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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령전에 흐르는 역사의 흔적을 좇다
『합리적인 의례 공간, 수원 화령전』 발간
2021-02-19 10:07:02최종 업데이트 : 2021-02-23 13:11:00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책 『합리적인 의례 공간, 수원 화령전』의 표지

책 『합리적인 의례 공간, 수원 화령전』의 표지



 수원시가 수원 화령전(華寧殿) 운한각의 보물 지정 1주년을 기념해 화령전의 가치를 알리는 책 『합리적인 의례 공간, 수원 화령전』을 발간(수원시 화성사업소, 영인본 포함 315페이지)했다. 화령전의 운한각·복도각·이안청은 2019년 8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2035호로 승격 지정됐다. 보물로 지정된 당일 수원시는 기쁜 소식을 가장 먼저 정조대왕께 아뢰기 위해 고유제를 올리고 축하 행사를 열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책을 발간하면서 기념하게 된 것이다. 사실 화령전은 화성 옆에 있어 마치 화성행궁의 부속건물처럼 여기고 주목을 받지 못한 면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물 지정과 책 발간은 화령전의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보물로 지정된 운한각은 정조의 어진(御眞, 왕의 초상화)을 모신 정전이다. 이안청은 어진을 임시로 안하기 위해 만든 건물이다. 이 둘을 연결하는 공간은 복도각이다. 순조를 비롯해 역대 임금들은 수원을 방문할 때면 반드시 화령전에 들러 술잔을 올리는 작헌례를 지냈다. 

『합리적인 의례 공간, 수원 화령전』은 각 분야 전문가 7명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김동욱 경기대 명예교수는 「화령전의 건축 특징과 문화재적 가치」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화령전은 조선 시대 영전의 전통을 계승한 유적으로 그 역사 문화적 가치가 높다. 그리고 왕실 사당 건축제도의 격식을 온전하게 갖추고 있다. 19세기 초 최고급 건축기술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학술 가치가 있다는 기술을 한다.

윤진영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화령전, 정조의 어진이 머문 공간」에서 화령전에 모셔져 있던 정조어진의 정체와 현재 정조초상화의 문제점을 밝혔다. 정조의 진본 어진은 언제 어떻게 그려져 화령전에 봉안되었고, 정조 어진이 군복 차림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정조의 어진이 진본이 아닌 이유도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화령전에 있던 정조 어진이 덕숙궁, 창덕궁으로 옮겨 가게 되는 과정과 한국전쟁 때 피난을 가서 1954년 부산 동광동 일대의 큰 화재로 어진을 잃게 되었다. 

 

화령전 정문 격인 외삼문

화령전 정문 격인 외삼문

 


정춘환 건축문화연구소 건축 도감 대표가 집필한 「화령전의 건물 자세히 보기」에서는 화령전의 운한각·복도각·이안청의 각 실 구조와 실내장식과 단청 특징을 사진 자료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화령전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정해득 한신대학교 교수는 「또 한분의 정조, 어진을 모시는 방법」에서 화령전을 짓고 정조 어진을 모시게 된 내력을 기술하고 있다. 정조 탄생일에 제사를 지내는 모습과 제향 상차림에 대해 회고했다. 왕릉 행차 시 올린 작헌례와 다례 모습을 자세히 소개한다.
 
정정남 건축문헌 고고스튜디오 대표는 「살아 있는 왕의 공간으로 치장하다」이라는 글에서 화령전의 건축뿐만 아니라 내부 공간 및 치장이 갖는 의미를 들여다보고 있다. 왕의 위엄과 격식을 표현하는 내부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는 느낌이 들도록 세밀하게 설명하고 있어 흥미롭다.

이은희 한국문화재 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의 「영전 건축의 기품을 보여주다」는 글은 화령전 단청의 흔적을 좆아 가고 있다. 화령전 단청의 원형을 문헌과 과학적 조사 기법으로 찾아보고 현존하는 조선 시대 영전과 비교하여 특징을 찾아보고 있다.
 
오선화 수원시 학예연구사는 「수원사람들이 지킨 화령전, 보존과 활용의 톱니바퀴」에서 화령전의 역사적 부침을 좇고 있다. 조선 시대 영전이 일제강점기에 수난을 당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1910년 9월 조선총독부 관보에 "화령전 안에 관립 자혜의원을 신설했다."라는 기록이 보인다. 즉 영전이 병원으로 둔갑한 것이다. 한때는 화령전에서 기생 놀음이나 했다는 기사도 나고, 기생들의 공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심지어 광복 후 정치적 혼란기에는 건물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서 집 없는 사람들이 들어와 지내기도 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국악인들이 사무실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수원 주민과 대한청년단원들이 절절한 마음을 모아 화령전을 고치고 지켰다. 1966년 정부에 의해 수리가 시행되고 2005년 수원시에서 새로 정비를 했다며, 화령전의 보존 과정 등을 안내한다.


 

운한각(수원시 포토뱅크에서 가져옴)

운한각(수원시 포토뱅크에서 가져옴)


  책 발간을 진행하고 직접 필진으로 참여한 오선화 학예연구사는 책 발간에 대한 기대를 "문화재를 올바르게 보존한다는 것은 그 문화재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화령전에 대해서는 연구 결과가 미약했고, 특별한 가치에 대해 논의된 바가 없었다. 그러한 취지에서 연구진이 꾸려진 것이다. 특히 이 책자는 보물 지정을 위해 연구진이 작업했던 성과물이다. 이제 가치를 알 수 있는 연구물을 제대로 활용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특히 책 발간으로 일반 시민들도 화령전의 가치를 같이 느낄 수 있고, 알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했다.  

  오 연구사는 현재 화령전의 담장 보수에 대해서도 "동절기 때문에 공사가 중지되어 있다. 3월 동절기가 해제되면 바로 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특별히 문제가 없이 공사가 진행된다면 상반기 내에 완료가 될 것이다. 만약에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자문위원들이 공사 방법에 다른 의견을 주시면 기간이 다소 연장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화령전은 창건하면서 '화령전응행절목'이란 기록을 남겼다. 이 기록에 의하면 화령전은 정전을 필두로 이안청, 복도각, 재실, 향대청, 전사청, 그리고 내외 삼문과 어정으로 이루어졌다. 제사 절차와 제향 상차림 내용도 자세히 담고 있다. 제사에 쓰이는 제기 등 물품도 소개하고 있다. 건물 관리 규범, 건물 내외에 비치한 기물 등도 자세히 알 수 있는 자료다. 이번 책에는 '화령전응행절목'을 영인본으로 첨부하고, 국역본도 수록했다.

  정조대왕이 1800년에 돌아가셨으니, 2020년은 서거 220주기가 된다. 이 시기를 맞게 화령전이 보물로 지정되고, 연이어 관련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책을 발간했다. 모두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이번 책은 비매품으로 전국 국공립도서관, 대학도서관에서 대여할 수 있다. 우리 지역 선경도서관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수원시 홈페이지(https://www.suwon.go.kr) 접속 후 시청자료실 전자책 파일로도 볼 수 있다.

 

화령전, 운한각, 보물, 정조,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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