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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석거 둘레길 걸으며 가을의 정취 느껴
2021-11-16 10:14:14최종 업데이트 : 2021-11-16 10:13:58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깊어가는 가을날 만석거 풍경

깊어가는 가을날 만석거 풍경


깊어가는 가을, 앙상한 가지에 힘겹게 붙어있는 나뭇잎을 잡고 겨울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갈수록 짧아지는 가을날 단풍이 아름다운 만석거 둘레길을 걸었다. 이 둘레길에는 가을의 정취가 남아있어 시민들이 길을 걸으며 단풍을 즐기고 있었다. 곧게 뻗은 제방길 끝에는 수문이 있다. 수문 위 나무다리를 지나면 길가에는 벚나무가 가지런히 있고 의자에 앉아서 정담을 나누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바람 한 점 없는 오후 만석거 호수는 고요하지만, 가끔 잉어가 뛰어오르거나 오리와 물닭이 먹이 사냥을 하면서 파문을 일으킨다.

깊어가는 가을날 만석거 둘레길을 걷고있는 시민들

깊어가는 가을날 만석거 둘레길을 걷고있는 시민들



낙엽을 밟으며 걷다 보면 영화정이 나온다. 언제나처럼 굳게 닫혀있다. 최근에 깔끔하게 수리를 했는데 마룻바닥에는 뽀얗게 먼지가 쌓여있고 창호지 없는 창살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이다. 인적이 끊어진 문화재는 쉽게 낡아간다. 정체성 없는 복원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수원화성 남수문을 닮은 다리를 건너서 길은 계속 이어진다.

둘레길 나무에 이름표를 붙였다. 벚나무, 왕벚나무, 무궁화, 소나무, 대왕참나무, 단풍나무, 자귀나무, 은행나무, 버드나무, 수양버들 등 다양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호수 안쪽으로 나무 데크를 새롭게 설치했다. 줄기가 꺾인 연꽃 숲은 적막하다.

만석거 옆에 있는 영화정, 문이 굳게 닫혀있다.

만석거 옆에 있는 영화정, 문이 굳게 닫혀있다


둘레길은 역사의 길과 만난다. 지지대고개에서 시작하는 팔색길인 효행길이 만석거로 이어지는 길이며 노송길이기도 하다. 역사의 길은 2019년에 조성했다. 1949년 8월 15일 수원읍에서 수원시로 승격한 7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만들었는데 수원의 지나온 역사를 돌아볼 수 있다. 정조대왕 즉위부터 수원부 신읍치 조성, 사도세자 묘 이장, 화성행궁 건립, 화성유수부 승격, 수원화성 축성 등 과거의 역사부터 현재의 역사까지 바닥에 새겼다. 이 길을 걸으며 천천히 읽어보면 수원의 역사를 알 수 있다.

호수 위에 만들어진 나무데크

호수 위에 만들어진 나무데크



이 길을 따라가면 오른쪽으로는 만석공원 맹꽁이 생태학습장이 있고 낮은 언덕에는 진목정이란 정자를 새로 세웠지만 원래 진목정의 위치는 정확히 알 수 없다. 1795년 영화정이 세워지기 전에는 신구관 유수들이 거북 모양의 관인을 맞춰보고 사무를 인계인수해 교구정이라 하기도 했다.

제방 아래에는 운동장이 있고 그 옆에 '북지상련' 비석이 있다. 만석거는 수원화성의 북쪽에 있다고 해서 북지(北池)라 불리기도 했다. 만석거에 핀 아름다운 연꽃을 수원 8경인 '북지상련(北池賞蓮)'이라고 했다. 만석거는 축조 당시부터 풍광이 수려해 가을에 대유평에서 누렇게 익은 벼가 황금물결을 이루는 풍경을 화성 추 8경인 '석거황운(石渠黃雲)'이라고 했다.
효행길에 있는 역사의 길, 노송길이기도 하다

효행길에 있는 역사의 길, 노송길이기도 하다



운동장 끝에는 정체불명의 여의루(如意樓)라는 2층 누각이 있다. 뜻 한대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만석거 축조 당시에는 여의교라는 나무다리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 다리의 너비를 방죽 높이와 나란히 하여 가마길을 만들었다. 왕의 행차가 제방을 지났던 것이다.

만석거는 축조 당시보다 원형이 많이 변했다. 제방의 위치가 바뀌면서 수문과 여의교가 사라졌고, 공원으로 만들면서 둘레길이 생겨 호수의 형태가 정형화되었다. 약 1.3km의 둘레길은 사계절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다.

수원 8경인 북지상련 비석

수원 8경인 북지상련 비석


오늘날 만석거는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공원이고 국영농장인 대유평은 사라졌지만, 정조대왕 당시에는 개혁의 심장과 같은 곳이었다. 만석거의 역사적 가치는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아 2017년 국제관개배수위원회의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만석거, 영화정에 대한 역사적 정체성을 제대로 인식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영화정의 문을 닫아 놓기만 하지 말고 제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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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석거 둘레길, 만석공원, 영화정,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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