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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력온을 아시나요?
화성장대 주변 정체불명의 구멍들의 용도는
2021-09-15 10:07:40최종 업데이트 : 2021-09-15 10:07:37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수원화성 팔달산에 있는 화성장대, 맑은 날이면 사방 100리를 조망할 수 있다.

수원화성 팔달산에 있는 화성장대, 맑은 날이면 사방 100리를 조망할 수 있다


한여름 무더위의 기승이 꺾일 것 같지 않더니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무더위가 정점을 이루고 있을 때 입추라는 절기가 있는 것을 보면 이때를 고비로 더위가 꺾이고 가을로 접어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절기는 속일 수가 없는 자연의 이치인 것이다. 24절기는 태양의 운동을 기준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계절의 변화와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한낮에는 약간 더워도 그늘에 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불기 때문에 답사하기 좋은 계절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수원화성은 사철 아름답지만 요즘 같은 청명한 날씨에는 전망이 좋아 건축물들이 더욱 돋보인다. 성벽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아기자기한 곳도 있고 장쾌하게 펼쳐진 경관을 볼 수도 있다.

수원화성 화성장대 뒤 성벽에 뚫린 구멍

수원화성 화성장대 뒤 성벽에 뚫린 구멍


수원화성은 4 대문인 장안문, 팔달문, 창룡문, 화서문과 수문, 암문, 포루, 공심돈, 적대, 장대, 노대, 각루, 포사, 치, 봉돈 등 50여 개의 공격과 방어시설로 이루어져 있다. 현안, 오성지, 성벽 위 성가퀴에 있는 근총안과 원총안, 성가퀴와 성가퀴 사이에 미석을 뚫은 근총안 등이 있다.

수원화성 시설물에 대한 용도는 화성성역의궤에 기록과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팔달산 꼭대기에 있는 화성장대 주변 성벽에 뚫린 구멍에 대해서는 기록도 없고 그림 설명도 없어 그 용도가 베일에 싸여있었다. 화성장대 주변 성벽에는 성벽 밖에서 보면 13개의 구멍이 뚫려있다. 성벽 안에서 사선으로 뚫었는데 일부 구멍은 메워져 안쪽에서는 10개의 구멍만 보인다. 이 구멍은 벽력온(霹靂蘊)으로 추정된다.

화성장대 뒤 성벽 밖의 모습

화성장대 뒤 성벽 밖의 모습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저서인 여유당전서 보유편 '민보의(民堡議)'에 벽력온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벽력온은 왜적을 막는 한 방법이다. 왜병들이 성에 오를 때는 반드시 볏짚이나 잡초를 성벽의 높이와 같이 쌓은 다음에야 성에 올랐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부산, 김해, 진주, 남원성 등에서 모두 이 방법이 사용되었는데 이 방법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벽력온의 방법을 쓰면 무난하다고 했다.

"민보의 성벽을 쌓을 때 외적이 공격할 만한 곳에는 성의 밑 부분에 성을 관통하는 구멍을 십여 개 뚫어 놓되, 그 구멍의 바깥쪽은 진흙으로 막는다. 적의 공격이 시작되어 볏짚이나 잡초를 성 밑에 쌓아 올리면 성안에서 긴 창을 이용하여 그 구멍을 뚫고 화약을 기름종이에 싸서 적이 쌓아놓은 잡초 밑으로 밀어 넣어 불을 지르는 방법이다"

화성장대 성 밖에서 본 성벽의 구멍

화성장대 성 밖에서 본 성벽의 구멍


화성장대 주변 정체불명의 구멍은 형태와 구조가 다산 정약용 선생의 벽력온 설명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하지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성안 성벽에서 밖을 내다보면 성벽 아래는 평탄하지 않고 곳곳에 바위가 있고 경사가 심해 맨몸으로 오르기도 벅찬 지형이다. 화성성역의궤에서 밝혔듯이 이곳은 자연적으로 해자가 있는 것과 같은 지형이다. 이런 곳에 벽력온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적이 성을 공격할 때는 성이 취약한 곳, 방어가 허술한 곳, 공격하기 편한 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이다. 화성장대 주변은 적군의 입장에서 봤을 때 가장 공략하기 힘든 곳이다. 허허실실 작전처럼 공격하기 어려운 곳에는 수비가 허술할 수도 있으니 더욱 완벽하게 대비해 미리 벽력온을 뚫어 놓았을까?

화성장대 성 밖에서 본 성벽의 구멍, 구멍의 높이가 일정하지 않다.

화성장대 성 밖에서 본 성벽의 구멍, 구멍의 높이가 일정하지 않다


수원화성을 답사할 때 화성장대에 오르면 반드시 벽력온으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구멍을 살펴보기 바란다. 성을 지키는 입장과 공격하는 입장에서 냉철하게 판단해보면 혹시 해답이 보일지도 모른다.

서노대에 올라 장쾌하게 펼쳐진 경관을 바라보면 가슴이 시원해진다. 미세먼지가 없는 하늘은 너무도 아름답다. 정조대왕이 직접 쓴 화성장대 글씨는 힘찬 기상이 느껴지고 1층에 걸려있는 정조대왕 시를 읽으면 당시의 정조대왕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수원화성을 답사하면서 가을을 가을답게 즐겨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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