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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관련 문화재 어떻게 해야 할까
수원박물관 ‘수룡수리조합기념비’와 ‘치산치수지비’, 친일 청산 교육으로 활용해야
2021-10-14 13:37:12최종 업데이트 : 2021-10-14 13:37:09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수원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있는 '수룡수리조합기념비'와 '치산치수지비'

수원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있는 '수룡수리조합기념비'와 '치산치수지비'


지난 8월 YTN 보도에 따르면 강원도 춘천에 친일파 민영휘의 무덤을 관리하는 가옥이 강원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해당 가옥이 가지고 있는 친일 관련 역사를 함께 기록해야 한다는 지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안내 문구 하나 고치지 못하고 그대로이며 문화재로 지정된 탓에 가옥 유지보수는 국민 세금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는 문화재 지정 해지를 춘천시에 요구했지만 개인 소유인 문화재의 경우 소유자의 해지 신청이 있거나 문화재로서 가치를 잃을 정도로 훼손될 때에만 지정 해지가 가능하기에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서야 춘천시에서 안내문 수정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안내판이 설치된 곳이 사유지라 땅 주인인 민영휘 자손의 동의를 구해야 최종 가능할 것이라 한다. 

파장사거리에 있던 치산치수지비

파장사거리에 있던 치산치수지비


전문가들은 매국 행위에 앞장선 친일파 연관성을 함께 기록할 때 문화재로서의 진정한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해방 이후 친일 잔재를 제대로 단죄하고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그 후손들이 뻔뻔하고 당당하게 활보하고 있다.

얼마 전 친일파 박제봉이 살던 고택을 경기도문화재로 지정해 달라는 후손들의 건의가 있었고 민족문제연구소에서는 "친일파 박제봉이 살던 고택 앞에 친일 행적을 알리기 위한 단죄비를 세우고 친일파와 같은 부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의 장 또는 난징대학살기념관 같은 다크 투어 등 역사의 교육 현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제 잔재 청산은 결코 잊어버리고 지우자는 의미가 아니다. 치욕스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민족의 반역자가 되풀이해서 나오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데 있는 것이다. 후손에게 제대로 교육을 해야하는 것이다.
 

치산치수지비 비석 뒷면

치산치수지비 비석 뒷면



며칠 전 정조대왕 원행길인 필로를 답사하는데 SK아트리움 앞 파장사거리 주변에 있던 '치산치수지비'가 보이지 않았다. 확인해보니 지난 6월 수원박물관 야외전시장으로 옮겨졌다.

필자는 2017년 8월 15일 '광복 72주년, 수원에 남긴 일제의 흔적'이란 e수원뉴스 기사에서 "우리민족의 영혼을 더럽히는 이 비석을 당장 뽑아버리거나 아니면, 비석 옆에 비문을 해석한 설명 간판을 만들어 친일파의 명단과 그들의 행적을 역사 앞에 드러내는 것도 친일파를 단죄하는 한 방법일 것이다. 광복 72주년을 맞이해 목숨을 바쳐 조국의 광복을 이룩한 선조들의 헌신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라고 썼다.


수룡수리조합기념비 뒷면, 불교계의 대표적인 친일파였던 용주사 주지 강대련 이름이 있다

수룡수리조합기념비 뒷면, 불교계의 대표적인 친일파였던 용주사 주지 강대련 이름이 있다


수원박물관 이동근 학예사는 "좀 늦었습니다만 문화예술과와 협의하여 작년에 겨우 설명판을 만들어서 놓았고 올해 6월 수원박물관 야외전시장으로 옮겨놓았다. 친일, 식민지 역사라고 다 없애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남겨서 보여주고 올바르게 후세에게 역사를 전달해야 한다. 수원박물관에서 기존에 사라질 뻔했던 일제강점기 비석인 '수룡수리조합기념비'와 '치산치수지비'를 같이 세워 놓았다. 후손들에게 식민지와 친일의 역사를 남겨서 가르치고자 한다"고 했다.

지난 9일 오전에 수원박물관 야외전시장에 갔다. 가을비 내린 후라 박물관 야회에는 낙엽이 떨어져있어 쓸쓸한 분위기였다. 수원박물관 입구에는 서낭당과 법수, 송덕비군이 있고 길 왼쪽 깊숙한 곳에 '수룡수리조합기념비'와 '치산치수지비'가 있다.

수원박물관 입구에 있는 서낭당과 법수, 장승이란 표현은 식민사관의 잔재이다.

수원박물관 입구에 있는 서낭당과 법수, 장승이란 표현은 식민사관의 잔재이다


'수룡수리조합기념비' 설명 간판에는 "1928년 11월 여천(원천)저수지와 신대저수지의 축조를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 식민지 농업정책 연구의 중요한 자료이다"라고 썼다. '치산치수지비' 설명 간판에는 "1930년대 수원의 행정관리와 대지주를 중심으로 식민지 도시건설의 일환이었던 사방사업의 치적을 알리기 위해 1941년 일본어로 제작된 비석이다. 식민지 지주들의 역할과 형태 등 수원지역의 식민지 농업사를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썼다.

설명문에는 식민지 농업정책 및 농업사에 대해 중요한 자료라고만 설명해 놓았다. 설명문 어디에도 비석에 나와 있는 인물들의 친일에 관한 내용이 없다. 친일에 대한 언급이 없으면 이 비석들을 중요한 비석으로 오해할 것이다. 설명문에 농업사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친일에 대한 사실을 명백하게 밝혀야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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