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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불볕더위까지 폐지 줍는 노인들 어쩌나
삶을 정직하게 감당하고 있는 그들에게 작은 손길이라도
2021-07-23 11:22:21최종 업데이트 : 2021-07-23 11:29:22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노인들이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가난하고, 남루해 보이지만, 그들은 인생을 정직하게 감당하고 있는 우리 이웃이다.

노인들이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가난하고, 남루해 보이지만, 그들은 인생을 정직하게 감당하고 있는 우리 이웃이다



코로나19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번지면서 4차 대유행의 위기를 맞고 있다. 수도권 지역은 거리 두기 4단계가 시작됐고, 지방에서도 거리 두기를 강화하고 있다. 그에 따라 일상도 변하고 있다. 4단계에서는 오후 6시 이후 2인까지만 사적 모임이 가능하게 되면서 저녁에는 거리가 한산해졌다. 해수욕장은 폐장되고, 동네 공원 벤치도 막아놓은 상태다.

 

여기에 낮 최고 기온이 35도에서 36도를 웃돌고 있어 시민들이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특히 온혈질환자가 부쩍 늘어났다는 소식이다. 온열질환은 코로나19 증상과 비슷해 초기 대응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정자동도 낮에는 오가는 사람이 없다. 그런 중에 폐지를 가지고 가는 노인이 그늘에서 쉬고 있다. 이분은 더위 때문인지 폐지 무게 때문인지 가다가 쉬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거기다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까지 하고 있으니 힘들어 보인다.

 

역시 정자동 상가 밀집 지역에서 본 풍경이다. 한산한 거리에서 폐지를 정리하는 노인이 땀을 흘리면서 일하고 있다. 마스크까지 쓰고 일하는 모습이 힘겨워 보인다. 도중에 그늘에서 쉬었다가 다시 일한다. 목표량이 있어서 쉴 수가 없는 듯했다.

이런 더위에는 쉬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다. 하지만 취약 계층의 노인들은 쉬지도 못하는 처지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한다. 전문가들은 노약자와 만성질환자는 무더위에 더 취약하므로 본인은 물론 보호자와 주변인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일할 때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수분 보충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폐지를 운반하던 중 그늘에서 쉬고 있다. 불볕더위에 마스크까지 하고 있어 힘들어 보인다.

할아버지가 폐지를 운반하던 중 그늘에서 쉬고 있다. 불볕더위에 마스크까지 하고 있어 힘들어 보인다



수원시는 지난 3월에 폐지를 줍는 노인을 위하여 미세먼지 방지 마스크를 전달했다. 미세먼지에 취약한 노인 등의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였다. 각 구청에서도 폐지 줍는 노인을 대상으로 불볕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용품을 제공했다. 구청별로 다르지만 대부분 여름용 안전조끼, 냉토시, 냉스카프, 자외선 차단 모자, 텀블러 등 필요한 물품을 준비했다. 아울러 여름철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도 함께 했다.

 

이렇게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은 예부터 있었다. 정조 임금은 더위에 화성을 쌓는 공사장의 일꾼들을 안타깝게 여겨 약을 내렸다. "불볕더위가 이 같은데 성역처에서 공역을 감독하고 공역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이 끙끙대고 헐떡거리는 모습을 생각하니, 밤낮으로 떠오르는 일념을 잠시도 놓을 수 없다. <중략> 처방을 연구해 내어 새로 조제하여 내려보내니, 장수·모군 등에 나누어 주어서 속이 타거나 더위를 먹은 증세에 1정 또는 반 정을 정화수에 타서 마시도록 하라"(정조실록, 정조 18년 6월 28일, 1794년)라는 전교를 내리고, 약 '척서단' 4천 정을 지어 내려보냈다.

 

폐지 줍는 노인들은 우리 이웃이다. 그들은 나름대로 한평생 열심히 일해왔지만, 지금 생활비가 부족하다. 자식들도 살기 어려워 손을 벌리지 않고 있다. 몸이 허락하는 데까지 열심히 일하고 있다. 움직이는 대로 조금씩 벌 수 있으니까 오늘 하루도 부지런히 거리를 헤매고 있다. 그들은 인생을 정직하게 감당하고 있는 우리 이웃이다.

 

이들이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가난하고, 남루해 보이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종일 피땀 흘려 일한 수입이 고작 5,000원에서 7,000원 정도라고 한다. 그걸로 최소한의 생활비를 하고, 나머지를 모아서 장학금을 내놓았다는 기사를 읽었다. 평생 폐지를 모아서 자기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하는 진짜 큰 부자다. 세상에 그 어느 이야기보다 잔잔한 감동과 뜨거운 교훈을 준다.

 

무더위 쉼터는 7월 12일부터 다시 문을 닫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코로나19에 불볕더위까지 어르신들이 쉴 곳이 없다.

무더위 쉼터는 7월 12일부터 다시 문을 닫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취재하면서 자세히 보니 노인들은 얼마나 많이 돌아다녔는지 신발이 낡고 새까맣다. 얼굴이며 팔이며 피부도 햇볕에 많이 탔다. 쉴 때도 없는지 힘들 때는 골목길 한 귀퉁이에서 앉아 있다가, 꾸벅꾸벅 졸기도 한다. 그러다가 또 일어나서 일한다. 노인이 길거리를 돌며 폐지를 챙길 때, 동네 상가 아주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종이상자 등을 챙겨준다. 할아버지는 폐지를 줍고 주변에 쓰레기가 있을 때는 함께 치운다. 할아버지를 보면서 내가 어설픈 편견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동네 상가 아주머니의 배려도 야박한 내 마음을 찔렀다. 옛말에 세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스승이 있다고 했다. 그들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

 

코로나19로 동네 가게들이 불황이다. 이로 인해 상가에서 내놓는 폐지의 양도 현저히 줄었다. 경기 불황으로 재활용품 및 폐지가격도 하락했다고 한다. 전보다 폐지를 더 많이 가져가도 손에 쥐는 돈은 적다. 폭염까지 겹쳐 이들에게 여름은 견디기 힘들다.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가 법으로 복지 혜택 등을 주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노약자들을 위해 주변에 무더위 쉼터 등이 있지만, 거리 두기 강화로 그것마저도 다시 문을 닫아 걱정이다. 길거리에서 그들을 보면 무심코 지날 일이 아니다. 건강은 괜찮으신지. 무리하게 짐을 운반하고 계시지는 않는 것인지. 도와 드려야 할 것은 없을까. 마음을 보내야 할 때다. 그들에게 시원한 물이라도 내밀면 어떨까. 비록 작아 보이지만 훈훈한 손길이 되지 않을까.

 

폐지, 취약계층, 저소득, 노인, 복지,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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