절이 10년간 반복되었다.

이주영 화가는 서민들의 삶과 함께 했다.

이주영 화가는 서민들의 삶과 함께 했다.


그 과정에서 그가 인식한 것은 '바로 미술이다'라는 것을 깨닫고 2003년 수원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붓을 잡았다. 그 붓은 이제 운동의 붓이 아니라 자신의 미술세계를 위한 붓이었다. 그는 그 붓으로 그가 마주한 현실을 그렸다. 그 현실에는 늘 어떤 산과 도시와 사람들이 북적였는데 삶의 가장자리를 지키는 풍경이었다.

 

미술에 복귀해서 18년 동안 한 해도 쉬지 않고 그림에 매달렸다. 그가 바라본 곳들은 그의 삶이 그랬듯이 가난하고 그늘진 풍경이었다. 재개발 철거촌에서 시작된 그의 눈은 후미진 골목과 오래된 마을, 사라진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 꽂혔다. 이번 전시는 그렇게 탄생한 작품들의 일부가 출품되었다.

안된다

<안된다>


<안된다>(1989)는 철거하러 온 용역에 맞서 두 팔 벌리고 '안된다'라고 외치는 할머니와 손주, 화면의 전면 중앙에 할머니를 배치했으나, 곡괭이와 해머를 든 용역 깡패들의 거친 손이 두드러진다. '도시화'라는 폭력적 개발 정책은 가난한 삶의 뿌리를 송두리채 뽑아버렸다.

모퉁이 바람

<모퉁이 바람>


그의 작품은 왜 <모퉁이 바람>(2019)과 같은 도시 변두리, 구석진 곳들로 초점을 맞춰줬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그것은 그의 빈곤했던 삶과 무관하지 않다. 그 삶이 지탱하는 현실의 민낯은, 그 민낯에 가려져 있는 주체의 내면은 그렇게 살아본 자만이 알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 화가는 "모퉁이 바람의 모델이 됐던 주택은 재개발로 이미 오래전에 없어졌다"면서 "작품 한가운데 파란색으로 칠해진 부분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고 말한다. 누더기가 된 지붕에서 비가 새는 것을 막기 위한 고충을 짐작할 수 있다. 한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디좁은 골목길은 현실에서 변두리 인생을 사는 서민들의 애환을 반영해 준다. 작품 속 네모난 파란색 부분은 서민들의 억눌린 감정을 풀어주는 배출구가 아닌가 한다.패일대로 패인 주름, 촛점잃은 눈동자, 삶에 찌들어 더 이상 바랄 것도 원하는 것도 없는 얼굴.

패일대로 패인 주름, 촛점잃은 눈동자, 삶에 찌들어 더 이상 바랄 것도 원하는 것도 없는 얼굴.


2020년 코로나19 상황은 사람들 스스로를 좌절시키며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지동시장 앞 지동교에서 마주한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해 마스크 하나에 기대어 일상을 지속하는 가난한 삶을 살고 있다, 코로나는 이들을 더욱 어려운 삶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코로나19로 모든 걸 잃은 상인, 짐꾼, 술주정뱅이, 걸인, 홈리스족 등

코로나19로 모든 걸 잃은 상인, 짐꾼, 술주정뱅이, 걸인, 홈리스족 등


새까만 콘테로 그린 사람들은 그야말로 먹먹했다. 삶의 활기가 사라진 표정들은 가눌 수 없는 곳들을 응시했다. 그곳에는 희망도 절망도 그 어떤 열망도 없는 듯했다. 어제와 내일이 끼어 들수 없는 '오늘'이 막다른 현실로 얼비치는 얼굴들이었다. 코로나19로 모든 걸 잃은 상인, 짐꾼, 술주정뱅이, 걸인, 홈리스족 등등. 이들에겐 공통된 점이 있다. 패일대로 패인 주름, 촛점잃은 눈동자, 삶에 찌들어 더 이상 바랄 것도 원하는 것도 없는 얼굴, 그들이 서있는 회화적 자리는 더 이상 빈 곳이 아니었다. 그 눈빛, 그 포즈, 그 표정, 그 손짓과 그리고 꽉 다문 입이 삶의 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100여명이 넘는 이들 작품들을 보면 그의 세계가 얼마나 따뜻하고 풍부하며 인간미 넘치는 지를 잘 보여준다.

이주영 개인전, 이주영, 김숙경 기자, 김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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